5부-15 서약-Vow-(5)

"......!"

　왕성을 향해 달려가던 롭존의 앞에 작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순간 깜짝 놀랐다. 헝겊으로 몸을 감싸고 움푹 파인 생기를 잃은 눈빛으로 다가오는 그 그림자는, 아직 두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

(설마)

　불길한 예감은, 전장에서 항상 적중한다.
　주저 없이 달려온 어린아이가, 롭존의 눈앞에서 터져버렸다.
　
"크으.......!?"

　순간적으로 내민 한쪽 팔이, 아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그마의 직격탄을 맞고 반쯤 녹아내린다.

　즉시 재생을 시작한 롭존의 몸이지만, 이를 보고도 아이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만, 해 ......!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어!　그만해, 그만하라고!"

　통보도 소용없이, 아이들 중 한 명이 계속 달려온다.

　말이 통하는 것 같지 않다.

"젠장!"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외침과 함께, 롭존이 손을 내젓는다.

　단절영창의 마법을 아이들을 향해 쏘자, 직격과 동시에 아이들이 안에서부터 터져버렸다.

　아마도 이 많은 수의 인간 폭탄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강한 충격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폭발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이다. 롭존의 냉철한 사고회로는 그렇게 분석했다.

(...... 공격하고 있는 것은 우리다. 하지만 화해 협상을 거부한 것은 저쪽인데, 게다가 왕도까지 쳐들어왔는데 왜 아직 항복하지 않는가!　항복은커녕, 이건 ......!?)

　계속 재생되는 한쪽 팔에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며, 롭존은 대로를 달렸다.

　다행히도 다른 자폭병사들에게는 들키지 않고 거의 무너져 내린 왕성에 도착했다.

"...... 전단장님?"

　아마도 알현실이었을, 평상시에는 높은 최상층에 위치한 층.

　지금은 성이 통째로 파괴되어 바닥에 무너진 그 방에, 폭우에 비친 네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최후의 통첩이다. 지금 당장 아이들의 자폭 마법을 해제하라 ...... 더 이상의 희생은 원치 않는다."

　군복 여기저기를 불태운 맥라렌이, 아직도 왕좌에 앉아 있는 왕을 향해 마검의 끝을 겨누며 말했다.

　적국의 국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거부한다. 저건 인간이 아니라 내가 조종하는 무기다.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할 자격은 없노라."
"자폭병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잖아 ......!　게다가 아이들만......!"

　맥라렌의 옆에서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그것만으로도 사람을 쏘아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아서가 물었다.

　왕은 조금도 주춤하는 기색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나라는 ...... 내 한 세대만에 여기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모든 것은 내 소유다. 공격당해 멸망한다면 그걸로 됐다. 그러나 약탈당할 이유는 없지. 그래서, 약탈당할 것이 있다면 내 손으로 모두 처분할 것이다. 물론 적을 소모시키는 장기짝으로...... ...... 아이들만 남게 된 것은, 너희들과의 전쟁으로 전쟁고아들이 남았기 때문이다.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말을 대량으로 만들어 준 점, 감사하마."

　롭존은 적국의 국왕의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의 악의란 이렇게 무질서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형태로 표출되는 것일까?)

　정상적인 사고로는 결코 그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같은 종의 생명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싶을 정도로, 왕의 말은 반인륜적이었다.

(괴롭힘 때문이라는 건가!? 이런... 이렇게, 생명을, 쓰레기처럼 다룬 이유가......!)

　멍하니 쳐다보는 롭존의 시선 너머로.

"그러니까, 뭐냐는 거냐 ...... 이런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

　맥라렌의 곁에 있던 마지막 한 명, 그레이테스트 원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기다려!　아직 공격은 ......

　맥라렌의 제지하는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그래, 나를 죽이면 된다. 나의 의지는 내가 죽은 뒤에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너희들의 힘을 보도록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