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하얀 손가락으로, 그녀는 검은색 킹을 들어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킹을 움직였어......?"
"우리 왕은 이렇게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 피스라운드 양을 왕으로 삼은 건가. 그렇다면 너는 플레이어라는 뜻이렷다."
"맞아. 바둑판 위에 말이 다 갖춰지고 있다. 너도 알다시피, 이미 일곱 개의 금주 중 여섯 개가 마리안느 일행과 접촉했다."
현재 루시퍼가 확인할 수 있는 금주 보유자는 총 6명.
'유성(메테오)'의 금주 보유자, 마리안느 피스라운드.
'격진(퀘이크)'의 금주 보유자, 린.
'열람(템페스트)'의 금주 보유자, 아서 라 타나토스 슈텔트라인.
'작염(이그니스)'의 금주 보유자, 유트밀라 레브 하인차라투스.
'화랑(禍浪, 프룩투스)'의 금주 보유자, 카산드라 젬 아르카디우스.
'역병(몰스)'의 금주 보유자, 하쿠나.
"[역병]은 이미 사망하여 공석이 된 것 같지만 ...... 잠깐. '격진'의 보유권은 아직도 전 성녀가 가지고 있는 건가?"
"희귀한 경우다. 금주의 획득 당시 악마의 인격보다 그녀 자신이 더 적성을 가지고 있었거든. 지금은 숙련도도 높아진 걸 보면 ...... 감금된 채로 몰래 연구하고 있는 것 같다."
체스판에 말을 놓는 소리가 끊겼다.
날카로운 공격을 받은 아몬이, 턱을 긁적이며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남은 마지막 금주 보유자도 막연하게나마 활성 상태인 것은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숙련도로 따지면 마리안느 일행보다 훨씬 높아서, '열람'에 거의 닿았으며 '화랑'에는 필적할 만한 수준이겠지."
"그런가, 그럼 드디어 ......"
고개를 끄덕인 루시퍼는 끓여준 홍차를 우아하게 마셨다.
고양이의 턱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는 모습은 휴가를 즐기는 우아한 아가씨의 모습 그 자체다.
"[칠성사(우르스라그나)]와 금주 보유자는 거울에 비친 것처럼 서로 비슷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쪽도 한꺼번에 온 것이고.......이미 다섯 개의 권능이 마리안느의 앞에 나타났다."
"다섯?"
현재 루시퍼가 확인할 수 있는 칠성사는, 다섯 개의 권능과 네 명의 각성자.
제1천 『개벽(룩스)』의 각성자, 나이트에덴 우르스라그나.
제3천 『불굴(희망)』의 각성자 지크프리트.
제4천 『군신(전쟁)』의 각성자, 로이 미리온아크.
제5천 『혼돈(카오스)』의 각성자 ■■■■■■ ■■■.
제6천 『천공(테오스)』의 각성자, 로이 미리온아크.
"뭐......?"
아몬은 커피잔을 입술에 대고 있던 자세를 유지한 채 완전히 굳어버렸다.
"이 시대의 제4천과 제6천은 중복되어 있다. 문제는 이 두 권능이 너무...... 잘 어울리는 나머지, 한때는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출력이 완전히 본인의 컨트롤을 벗어난 것 같지만......."
"자, 잠깐만, 루시퍼. 네놈의 인식이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는 건가. 금주보유자는 중복되는 일이 없었잖나!?"
그 말에 루시퍼는 고개를 저었다.
"집착하는 듯한 추론은 그만둬, 시간 낭비다."
"......!"
"우리와 저들은 근본적으로 구조가 달라. 본질적으로 앞서 있다느니 뭐니 헛소리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를 토벌하기 위해 겨우 수천 년 만에 만들어낸 날림공사의 구조.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용할 것이다...... 아무리 비참하게 망가진들."
아몬이 방어의 한 수를 던진다.
루시퍼는 아몬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제7천ㅡㅡ즉 우리들 앞을 가로막게 될, '개벽'과 함께 가장 중요한 적대적 존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의외로 우리들 가까이에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확실히 궁지에 몰린 백의 킹을 어떻게든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아몬은, 문득 그렇게 물었다.
"............"
"응? 왜 그러지, 뭔가 아는 게 있는가?"
"본인의 의사를 우선한다."
그 말에 아몬은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대상을 파악하고 있는 말투였기 때문이다.
"설마 접촉한 건가!?"
"후보 정도다. 하지만 저쪽의 의지에 따라서는, 거의 유일무이하겠지."
하지만, 이라고 아몬이 반박하려던 순간.
루시퍼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딱딱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아몬의 입술이 닫혔다. 검은 고양이가 고개를 들어 그의 황금빛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