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그게 아니야! 이쪽 팀이 저 녀석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되었음을 확인한 후, 저쪽의 진형이 전체적으로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
아까의 노룩패스도 그렇고, 이스트교의 주장이 마리안을 견제하려고 했던 것도 그렇다.
중앙교로서는 좋은 의미로, 그리고 이스트교로서는 최악의 형태로, 경기는 마리안느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식한 스펙을 포인트 게터로 활용하지 말라고! 이 녀석은 항상 자기 혼자서 최대한의 경계를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부터 전술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총인원은 변하지 않았는데, 움직임은 저쪽이 몇 개 더 많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매번 승리했던 패턴이다!)
의도적이지는 않다. 본인은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그렇기 때문에, 모든 스펙이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할당된 소녀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는 모양이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뻔한 패턴......ㅡㅡ!!!)
한 사람이 세 사람 몫의 일을 한다면.
거기에 타인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심지어 로빈조차도 그녀를 보조할 필요성이 없다.
유소년 클럽에서 쌍두마차였다고 기억하는 마리안느의 기억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클럽에서 에이스급은 두 명이다. 하지만 마리안느는 단연코 돋보이는 에이스였다.
팀원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로빈을 배려한 것이었다.
참을 수 없었다.
너야말로 자신의 라이벌이라고 정면으로 말하는 흑발적안의 소녀에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로빈은 가슴을 후비고 싶었다.
아니. 아니야.
나는 아직 네 영역이 아니야.
넌 다른 뛰어난 선수를 모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더 뛰어난 선수를 알게 되면, 금방 그 선수에게 빠져들게 될 거야.
그러니 무리해서라도ㅡㅡ나도 같은 영역으로 가야 해.
그녀와 함께 6인분, 아니 10인분의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그래야만 비로소 처음으로 당당하게 쌍두마차를 자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충돌 사고 이후, 로빈은 조바심이 났다.
그때의 충돌은 분명 자신의 잘못이었다. 자신의 실수였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무리하게 따라잡으려다 상대방의 진로를 가로막아 부딪힌 것이다.
분명 마리안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컨디션이 안 좋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하며 말하지 않았다. 아니었다. 그건 컨디션이 나빠서가 아니라, 로빈의 최고속의 기동이 마리안느를 따라잡지 못한 것, 그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분했다. 너무 억울해서 죽는 줄 알았다 ...... 그때의 나는 완전히 뒤처져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내 앞을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더 잘해야만 한다.
로빈은 그렇게 다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만큼은 그녀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가슴을 펴고 그녀의 옆을 날아갈 수 있도록.
ㅡㅡ하지만 그 '다음번'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내 앞에서 사라졌다.
남겨진 필드는 너무 넓었고, 필사적으로 쫓아가는 줄로만 생각했던 나는, 그녀를 거점으로 삼아 플레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누구보다도 잘한다는 자부심은 공허한 허울뿐이었다.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 갈고닦았던 기량만 남았다. 더 이상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갈 곳 없는 후회와 절망과 말 못 할 절규가 등을 떠밀었다.
그래서 로빈은, 홀로 하늘에 매달리기로 했다.
◇
경기는 후반전 반환점을 지나 종반전.
초고속으로 하늘을 질주한다.
시야가 마블처럼 뒤섞여 위아래 감각조차 의심스러워진다. 어느 쪽이 하늘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재밌다......!
"여유부리기는, 경기 중에 처웃기나 하고......!"
땀을 공기 중에 흩날리면서, 로빈이 나를 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