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부-15 서약-Vow-(1)2023년 05월 26일 23시 08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눈을 감을 때면, 롭존은 항상 떠올린다.
눈꺼풀 뒤편에 박혀 다시는 벗겨지지 않는 광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전장. 그것은 그저 지옥이었다.
옆으로 쏟아지는 비. 하늘을 찢는 천둥번개. 대의도 정의도 의미도 없는 살육의 폭풍.
그 속에서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는, 두 개의 빨강ㅡㅡ내 심장이 짓눌린 줄 알았던 진홍색의 두 눈.
맥라렌 피스라운드.
제1왕자 아서가 이끄는 특수부대의 에이스이자, 롭존이 소속된 기밀부대 피스키퍼의 창설자.
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신이 선택한 존재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뛰어난 존재.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그와 함께 싸울 수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자식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롭존에게 그 경험은, 자신의 삶을 치명적으로 망가뜨린 후회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
회의용으로 마련된 전선기지의 한 방에, 잠입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기밀부대 에이스 롭존 글라스의 모습이 있었다.
머리부터 발뒤꿈치까지 철봉이 관통한 것처럼 곧게 서서, 군복 차림의 그는 상관의 말을 기다렸다.
"롭존, 어땠나?"
그에게 말을 건넨 것은 직속 상사인 그루스타크가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위인 지휘관이었다.
맥라렌 피스라운드. 마법사들로 구성된 슈텔트라인 왕국 군대에서 거의 최상위 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전단장에 해당하는 걸출한 인물이다.
"......피스키퍼 부대를 1개 부대 분량으로 잠복시켰습니다. 왕성의 침공 루트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가지에 대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일 없을 거라 말하는 것 같네."
적국 왕도의 지도를 보며, 군복 차림의 맥라렌이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을 내뱉는다.
롭존은 똑바로 선 채 담담하게 입술을 움직였다.
"주어진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하핫! 볼거리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건 확실히 재미있어."
맥라렌의 옆에서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고 있던 제1왕자 아서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맥라렌과는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전단장인 그를 자기 관할의 특수타격임무군단 '스타라이너'에 끌어들여 입지를 복잡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일단 지휘계통상으로는 최상위에 맥라렌이 있고, 아서는 그 책임자로서 전장에 동행하는 ...... 모양이다. 롭존은 그 부분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양자를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적국의 수도에 잠입해 돌격 시 경로를 확보한다. 맥라렌이 내준 임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살아서 돌아오는 것을 도외시한 임무인 줄 알았는데 ...... 그래. 이렇게 쓸만한 부하가 있다면 이해할 수 있겠어."
"과분한 칭찬, 송구스럽습니다."
아서의 칭찬에, 롭존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조그맣게 숙였다.
그 모습에 어딘지 모르게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제1왕자 즉 장차 왕위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이. 롭존이라고 했지. 나라로 돌아가면 헌병대에 와. 내 밑에서 일해라."
"......"
뜻밖의 제안을 받은 롭존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지금의 자리로 추천한 것은 맥라렌이었다. 어찌 보면 이 권유는 헤드헌팅과 다를 바 없다.
"그만해, 아서. 그를 찾은 건 나다.""어이어이어이어이....... 왕자님의 명령에 거스르다니, 천하의 피스라운드 가문도 끝장인걸~~??"
"너의 그런 농담, 정말 싫다......"
맥라렌의 표정이 심드렁한 것을 보고 아서가 웃음을 터뜨린다.
작전지휘실은 늘 이런 식이었다. 얼마 전 격전에서 부상을 입고 요양 중인 댄 미리온아크나, 따로 행동하고 있는 크로스레이어 드래그런스가 있었다면 이쯤에서 아서의 엉뚱한 농담에 불만을 토로했을 것이다.728x90'인터넷방송(인방) > TS악역영애신님전생선인추방인방RTA' 카테고리의 다른 글
5부-15 서약-Vow-(3) (0) 2023.05.26 5부-15 서약-Vow-(2) (0) 2023.05.26 5부-14 선전-Emergency-(6) (0) 2023.05.26 5부-14 선전-Emergency-(5) (0) 2023.05.26 5부-14 선전-Emergency-(4) (0) 2023.05.26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