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부-13 공중전-In the Sky-(후편)(1)
    2023년 05월 24일 20시 54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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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치 인원이 부족?"

     로빈과 대화를 나누고서, 내 텐트로 돌아와서 조금 기다린 뒤.

     미술 과제를 도와줬던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그래. 아까 경기에서 다친 아이가 있었데, 의사 선생님이 출전을 포기하는 게 좋다고 했거든."
    "그런가요. 하지만 그럼 벤치 멤버가 대타로 출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연한 지적에,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스카이마기카 유니폼을 입은 채 부회장과, 체육복 차림으로 주저앉은 학생회장의 모습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중앙교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벤치 요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예? ...... 아~ 혹시 주전급 학생들로만 출전 선수를 채운 건가요 ......?"
    "네, 맞습니다. 그 선수들을 차례로 경기에 출전시키는 바람에 ...... 결승전까지 풀타임으로 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남아 있는 학생이 부족하네요."

     그건 전략적인 패배가 아니냐는 솔직한 감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선수층이 두터운지의 여부는 경기의 승패와 직결된다. 그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없다면, 그것은 곧 중앙교 팀의 한계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승전은 상당히 아쉬운 꼴을 보이게 되겠네요?"
    "그런데, 그게 그렇지도 않아~"

     내가 비꼬듯 말하자마자, 학생회장이 나른한 표정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그녀는 들고 있던 종이를 펄럭이며 말했다.

    "뭐예요? 그건."
    "후보로 등록한 선수들 중, 경기에 출전할 사람은 이렇게 하겠다며 신청하는 종이란다~"
    "호오......"
    "결승전은 마리안느 피스라운드 선수가 나가게 될 테니 따라오렴~"
    "예?"

     뭐????

    "잠, 잠깐만요! 제가 후보로 등록되어 있다는 건 처음 들어봤는데요!"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니, 반 친구들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신청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청을 받는 쪽에서 손을 댄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반쯤 눈을 부릅뜨며 학생회장을 바라보았다.

    "속였군요."
    "뭐, 그런 거야. 입학한 타이밍에 스카이 마기카의 경력이 부자연스럽게 끊어져 있네~ 하고 신경이 쓰였으니깐."
    "그렇다고 해서 ......아 정말,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입학할 때부터 알아차렸겠지. 확실히 내 경력을 보면 스카이 마기카 쪽이 부자연스럽게 끊어져 있으니까.

    "뭐, 학생들의 미련을 풀어주는 것도 학생회장의 역할이고~"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셨나요?"
    "그건 아닐걸."

     무심코 혀를 내두를 뻔했다.

     나의 성격과 여러 가지를 감안한 후, 이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하고 있다ㅡㅡ현실을 장기판처럼 움직이는, 우주한 지배자 특유의 단언이다.

    "...... 제가 여기서 고집을 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쪽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이 아이가 말했으니까~"

     학생회장은 거기서 미술부 소녀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

    "...... 빚이 있잖아. 큰 빚이."
    "큭."
    "내가 네 과제를 도와줬잖아. 그러니 너, 스카이마기카를 도와줘."

     그런 말을 들으면 웬만하면 거절할 수 있겠냐고! 거절할 생각도 별로 없었지만!

     아니, 하지만 ...... 하나만 신경이 쓰인다면.

    "...... 당신에게 진 빚을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갚는 꼴이 되는데, 괜찮아요?"
    "세상은 그런 거잖아. 나랑 너만으로 세상은 돌아가는 게 아니니까, 이런 식으로 잘 활용해야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쨌든 아침은 오는 법이라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녀의 말은 ...... 진실이면서 동시에 거짓도 포함하고 있다. 두 사람만으로 세상이 성립되지 않는 이상, 빌리고 갚는 일은 갚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 뭔데?"

     그래도 그 논리를 곧이곧대로 믿고서 입에 담는다면.

    "참, 어쩔 수 없네요!"

     그렇다면ㅡㅡ그에 대응하는 것이 고귀한 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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