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4 화 세실리아 양은 도망칠 수 없다2020년 12월 26일 14시 41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26/
멜로디는 렉트에게 이끌려서 댄스홀로 나아갔다.
연주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시작되는 곡은 왈츠. 손을 맞잡고, 허리를 끌어안아서 서로의 고동과 숨결이 들려오는 거리감.
'다행이야~ 이걸로 루시아나 아가씨한테서 벗어났어~ 이젠 댄스가 끝나면 돌아가면 돼.'
연주가 시작되고, 댄스홀에 선 남녀가 손을 맞잡으며 춤춰야 될 때를 기다린다.
렉트의 오른손은 멜로디의 연약해 보이는 등을 만졌고, 멜로디의 왼손은 렉트의 듬직한 오른팔에 기대고 있다. 아직 거리감이 있었던 서로의 허리가 밀착될 정도로 다가가서, 렉트의 심장을 더욱 두근대게 하였다.
'......어, 어쩌지.....첫걸음은 어느 발부터였더라......? 리, 리드, 리드해야 하는데.....얼굴이 새하얗게 되어버려....이런 일, 지금까지.....'
멜로디의 오른손을 쥔 렉트의 왼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것은 당연히 멜로디에게도 전해졌다.
".......렉트 씨?"
멜로디가 이름을 부르자, 렉트는 어느 사이에 숙이고 있었던 얼굴을 들고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데요, 긴장하고 계신가요?"
"아, 아니, 그....."
렉트는 초조해하였다. 설마 지금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본 게 아닐까 해서.
하지만, 둔감함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소녀인 멜로디・웨이브에 한해서 그럴 리는 없었다.
"아, 렉트 씨는 댄스가 서투른 거였네요. 그래서 아까 초대했을 때도 당황하셨구나. 그다지 무도회에 참가하고 싶지 않으신 이유도 알겠어요. 납득이에요. 하지만 괜찮아요. 댄스는 기본만 알면 다음은 즐기기만 하면 돼요."
멜로디는 조금 전까지의 세실리아로서의 영업스마일이 아닌, 평소의 메이드의 미소를 렉트에게 보여주었다.
"뭐, 우리 아가씨에게는 퍼펙트한 댄스를 출 수 있도록 집중교육을 시켜드렸지만요."
혀를 내밀며 짓궂게 미소짓는 멜로디.... 어느 사이엔가 렉트의 왼손의 쓸데없는 힘이 빠져있었다. 딱히 재주좋게 말했던 것도 아닌데, 마음이 무언가로 채워져 나간다.
'......정말,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모양이다.'
"일단 지금은 댄스를 즐겨요. 즐기는 데에 기술은 필요없잖아요?"
".......그래, 그랬지."
"ㅡㅡ어?"
멜로디의 입에서 무심코 소리가 나왔다. (어디까지나 멜로디의 생각이었지만) 댄스가 서투른 렉트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웃었더니, 렉트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준 것이다.
전주가 끝나고, 렉트는 거리낌없이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띄운 미소의 의미를 생각할 틈도 없이, 멜로디는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뒤에서 이를 갈면서 왈츠를 추는 요정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뭐야, 완전 잘 추잖아. 그럼, 조금 전의 긴장은 뭐였대? 후후, 그래도 여기까지 가능하다면 좀 더 전력으로 춰도 괜찮겠네. 왠지 재밌어졌어!'
천사같은 소녀인 멜로디가 댄스홀에 들어온 시점에서 꽤 많은 주목을 모으고 있었는데, 댄스를 추기 시작한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못박혀 있었다.
멜로디와 렉트 페어의,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세련된 춤 때문도 있지만, 매력적인 댄스를 선보이는 두 사람의 바로 옆에서 마치 천사와 완전히 싱크로 된 듯한 요정의 춤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시아나와 맥스웰 페어였다.
그들의 댄스는 멜로디 일행의 댄스를 완전히 카피하고 있었다. 스탭과 턴은 물론, 둥실 떠오르는 스커트가 내려오는 타이밍까지 완전히 일치한 댄스.
천진난만하게 춤추는 천사와, 그걸 따라서 천사와의 한때를 즐기는 가련한 요정.
