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부-6.5 별빛-Want Keeping on-(2)
    2023년 05월 17일 18시 36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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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렇게 여러 인간들에게서 그들의 삶의 방식, 사고방식을 배우게 되고, 그럴 때마다 아몬의 가슴은 몹시 따스해지는 것이었다.

    "계산은 일단 이몸이 처리할 테니, 슬슬."
    "아, 안 돼요! 왕립학교의 교사는 촌지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기 때문에, 한쪽이 쏘게 되면 잡혀갈 수도 있어요!"

     부정 입학을 철저히 근절하기 위한 법률이다.

    "우리는 동등하니. 나눠서 내자고요~"
    "아까 아몬 군이라고 불렀던 그 입으로, 잘도 말씀하시는군요."
    "아, 혹시 원망하고 계세요?"
    "아뇨 설마 그럴 리가. 자, 선생님, 짐은 이몸이 들겠습니다."
    "원망하고 있잖아요, 이거!!"

     술에 취해있으면서도, 당황한 표정으로 가방을 건네는 꼬마 여선생.

     그 표정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서야 깨닫고, 아몬은 할 말을 잃었다.

    (......즐거웠다니, 그렇게 느꼈는가, 이 위대한 후작 아몬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가 모든 제한을 없애고 인간으로서의 몸을 버리며 싸운다면, 아마 학교를 파멸로 몰아넣는 것은 쉬울 것이다.

     인간인 척하는 것은 단지 취미에 불과한 것이다. 그날 자신을 불러낸 이 몸의 주인은 바깥에서 살아보고 싶었다는 후회 섞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말에 흥미를 가졌다. 바깥이란 어떤 곳일까.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지만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만 늘어난다.

     본래는 필요 없는데.

     아몬에게 불필요하고, 방해가 되고, 그저 성가신 존재일 뿐인데.

     왜 교사를 하고 있는가. 왜 계속 인간인 척을 하고 있는가.

     답은 명백하다. 하지만 아몬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악마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실례합니다."

     그때, 소용돌이치던 아몬의 생각을 문이 열리는 소리와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끊어놓았다.

    "음, 피스라운드 양......?"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어째선지 검은 고양이를 어깨에 올린 마리안느였다.

     그 고양이는 중앙교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인데,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몬은 고양이가 아니라 마리안느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앗......!"
    "왜 그러지. 이 고양이말인가? 여기 오는 길에 도저히 나와 떨어지지 않아서 말이다. 아마 마리안느가 전에 먹이를 줬던 것 같은데, 그래서 몸에 달라붙었겠지."
    "아니, 그쪽이 아니야!"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마리안느는 그 노란 금색 눈을 아몬에게 향했다.

    "내가.......대악마 루시퍼가 온 것이 그렇게나 신기한가?"

     

     

     

     ◇

     

     

     

     불속성 마법의 연구실.

     마리안느와 아몬은 마주 보는 형태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니.......그곳에 앉아 있는 것은 마리안느의 몸을 빌린 대악마 루시퍼다.

    "먼저 말해두지만, 마리안느 본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정신의 깊은 곳에서는 깨어있는 상태인가."
    "아니, 블레이크블레이드와 무장소녀 마키아벨리즘이 다음 회가 마지막이라고 했더니 잠들고 말았다."
    "그런가......"

     잘 모르는 단어들을 늘어놓자, 아몬은 일단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퍼의 무릎 위에는 고양이가 앉아 지루한 듯 하품을 하고 있다. 설마 자신의 몸을 지배하는 의식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대악마라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고양이는 마리안느의 허벅지에 턱을 대며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 피스라운드 양은 방과 후 속히 하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을 텐데........"
    "문제없다. 분신을 생성해서 하교시켰다. 나도 여기까지는 투명화로 왔고."

     루시퍼와 아몬은 테이블에 체스판을 놓고 대국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정보 교환을 하면서 심심풀이로 하는 것이다.

     아몬의 흰색 퀸이, 루시퍼의 검은색 킹을 향해 다가온다.

    "호오......꽤 하는데. 어디서 배웠나?"
    "독학이다. 교사들끼리 체스 동호회를 만들 기회가 있어서."
    "잘해나가는 것 같군."

     고개를 끄덕이며 황금빛 눈을 가늘게 뜬다.

    "하지만 나 역시, 예의상이나 체면치레로 하고 있는 건 아니라서."
    "의외인데. 너도 체스를 좋아했었다니."
    "애니메이션에서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공부했지."

     마리안느의 얼굴이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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