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으로 보면 일 년에 한 번 오는 성수기다. 의욕이 없는 학생들은 왕도를 관광하는 기분으로 오고 있으니까.
"......? 저 사람, 마리안느 씨에게 손을 흔들고 있지 않나요?"
경기장을 나와 학생들의 행렬에 휩쓸려 걷고 있자, 유이 씨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나의 팬이 왔나 싶어서 보니, 거기에는 낯익은 안경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어머, 롭존 씨"
"여어. 아이스박스를 들고 돌아가게 하기는 미안해서 왔는데......"
세 사람이 다가서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비어있는 아이스박스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대단해. 정말로 다 팔려버렸어."
"흐흥, 어때요? 이름은 알렸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자 양옆에 있던 두 여자아이가 롭존 씨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 나눠드린 아이스커피를 만드신 분이랍니다."
내가 유이 양과 린디에게 그를 소개한 직후였다.
"............!!!!"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린디가 경계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을 보고, 그에 연동하듯 유이 씨가 내 앞으로 나와 롭존 씨의 앞에 섰다.
어?
"어, 갑자기 뭐 하는 거에요?"
"린디 씨가 그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렇구나. 확실히 린디의 경계 센서는 믿을 만하네 ......그보다 롭존 씨가 경계 대상이냐고!?
린디와 롭존 씨를 쳐다봤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 요즘 학생들은 정말 대단하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거냐?"
"......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거, 어떻게 된 거야?"
"보는 대로인데."
롭존 씨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도 아니고. 믿어주지 않겠지만."
"...... 미안, 나도 좀 심했어."
고개를 푹 숙이는 린디를 보고, 유이 양도 서서히 경계 태세를 낮췄다.
미묘한 분위기가 되자, 나와 유이 양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결국 린디 씨는 무엇을 경계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걸 파악하지 못한 채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당신도 대단하네요."
오늘 거친 짓은 충분히 했으니, 제발 좀 봐줘.
◇.
유이 양과 헤어진 나는, 롭존 씨와 둘이서 인적이 드문 길을 걷고 있었다.
빈 아이스박스는 그가 들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아까는 제 친구가 실례를 저질렀네요."
"아니, 그 정도야 괜찮아."
가볍게 대응하는 롭존 씨를 보고, 무슨 일일까 싶어 팔짱을 꼈다.
린디가 경계할 만한 단서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 부분을 물어야 할지, 묻지 말아야 할지.
내막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그런 부분은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 내 의지와는 다른 단계에서, 내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무언가를 불게 하고 싶지는 않다.
"운동회는 즐거웠어?"
"네, 물론이죠. 당연히 따버렸고요."
"카지노의 감상을 묻는 게 아닌데......"
어이없다는 듯이 메마른 웃음을 짓는 롭존 씨.
그와 나는 '카페 라스트리조트'로 향하는 인적이 드문 길을 천천히 걷고 있다.
걷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고, 어느덧 우리는 통행로의 중앙에 멈춰 섰다.
"롭존 씨"
"뒤에는 아무도 없어."
너무나도 인기척이 없다.
물론 가게를 내기에 좋은 입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까지 통행이 없는 길은 아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문을 외울 준비를 한다.
"기척은요?"
"건물 안에서 이쪽을 보고 있어. 수는 13......15다."
"그리고 정면에는 둘."
우리가 이곳을 지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사람을 배치해 놓았나 보다.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던 그 순간이었다.
"...... 그루스타크 대장님."
롭존 씨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정면에 다가온 사람은, 성인 남자 1명, 여자아이 1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