천사와 요정이 연주하는, 소리없는 하모니는, 그냥 제각각이 춤을 추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그리고 불가사의한 행복함을 보는 사람들에게 주고 있었다.
멜로디와 같이 생활하고, 그녀의 성격을 알고, 그녀에게 댄스를 배우고, 그녀의 호흡을 이해하는 루시아나였기 때문에 가능한 예능이었다.
◆◆◆
그 와중에, 세상에는 운 나쁜 사람이란 것이 정말 있는 모양인지, 천사와 요정의 날개짓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2인조가 존재하였다.
"하아, 정말 모두들 댄스 요청을 너무 많이 했어요. 덕분에 루시아나하고 대화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잖아요."
"나한테 불평하지 마. 나도 루시아나와 댄스를 추고 싶었다고. 뭐 줄을 선 미소녀들과의 댄스가 즐겁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본래의 목표와는 대화도 못했다고?"
"잠깐, 기분 나쁘게 네 취향 이야기 따위 하지 말아줄래?"
"취향 정도는 아니잖아? 애초에 미인에게 댄스를 권하는 건 신사의 소양이라고!"
"그래요. 그럼 숙녀가 화장을 고치는 곳까지 쫓아온 것도 태자 전하의 소양이라는 말이시옵니까? 호오, 몰랐었네요.....기분 나빠."
"잠까아아아아안!? 이상한 트집은 그만둬 줄래!? 나도 무도회가 시작되고 나서 계속 춤만 추는 바람에 화장실도 못 갔다니까! 일부러 널 따라온 건 아니라고!"
"그럼 조금은 시간차를 두고 오지 그랬어! 지금도 함께 손 씻으러 가버렸으니, 폐하께서 '너희들, 역시 사이가 너무 좋은 게 아닌가?' 라고 이상한 걱정하시잖아!"
"그걸 말하자면 나도 어마마마께서 "어, 어머......한 시간, 아니 어떻게든 두 시간 정도는 나와 폐하가 버텨볼게요. 되도록 빨리 돌아와야 해요. 제, 제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답니다. 정식으로 결정되기 전까진.....후, 후계자가 생기면 역시 평판이 나빠지니 말이에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걱정을 하신 거였을까!? 어이, 뭘 걱정한 걸까!?"
"기분 나빠! 너, 나한테 뭘 할 셈이었던 거야! 변태! 해삼! 말미잘!"
"내 탓이 아닌데!? 나만의 탓이 아닌데!?"
"이젠 싫어. 빨리 무도회장으로 돌아가서 루시아나가 있는 곳으로 갈래. 슬슬 그 이벤트가 시작될 테니까, 나도 루시아나와.....크흐흐."
".....지금 얼굴, 거울로 한번 보라고. 그리고 나한테 기분 나쁘다고 말했던 걸 정정해. 그런데. 그런가, 슬슬 그 이벤트가 시작될 무렵인가.....그거, 난 참가하고 싶지 않은데."
"어머, 제대로 참가하라고. 그건 일부 여성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니까."
"우웨엑.....폐녀자들 쪽이겠지?"
예상치 못한 생리현상 때문에. 태자인 크리스토퍼와 후작영애 안네마리는 지금 제일 환상적이고 우아한 광경을 못 보고 말았다.
◆◆◆
터져 나오는 환성과 그치지 않는 박수.
서로 마주 본 멜로디와 렉트는, 숨을 몰아쉬면서 연주의 종료와 함께 신사숙녀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저기, 렉트 씨, 고마웠, 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숨을 몰아쉬며 감사를 표하는 멜로디. 그녀의 볼에 작은 땀방울이 맺혔다.
".....그래."
그 모습에 두근하고 마음이 흔들린 렉트는 조금 전 까지와 모습과는 다르게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렸다. '어라, 원래대로 돌아와 버렸어.' 라며, 멜로디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대단한 환성이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음......아,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것보다도 댄스가 끝난 지금, 할 일은 단 하나.
ㅡㅡ몰래 이 자리에서 떠나가는 것이었다.
"저기, 렉트 씨ㅡㅡ"
"모여주신 신사숙녀 여러분!"
마주 보며 렉트에게 이후의 취지를 전달하려던 때, 멜로디의 목소리를 뒤덮듯이 무도회의 사회자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 정말! 도대체 뭐야!?'
