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두 사람이 없어도 남은 '스타라이너'의 마지막 한 명이 스토퍼가 된다.
"자자, 그 정도만 해두라고. 보고는 제대로 들어라 멍청아."
손뼉을 치며 말을 건넨 자는, 아서 옆에 앉아있던 마른 몸의 남자였다.
중앙으로 가르마를 타는 헤어스타일과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분위기까지 풍기는 이 미남은, 이 최고의 부대에서 맥라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전과를 올린 걸출한 인물이다.
"그레이테스트 원 님. 배려 감사합니다."
이름을 부르자, 남자는 웃음을 터뜨린다.
전장에서는 모든 물질을 자신의 병사로 변환시켜서 적군을 광기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으며 혼자서 세력 판도를 바꾸어 나가는 영웅.
즉, 1인 군대라는 모순 그 자체가 그의 본질적인 힘이다.
그래서 그의 호칭은 단순한 칭송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개체'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아니, 이쪽이 잘못했어. 미안."
"■■■는 항상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래. 나만큼이나 대단하니까 좀 더 위로 올라가, 위로 올라가라고."
"교만과 안일함은 무슨 일이든 해가 돼. 폐하께서 평소에도 자주 했던 말씀인데."
"아버지의 말 따위는 알 게 뭐냐, 그 녀석 나보다 약하다고."
불경 그 자체인 말을 제1왕자가 내뱉으면, 듣는 쪽은 듣지 않은 척 할 수밖에 없다.
"멍청한 녀석! 그런 말투를 그만하라고 하는 거다."
"아야야야!"
그레이테스트 원이 팔을 뻗어 아서를 제압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의 양심은 완전히 끝났을 것이다.
혹독한 훈련 끝에 자신의 표정 근육 정도는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부하는 롭존조차도, 너무도 황당한 광경에 볼이 씰룩이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뭐, 뭐, 그거다, 어쨌든 수고했다는 느낌. 나머지는 최강인 우리한테 맡겨둬."
"감사합니다."
제1왕자가 그레이테스트 원에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건넨 말에, 경례를 하고서 롭존은 회의실을 나섰다.
전선기지의 복도를 한참을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롭존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가슴에 달린 계급장을 보고 상급자에 대한 경례를 했다. 그러고 보니 피스키퍼 부대는 기밀정보부대의 일원으로 창설되었기 때문에 지휘계통에서도 꽤나 높은 계급장이었지 ......라며 롭존은 남의 일처럼 떠올렸다.
계단을 올라간 롭존은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 드디어 다음 싸움으로 끝인가. 이 전쟁도)
전쟁이 끝난 후 피스키퍼 부대의 처우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 존재 자체가 회색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진로 등을 생각할 생각은 없었지만, 막연하게나마 부대가 해체될 것이라는 예감은 있었다.
각자 새로운 부대에 배치될 것인가, 아니면 군을 떠날 것인가.
그 타이밍이 왔을 때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ㅡㅡ롭존은 스스로에게 물으며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오, 있다."
소리도 없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마터면 담배를 흘릴 뻔한 순간이었다.
이래뵈어도 정찰병인 자신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줄이야, 하며 롭존은 할 말을 잃었다.
"이봐, 롭존. 지금 괜찮겠어?"
"예....... 그레이테스트 원 님. 한 대 어떠십니까?"
롭존에게 말을 건네는 날씬한 남성이, 자기는 금연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아까는. 우리 녀석들이 마음대로 ......."
"아니요, 분에 넘치는 말씀인 줄로 압니다."
"거절해도 괜찮다고. 그보다 딱 보기에도 내키지 않은 모양이었던데. 정말, 정~말 미안해! 저놈들, 진짜 사람 말을 안 들어서 ......"
말을 하는 동안, 그레이테스트 원의 어깨는 점점 내려앉더니 끝내는 입에서 거친 숨을 내뱉으며 온몸에 검은 아우라가 감돌기 시작했다.
롭존은 피스키퍼 부대의 에이스로서 맥라렌 일행에게 무리한 과제를 강요당하는 것이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