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았다.
증오의 전압을 의식적으로 끌어올린다.
"여기서 죽어."
유성의 광채가 방출되기ㅡㅡ직전이었다.
"그만, 오늘은 얼굴만 보여주려는 거야."
유난히 강한 번개가 시야를 가렸다.
방어용 비트를 활성화했지만, 공격이 날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쳇 ......"
시야가 회복된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와 롭존 씨를 둘러싸고 있던 녀석들도 사라졌다.
아무래도 도망쳐 버린 것 같다.
"...... 서로에게, 여러 가지로 말하지 못한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안전을 확인하고 '유성'을 지운다.
그리고 나는 롭존 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 응,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전단장의 딸이며 금주보유자라니 놀랐어."
확인을 위한 독백에 가까운,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그는 잠시 땅을 쳐다보다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장소를 바꿀까? 그리고 조금, 이야기를 하자."
◇
아이스박스를 커피숍에 내려놓고서, 잠시 걸었다.
안내된 곳은, 왕도 구석구석에 있는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는 쓰레기장이었다.
왕도에 사는 사람들이 생활하다 보면 쓰레기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그것을 모아 불 속성 마법으로 소각하는 곳이다.
"...... 이건?"
제법 넓은 그 공간을 헤매지 않고 계속 나아가던 롭존 씨는, 쓰레기 더미에 누워있는 청동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꽤 오래전에 버려진 것 같다. 이 일대의 쓰레기는 전체적으로 연륜이 느껴진다.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것일까.
"이건, 말소된 영웅의 동상이야."
"네?"
"네 아버지와 같은 부대에 있던 사람이지. 나한테도 잘해줬어. 아마 맥라렌 씨만큼이나 강하지 않았을까."
그, 그런 사람이 있었구나 ......
"본명은 몰라. 부대 내 코드네임은 '가장 위대한 자'라는 뜻의 [그레이테스트 원]."
"적어도 그 이름을 들어도 바로는......"
거기서 말을 끊었다.
아버지가 집착했던, '혼돈'으로 각성했다는 옛 동료.
버서스의 기록에 남아있었던, 그 이름을 지워버린 결승전의 상대.
점과 점이 연결된다.
"맥라렌 전단장, 크로스레이어 부전단장, 그리고 현 미리온아크 가문의 당주, 현 국왕 폐하, 거기에 그레이테스트 원을 더한 부대 ...... 그것이 바로 우리 피스키퍼 부대를 직할하는 슈텔트라인 왕국 최강의 부대 『스타라이너』였다."
"...... 그야말로 올스타네요."
"그래. 모든 명예와 영광을 다 짊어지고 있다 생각했지. 그런데 다들 친절했으며, 대화를 해보니 ...... 인간이었다."
몇 초간의 침묵.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그것과는 별개로 밤의 어둠에 녹아들 듯 납빛 구름이 펼쳐져 있다.
"그 최강의 부대가 해산한 마지막 전투는, 이웃 나라와의 전쟁이었다. 우리 피스키퍼에게도 마지막 전투였던 그 전투의 최종 공격 목표는, 적국의 왕성이었지."
"교과서에서 읽었답니다. 평화협상이 결렬된 후 전쟁은 한 달 만에 끝났다면서요 ...... 현 국왕인 아서 왕이 그 명석한 두뇌로 끝냈다고 쓰여 있었어요."
"그들과 우리는 왕성에서 수백 명의 소년병들을 학살했다."
숨이 멎었다.
"그래. 멋진 승리였다고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최고의 결과라면, 왜 맥라렌 전단장은 왜 군대를 떠났을까? 왜 국왕 폐하의 성품이 크게 변했을까? 왜 그 최고의 부대에서 그레이테스트 원이 이탈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피스키퍼 부대는 해산된 것일까?"
연이어 쏟아지는 질문들.
내가 하나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 질문들에 대해, 그는, 롭존은 분명 대답을 직접 보았을 것이다.
"잘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가ㅡㅡ모든 이상을 짓밟고 현실 앞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죄를 씻어주지도 않는 무책임한 비를 맞으면서, 나와 롭존 씨는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