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부-6.5 별빛-Want Keeping on-(4)
    2023년 05월 17일 18시 38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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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에 대해는 더 이상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
    "...........그러지."

     루시퍼는 아몬과 대등한 관계를 원한다.

     대등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으려는 의지는 존중받는다. 아몬이 결코 자신을 낮추느라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루시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를 이어가자. 남은 제2천은 아직 관측되지 않았지만, 마리안느는 이 왕국의 교회를 다스리는 교황이 칠성사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소거법으로, 지금의 교황이 제2천이다."

     건국의 영웅이 구축했다는 기사의 가호 시스템. 그곳에서 마리안느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암약해 온 칠성사의 기운을 느꼈다.

     아몬이 활로를 찾아 단숨에 공격하려 하지만, 루시퍼는 마지막 발버둥을 끊어 버린 후 흑의 여왕을 부드럽게 판 위에 올려놓는다.

    "체크 메이트"
    "훌륭하다. 역시 우리의 어머니이자 지배자, 빈틈없는 수 읽기였다."
    "정석과 효율을 배우고, 약간의 심리전을 익히면 이 정도는 쉬운 일."

     홍차를 홀짝이며, 루시퍼는 자신의 승리로 끝난 종국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제2천의 힘은 왜인지 해마다 열화되는 것 같다만."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시퍼를 보고, 아몬은 어이없어한다.

    "이미 늙어서 그런 거겠지 ...... 아니, 너한테는 수명의 개념이 안 전해지는 걸까?"
    "꽤 인간다운 말을 하는군."

     이미 나이가 팔십이 넘은 교황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악마에게 있어서는, 단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생명 자체가 깎여나가는 것은 이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그 고양이도 마찬가지. 분명 어느 정도는 나이를 먹었겠지, 인간으로 환산하면 노인 정도로."

     루시퍼는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검은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그런가. 늙어서 죽는 건가, 이 고양이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다 그렇다."
    "훗. 너무 연약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군. 바람에 날리는 것만으로도 사라져 버리다니 ......"

     코웃음 치는 루시퍼의 눈동자는, 검은 고양이를 조용히, 신성한 광채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지배하면, 수명을 다하지 않고 ...... 아니, 존재를 다시 써서 상위 존재로서 영원히 살게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 그건......."

     아몬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로 자신이 지옥이 아닌 지상의 주민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리적 거부감이 생겼다. 그것은 더 이상 생명이 아니라고 분명히 생각했다.

    "어이, 아몬"

     고요해진 연구실에 루시퍼의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고양이도 마리안느도, 지배하고 싶으면 지배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오히려 지배를 ...... 내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피해야 할 선택이라고 느껴져."

     마찬가지였다.

     파괴와 살육을 본업으로 삼는 아몬이, 그 선택을 하지 않는 것처럼.

     지배와 명령을 위해 존재하는 루시퍼는, 그 존재의의를 다하지 않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것만으로도, 비를 맞는 것만으로도 모든 물질은 퇴화한다. 색을 잃는다. 나에게는 그것이 ......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을 좋게 여기는 이 땅의 생명체들이 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겠다.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끝을 인정해야만 한다. 하늘에 빛나는 별빛조차도. 이런 것을 인정해도 되는 걸까. 영원으로 삼지 않아도 되는 걸까."

     루시퍼는 숨을 헐떡이는 것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무의식적인 짜증이, 흥미가, 그리고 그 이면의 감정이 넘쳐흐른다.

    "언젠가 썩어 없어질 것을 알면서도 질주하는 것은 분명 아름답지.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나는 닿을 수 없어. 그 빛을 빼앗아 영겁의 감옥에 가두는 것밖에 할 수 없음이 나의 전부라는 것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

     고개를 들어, 황금빛 눈동자는 정면으로 아몬을 바라본다.

    "이건 ...... 내 가슴을 태워버리는, 이것은 뭐라고 하는 거지, 아몬?"

     입을 여는 데는 망설임이 있었다.

     아몬의 머릿속을, 친애하는 교사와 존경해 주는 제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 그 말은, 악마가 입에 올리기에는 너무 동떨어져 있고,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손댈 자격조차 없는 것이야, 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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