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22 화 천사의 반칙기는 모든 것을 격침시킨다
    2020년 12월 25일 21시 27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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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24/




     테오라스 왕국의 무도회에선 주로 '왈츠' 라고 불리는 댄스를 추고 있다.

     일본어로는 '원무곡' 이라고 표기되는 그것은, 그 이름대로 댄스에 우아한 회전을 넣은 것이며, 단순한 3박자의 리듬의 스텝이면서도, 무도회에선 꽤 보기 좋은 댄스였다.


     남녀의 물리적거리가 가깝다는 것도 매력적이고, 귀족 남녀가 걱정없이 서로 만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매력적인 여성이 있다면 남자 쪽에서 댄스를 권하고,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면 여자들은 댄스를 추고 싶은 남자에게로 모여드는데 어떤 사람은 슬쩍 손을 가까이대며 어떤 사람은 눈짓을 보내기도 한다.

     그것이 무도회이며, 그것이 귀족의 관습이며....그것이 태자 크리스토퍼와 후작영애 안네마리에게 주어진 슬픈 현실이기도 했다.


     '루시아나가 있는 곳으로 보내줘어어어어어어어!'


     마음 속으로 졀규하여도 두 사람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무도회가 시작되고 나서 두 사람은 계속 우아한 회전을 보여주고 있었다.

     휴식 구역에서 친구들과 환담을 나누는 루시아나, 맥스웰과는 대조적이다. 두 사람의 계급이 그들의 자유를 빼앗고 있었다.


     그래서, 이 무도회 회장에 요정희에 밀리지 않을, 자칫하면 크게 상회하는 신비로운 천사가 강림한 것을 두 사람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



     클라우드 일행에게 자기소개를 끝낸 멜로디와 렉트는 다음의 난관, 마리안나를 모함한 부인 그룹에게 인사를 하였다.

     마리안나에게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멜로디였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조차도 멜로디의 정체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네. 렉티아스, 당신 이런 멋진 아이가 있었다면 좀 더 빨리 소개해줬어야했어."


     가볍게 볼을 부풀리면서 토라진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사람은 클라우드의 누나, 다시 말해 멜로디의 숙모에 해당하는 여성인 크리스티나다.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레긴바스 가문 특유의 은발이 특징적인 아름다운 귀부인.


     "아니요, 그녀와는 막 알게 된 참입니다. 그리고 귀족이 아니어서 이런 자리에 나오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구요."


     "걸맞지 않게 이런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정말 영광이에요."


     렉트는 크리스티나를 견제했다. 이번이 첫 소개였던 것은 아직 만날 틈도 없었기 때문이고, 그녀는 귀족이 아니니 무도회에 나오는 건 이것 뿐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말한 것이다.


     "어머어머, 막 알게 된 여자를 파트너로 고르고 우리들에게 소개하다니, 렉티어스 씨는 진심인가 보네요. 그렇네요, 다음에도 출석하려면 그에 맞는 자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우후후, 어떻게 할까요......?"


     크리스티나의 옆에 서 있는 단아한 여성, 지오락의 부인 하우메아가 렉트의 견제를 우아하게 되받아쳤다. 렉트의 말은 어떤 의미로 오히려 정반대의 뜻으로 그의 가슴을 찔러버렸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렉트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린다.


     "렉트 씨, 왜 그런가요?"


     "아, 아니, 아무 일도 아니다...."


     렉트의 왼뺨에 식은땀이 솟았다.


     '젠장, 그래서 누구도 파트너로서 데리고 오고 싶지 않았는데.'


     오른손을 거머쥐며, 밖에서는 모를 정도로만 어금니를 깨문다. 그 정도는 본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크리스티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염려하는 게 다 들켰네, 렉티아스. 이런 귀여운 애와 아는 사이였으면서 나와 클라우드에게 소개하지 않았다니 용서할 수 없는 폭거야. 후후후, 오늘밤은 철저하게 놀려줘야겠어. 그렇게 상냥하게 팔짱을 끼워놓고서, 그렇게 천천히 보폭을 맞춰놓고서 설마 아무 일도 생각하지 않는 일은 없겠지? 크크크, 오늘밤은 오랜만에 즐거운 무도회가 될 것 같아!'


     부채로 얼굴의 반을 가린 크리스티나는 입가를 싱긋하며 구부렸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크리스티나 일행과 대면하는 렉트와는 틀리게, 멜로디는 전혀 틀린 곳에서 내심 조마조마하고 있었다.


     ......조금 전, 한번......루시아나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마리안나 일행보다 약간 안의 테이블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던 루시아나.

     순간적으로 눈을 돌리려고 한 멜로디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루시아나 쪽이 먼저 눈을 돌렸다.


     '......어? 어어? 설마.......누, 눈치챈 건......아니겠지?'


     크리스티나 일행과 대화하는 사이에도 흘끗거리며 이쪽에 보내는 시선에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어머, 그럼 한눈에 보고 골랐다, 는 말이네요. 멋져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


     "그럼 그녀를 꼬드겨서 초대하려고 생각한 거네요. 로맨틱하네요."


     "아뇨, 그러니까 그런 일이 아니라....."


     ""정말, 여간내기가 아닌거얼.""


     "......"


     뭐라 대답해도 크리스티나와 하우메아는 일부러 렉트의 말을 왜곡해서 그를 몰아세웠다.

     당사자인 멜로디는, 루시아나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세 사람의 공방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그, 그래 세실리아 씨. 괜찮으면 내 딸을 소개시켜줄게. 싹싹하고 좋은 애란다?"


     "ㅡㅡ네?"


     대화에 따라가지 못했던 마리안나가 멜로디에게 기습을 걸었다.

     그 약간의 틈에 슬쩍 들어온 것은 크리스티나였다.


     "그거 좋겠네요. 하우메아님도 맥스웰님을 소개시켜주는 건 어떤가요?"


     이 두 사람, '미남미녀와 대면시켜서 서로를 질투시키는 작전' 같은 놀이를 생각해낸 모양이다. 오늘밤은 철저하게 렉트로 놀아볼 생각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에 제일 동요한 사람은, 물론 멜로디였다.


     '루시아나 아가씨와 맥스 씨라니 최악의 조합이야!'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도망쳐야 하는데! ㅡㅡ라고 생각한 순간, 무도회장의 음악이 멈췄다.

     일시적인 정숙. 이것의 의미하는 점은 딱 하나.

     댄스가 끝나고, 다음 댄스를 시작하기 위한 짧은 인터벌.


     '이, 이것밖에 없어!'


     "그럼, 루시아나를 불러서ㅡㅡ"


     "저, 저기!"

     

     멜로디가 오늘 처음으로 회장에서 소리를 내었다.

     그걸 들은 세 사람과 렉트는 약간 당황해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렉트를 포함한 전원이 숨을 삼켰다.



     "저, 저기, 렉트 씨.....댄스.....같이 하실래요?"



     렉트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면서, 볼을 상기시키며 올려다보며 말하는 가련한 천사의 속삭임을 보고.....댄스의 매너와, 영애의 매너는 이렇다 하는 잔소리를 칠 야만스러운 인간은 이 자리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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