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으쓱하는 유트를 보며 린디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손을 대고 그가 적어놓은 메모들을 들여다보았다.
"오...... 규정이 많이 바뀐 것 같네 ......"
"맞아, 전에 웨스트교와 연습경기를 했을 때와는 마치 다른 경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예전에 했던 연습경기에서는 더 이상 전략이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보드게임으로 치자면, 한 팀의 말은 다른 팀의 모든 말의 공격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격파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종류와 출력 모두 균질화된 기존 레귤레이션으로 돌아가면서, 개개인의 자질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던 중앙교는 반대로 연계 훈련의 소홀로 인해 레리미츠에서 거의 최약체라고 봐도 무방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는 편이 훨씬 재밌다고."
유트는 무수한 전술 노트를 훑어보면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수십,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발선.
그 전술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실천하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동시에 선수들의 움직임도 수정해 나간다.
"세상의 모든 일이란, 막상 뛰어들면 대부분 재미있는 법이야.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싫은 가문의 녀석이 있다며 농땡이 피우려 했던 녀석이, 지금은 그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팀을 이뤄서 전열을 맡고 있잖아."
"어라라......정말 제대로 청춘을 보내고 있네. 근데 네가 하는 일은 선생님 같은 거 아냐?"
"열혈교사 같지? 맡겨두라고."
실제로도 츄리닝을 입고 목에 호루라기를 매고 있는 유트는, 전형적인 체육교사 스타일이었다.
"너 ...... 꽤나 남자답네."
"지금 와서?"
"그런 건 마리안느 앞에서 더 많이 보여주는 게 좋을 거야. 그 녀석은 그런 걸 좋아하거든."
"정말이야? 난 당연히 왕자님 같은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
"그건 취향 문제니깐."
린디는 고개를 저었다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 그 장본인의 상태는 어때?"
"글쎄. 일단은 유이를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칠성사의 권능의 폭주ㅡㅡ금주 보유자인 유트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교회의 가호 시스템을 다루고 있는 유이가 더 적임자라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다.
"............"
양피지를 바라보는 유트의 옆모습에서 시선을 돌린 린디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알트리우스가 넘겨달라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고 말했던 그 힘.
".................."
린디 하트세츄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확신한다.
자신을 휘말리게 하며 이해할 수 없는 짓만 하는 그 흑발적안의 아가씨라면.
하늘에서 빛나며 미래를 개척하는 그녀라면.
(분명 그 녀석이라면, 린디 하트세츄아를 죽여줄 거야)
◇
미리온아크 가문이 소유한 광활한 부지 중, 농지로 이용되는 산들이 늘어선 장소.
그 산길에, 차가운 물이 담긴 양동이와 깨끗한 수건을 몇 장 들고 걷는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후우 ......"
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벗어나 나뭇잎이 우거진 길로 나아간다.
사람이 여러 번 지나간 흔적이 있는 길이지만, 이 길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미리온아크 가문의 후계자 단 한 명이다.
계속 나아가다가, 산비탈에 툭 튀어나온 동굴 앞에서 유이는 걸음을 멈췄다.
"어떠세요~?"
"......!!!"
순간이었다.
정확하게 목을 노리고 날아온 칼날은 소리를 뒤로 한 채 날아왔다.
유이가 자신의 몸에 4중의 가호를 걸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과 몸통이 분리되었을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상한선의 확인 중이었나요?"
'챙' 하는 가벼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도류를 수련해 근접 전투에서 무궁무진한 경지에 오른 소녀가, 검지와 중지로 칼끝을 받아낸 소리다.
".......!"
칼끝에서 뿌리까지 미끄러져 칼자루를 잡은 손, 그리고 검사의 얼굴로 시선을 돌린다.
두 눈에 살의의 빛을 머금은 로이 미리온아크가, 근거리에서 유이를 노려보고 있다.
(...... 초동은 직선적이라서 다행이지만, 그 사이 속도가 확연하게 빨라졌네요.)
칼부림에 가까운 힘겨루기를 계속하면서, 유이는 마리안느가 부탁한 '폭주 상태의 로이 관찰'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