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안 돼!"
파일 벙커가 카트한테서 떨어졌다.
달려온 롭존 씨가, 나를 뒤에서 끌어당긴 것이다.
"제, 젠장 ......!"
카트는 자신의 허벅지를 몇 번 두드린 후, 휘청거리면서도 일어나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 무슨 생각이시죠?"
"너는 살인자가 될만한 사람이 아냐!"
귀에 대고 소리쳤다.
뇌가 흔들렸다. 다시 시야가 맑아졌다. 지금까지도 보아왔을 텐데,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문득, 그제야 자신이 불사신도 살해할 수 있는 무장을 선택하여 무영창으로 구현시켰음을 떠올렸다.
"............"
멍하니 파일 벙커를 바라보고 있자, 유닛은 점점 빛의 입자로 환원되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카트는 이제 뒷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추격해야 할지 고민하고서ㅡㅡ필사적으로 나를 말리고 있는 롭존 씨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조용히 두 손을 들었다.
◇
문을 열고 '카페 라스트 리조트'의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기사들이 오기 전에 현장을 떠났다. 지금은 심문에 응할 기분이 아니었다. 기사단이 알아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버지가 만든 마법으로 인해 테러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면ㅡㅡ무너뜨려야 할 사람은 나다. 다른 녀석이 아닌.
사 온 식기를 카운터에 진열하고 있는 롭존 씨를 바라보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별 것 아닌 마법이었네요"
"뭐?"
"쓸데없는, 찌꺼기 같은 마법이라고 하는 거에요. 그거, [화해절명]이라고 했었나요?"
롭존 씨가 조심스럽게 내어준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천천히 중얼거린다.
"마력 순환을 짜는 방식에서는 세심한 흔적이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
"뭐든 지금처럼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 전쟁 이후 구축된 마법에 비하면, 10절이라는 길이에 비해 내용이 동반되지 않은 인상이 느껴져요. 체계적이지 못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납기에 쫓겨서 일단 요구 사양을 충족시켰을뿐이라고 할까. 어쨌든 저것을 맥라렌 피스라운드가 만들어낸 마법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상당한 거부감이 있어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저것이 아버지가 만든 마법이라면, 지금 사용하기 위해서는 업데이트가 필수다. 그만큼의 여백은 남아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없이 명분만을 내세우려고 한다면, 내가 참견해도 불평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말없이 불만을 토로하자, 롭존 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말은 정확하게 써야지 ...... 확실히 급조된 구호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마법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아직도 그것을 업데이트도 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는 쪽이다."
"그것은, 그렇죠."
그의 말은 냉정했다.
덕분에 꽤나 순식간에 냉정해질 수 있었다.
"상당히 감정적으로 변했는데, 그건 좋지 않아. 마법사라면 정신 상태에 마법이 따라가고 말지. 화가 난 상태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아."
"...... 알고 있어요."
"아니, 넌 몰라. 아직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어. 이제부터 알아가야 해."
아아, 정말로 선배로구나.
나보다 훨씬 더, 마법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 렇네요 ......"
"그래."
나는 가만히 커피잔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세기의 천재, 맥라렌 피스라운드가 구축한 마법을 바탕으로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세력.
질 생각은 없다. 절대 질 수 없어.
"알고 있답니다 ......"
"응?"
"신생 피스키퍼 부대. 제가 쓸어버리겠어요."
"............ 그것은, 무슨 뜻이지. 너는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거야?"
의아한 표정을 짓는 롭존 씨의 말에,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요. 전혀 아니랍니다."
"그럼 왜? 너는 세상을 지키려고 하는 거잖아. 네가, 대체 뭐길래?"
"ㅡㅡ악역영애랍니다."
롭존 씨는 입을 떠억 벌린 채 멍하니 있었다.
그게 이상해서, 나는 약간 시선을 낮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