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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첫날의 버서스는 승리했다. 브이!
이제는 내일의 4회전을 이기면 준결승과 결승을 이겨서 내가 우승이다.
"여어, 수고했어."
"고마워요."
텐트로 돌아가니, 경기를 지켜보던 유트가 주먹을 내밀며 다가왔다.
"영애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요."
"어라, 나 차였어."
"그런 말투를 쓰면, 정말로 차였을 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울고 있는 남자가 될 거랍니다."
"............"
조롱 섞인 말로 받아치자, 유트는 정말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이건 말이 너무 심했다. 나는 주먹을 쥐고서 내밀고 있던 그의 손에 살짝 주먹을 갖다대었다.
"농담이에요, 농담."
"네가, 그 말을 하면 농담이 아니라고 ......"
시끄러워. 나 말고 유이 양에게 청혼하라고, 멍청아.
"어쨌든 수고했어, 마리안느. 걱정은 안 했지만."
그때 차가운 수건을 한 손에 들고 로이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수건을 받아서 얼굴을 닦자, 그는 왠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 아까 그 말......... 번개의 속도가 되어야 한다면, 적어도 나는 너와 싸울 상대로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어? 제가 그런 말을 했었나요?"
"엥."
"이긴 직후라서 기분이 HIGH해진 탓에 무슨 말을 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솔직히 대답하자, 로이는 정말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두 번 연속으로 남의 지뢰를 밟으면 나 역시 힘들어진다. 그보다, 우리 쪽 남자들, 지뢰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지크프리트 씨를 본받았으면 좋겠어.
"오늘의 버서스는 이것으로 끝이죠? 다음은 『스카이 마기카』인가요."
프로그램을 한 손에 들고, 빨간 끈을 어깨에 두른 유이 양이 곁으로 다가왔다.
그렇다, 이제부터는 첫날의 하이라이트 경기인 스카이 마기카의 시간이다. 뭐, 버서스도 볼거리이긴 하지만.
"역시 스카이 마기카는 버려야 할 종목이야."
내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유이 양 옆에 있던 린디가 단칼에 잘라 말했다.
"그래요? 어떤 경기든, 임하는 이상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반적으로는 그래. 하지만 올해의 이스트교의 상대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하면 잠꼬대야."
"잠꼬대라니 ......"
생각보다 강한 부정이 날아와서, 유이 양도 당황스러워했다.
그 마음은 알겠다. 여러 종목이 있는 이상 어디에 힘을 쏟을 것이냐는 이야기는 나오는 법이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뭐, 사실이니 괜찮잖아. 애초에 마리안느에 비하면 귀여운 법이라고. 이 녀석은 맨날 잠꼬대만 하니까."
"유트, 잠꼬대도 못 하게 해주겠사와요."
노려보자, 유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녀석에게 있어서는 '레리미츠'가 주 종목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상당히 편한 것 같다. 뭐, 긴장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럼 첫날의 마무리! 지금부터 『스카이 마기카』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경기는 우승 후보이자 절대적 에이스인 로빈 스나이더를 보유한 이스트교! 그리고 올해야말로 이스트교의 연패를 막기 위해 연습을 거듭해 온 웨스트교의 대결입니다!]
멍하게 있자니,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고는 두 학교의 학생들이 마도기에 발을 올려놓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클럽을 그만둔 후로는 관전조차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마리안느 양은 스카이 마기카를 좋아하지 않으세요? 얼마 전에 크라이스 씨가 말했던 것처럼 ......."
수건을 목에 걸고 있던 유이 양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듣고, 로이와 린디가 어깨를 움찔했다.
"예전에 했던 이야기네요. 확실히 주니어 유스에 소속되어 있었답니다."
"그럼 규칙 같은 것도 잘 알고 있겠네요?"
"네. 스카이 마기카는 다른 경기에서 허용되는 마법으로 직접 공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요. 전원이 서핑보드 모양의 마도기를 타고 하늘을 달리며, 공을 상대편 골대에 넣는 경기지요."
뭐, 거의 퀴디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기에도 마법이 오가는 것은 맞지만, 결코 선수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는다.
공중에 떠 있는 골 링을 공이 통과할 때마다, 득점이 일방적으로 쌓여간다.
"직접적인 공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마법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지형을 바꿔서 패스를 방해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오오 ......!"
순간적인 판단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스피드, 파워, 테크닉, 이 모든 것이 요구되는 스포츠다.
"대단하네요 ......! 마리안느 씨, 꽤 강했을 것 같네요?"
"네, 뭐.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는."
어렸을 때 '스카이 마기카'에 몰두했던 시기는 분명 있었다.
하늘을 달리는 것은 즐거웠다. 단순히 추진력을 이용한 거의 직선 비행뿐이지만, 그것이 경쟁 요소가 되어 스포츠적으로는 정말 재미있었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주니어 유스 팀의 자랑하는 두 간판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왜 그만두게 된 거죠?"
유이 양은 주저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분명하게 물었다.
그래, 나는 이 아이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 왠지 모르게 마지막에는 자신을 양보하지 않는 부분을.
"그것은."
"너무 스탠딩 플레이를 하다가, 다른 에이스와 접촉사고를 일으켰답니다. 그래서 그만뒀어요."
로이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말했다.
곧이어 경기 종료 부저가 울렸다.
스코어보드를 힐끗 보니 불쌍한 정도로 큰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 그래서 말했잖아. 올해의 이스트교는 이길 수 없다고. 엄밀히 말하자면 내년과 내후년에도 불가능하겠지만."
린디의 말은 결코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근거가 있다. 이보다 더 명료하게도 있다.
그것은 단 한 사람이다.
"로빈 스나이더. 우리랑 같은 학년이면 1학년일 텐데, 명문 이스트교의 클럽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것 같아. 이제 학생으로 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프로 중에서도 상위권 선수들은 되어야 상대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났다고 하더라."
역시 유트, 사전 조사는 만전을 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 장본인.
온 경기장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짧은 녹색 머리의 남자.
주니어 유스 시절부터 그는 특별했다. 옆에서 날았던 내가 잘 알고 있다.
"...... 로빈."
나는 그 이름을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그 남자는, 들리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뒀다고 해서 내려다보지 마! 죽여버린다 너!
아니, 너 ...... '들켰다' 하면서 돌아섰지? 어이, 이쪽을 봐! 죽여버린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