약간 기분 나쁘듯이 사회자 쪽을 돌아보는 멜로디. 렉트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모두가 일제히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지금 그녀가 소리를 내면 모두에게 들려버린다.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회자가 말한 내용은 멜로디로선 전혀 예상 밖의 내용이었다.
"이번 봄의 무도회를 즐기고 계십니까? 잘 아는 남녀, 처음 만난 남녀 모두 즐겁게 춤추는 이 무도회이지만, 이번 한 곡만은 취향을 바꿔서 즐겨주십시오. 봄의 무도회의 주역은 올해에 사교계 데뷔를 한 왕립학교의 신입생들입니다. 동급생과 사이가 좋아지려면 댄스가 제격. 하지만, 그 상대가 이성 뿐이라는 것도 섭섭하지 않습니까. 자, 숙녀 여러분, 이 한 곡만은 남자 파트에서 춤춰보고 싶지 않습니까? 신사 여러분, 이 한 곡에서만 여자 파트를 맡아서, 다음 댄스에 활용해 보면 어떻습니까? 봄의 무도회 전용, '동성커플댄스' 가 시작됩니다!"
'뭐어어!? 뭐야 그거, 그런 건 처음 들었는데!?'
"그런가, 벌써 그런 시간이었나."
"에엣! 레, 렉트 씨, 이거 알고 계셨나요!?"
"안다기 보다, 매년 하는 연례행사니까."
"연례행사! 저, 저기, 저 여기엔 참가하지 못할 것 같으니 슬슬 돌아가ㅡ꺄악."
급히 퇴장하겠다고 말하려던 멜로디의 손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그 손을 잡으며 미소짓고 있는 건ㅡㅡ루시아나였다.
"아.......어...저, 저기......"
"자, 저와 춤추시겠어요, 메......가 아니라 세실리아님."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답할 사이도 없이, 멜로디는 루시아나에게 이끌려, 렉트에게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보다 이젠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할 수 없다.
"저기~, 저희들도 춤출까요? 렉티아스 공....."
".......아, 그래. 그렇지, 요. 춤추다 보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아, 제가 여자 파트여도 상관없어요."
"감사합니다. 역시 여자 파트는 춤추는 법을 몰라서요."
갑작스레 생긴 일을 따라가지 못했던 미남 두 명은, 손에 손을 잡고 댄스를 시작하였다.
'뭐, 뭐어, 일단은 주종관계이니, 막 다루지는 않겠지...."
사실 루시아나가 멜로디의 손을 잡는 순간, 렉트를 홱 노려보았었다.
그 패기는 렉트를 겁먹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렉트의 연심이 불타오르기엔 아직 시간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
" '동성커플댄스' 는 분명 히로인이 누구와 춤추느냐로 다음 스토리가 변화하는 이벤트였지?"
"그래, 예를 들어 입학식에서 알게된 친구들과 춤추면 우정 스탯이 올라가서 그녀들의 지원이 늘어나고. 악역영애인 나와 춤추면 라이벌 스탯이 낮춰져서 난이도가 떨어져. 어떤 식으로 게임을 진행할 것이냐에 따라 춤추는 상대를 선택하는 게 특징이야."
"그런데 덤으로 나오게 되는 남자 페어에 폐녀자들이 흥분한다며......"
"히로인이 고른 상대에 따라서 남자 페어도 바뀌고, 제각기 스틸 컷도 있어. 덕분에 이 게임은 어둠의 2차 창작도 꽤 인기 있었지. 난 그다지 흥미없었지만 맥크리라는 장르가 꽤나 인기......"
"크리라니 누구! 크리라니 누구야!? 아니지, 아니겠지!?"
"난 렉트님이 나온다면 맥크리여도 참아줄 수 있는걸?"
"그만둬어어어어어어어어어!"
진심으로 싫어하는 크리스토퍼를 보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안네마리였다.
설마 지금 댄스홀에서 맥크리같은 댄스가 열리고 있다는 건 모른 채로.
접대 댄스에 전념하여 지쳐있었던 두 사람은, 스케줄을 약간 착각해버려서 '동성커플댄스' 이벤트가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728x90'연애(판타지) > 히로인? 성녀? 아니요, 올 워크스(ALL WORKS) 메이드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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