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0 화 무도회에 내려온 천사2020년 12월 25일 00시 59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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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장에 있는 세 개의 문. 개최 직전까지 전부 열려있던 문도 지금은 닫혀지고, 무도회의 방해가 안되도록, 늦게 오는 자들이 죄송해 할 정도로만 열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작은 문이 열린 것에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건 다행일지도 모른다. 대대적으로 문이 열리며 시선이 집중되었다면, 무도회는 도중에 좌절되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럴 정도로, 작은 문에서 나타난 한 쌍의 남녀가 지나간 뒷쪽은 정숙에 휩싸여 있었다.....
◆◆◆
무도회가 시작한 지 몇 시간 후.
재상보좌인 클라우드・레긴바스 백작은 상사인 지오락과 부하인 휴즈와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처음로 대화해봤는데, 휴즈는 호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일에 대한 자세에 꽤 배울 점이 있어서, 이거라면 이후로도 재상부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하고 내심 수긍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도로, 클라우드는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그가 본 것은 휴식 구역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세 그룹.
지오락의 부인 하우메아, 휴즈의 부인 마리안나, 그리고 클라우드의 누나 크리스티나의 부인 그룹. 루시아나 일행의 데뷔탕트 소녀그룹. 그리고 맥스웰 일행의 소년 그룹이다.
'......세레나가 살아있었다면, 부인 그룹에 끼여서 웃고 있었을까? 누님이라면 좋은 이해자가 되어주었을 텐데. 그리고, 딸을 찾았더라면 휴즈 공의 딸과 지오락님이 아들과도 좋은 친구가....아니, 아무리 각하의 아들이라 해도 딸은 안 줄 거지만!'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은 알 수 없도록 최소한의 한숨을 쉬었다.
'바로 발견될 거라 생각했는데 꽤 잘 안되는군. 자식으로 들였다면 새로운 이름을 줄 셈이었는데, 아직도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가. .......발견하기만 하면, 분명 올해의 무도회에서 주역이었겠지. 렉트에게 에스코트를 맡겨두면 쓸데없는 벌레도 안 붙을 거고......그건 그렇고, 렉트 녀석 늦지 않나?'
작은 문 쪽으로 시선을 흘끗 주었다. 그러자 타이밍 좋게 문이 열렸다.
'이제야 왔는가? 조금 늦는다고는 들었지만.....이렇게나 늦었는데 파트너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부인들을 전부 떠맡겨 버릴 테다.'
조금 기다리자 다른 참가자보다 주먹 하나 정도 큰 위치에 새빨간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무도회장에 들어온 건 기사작인 렉티아스・프로드가 틀림없는 모양이다.
"오? 저건 렉티아스인가?"
"그런 듯 합니다, 각하."
지오락도 렉트를 발견한 모양이다. 셋이서 그가 나타나는 걸 기다린다.
거기서 휴즈가 어떤 위화감을 눈치챘다.
"....아무래도, 저쪽이 꽤 조용하네요."
작은 문 쪽 방향에서 웅성임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조용함은 이쪽으로 향하는 것처럼 퍼져나갔다. 내심 고개를 갸웃하는 세 명.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의 앞에 정숙의 원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 이제야 렉트가 왔구......"
"저 분이 렉트 공입니까. 이야 꽤 미남이......"
".................."
클라우드는 말을 꺼낼 수 조차 없었다.
눈앞에, 그의 눈앞에.....16년 동안 애태우고 재회를 꿈꿔왔던.....사랑하는 세레나가 있었다.
클라우드의 앞에서 렉트는 기사의 예를 취했다. 옆의 소녀도 마찬가지로 숙녀의 인사를 보여주었다.
어떻게든 자아를 되찾은 클라우드는, 고개를 숙인 소녀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니다. 세레나가......아냐. 왜 그녀를 세레나로 생각하고 만 것일까. 그녀는 세레나와 닮았어도 닮지 않은, 예쁜 금발의 소녀일 뿐인데.....'
렉트가 데리고 온 사람은 금발적안의 어여쁜 소녀.
경국의 미희 안네마리와, 요정희 루시아나에게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진짜 아름다운 소녀였다.
몸에 걸친 것은 순백을 기조로 한 긴소매 드레스. 군데군데에 장식된 은장식이, 그녀의 청초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었다.
어깨에서 허리까지 늘어진 정교한 레이스가 들어간 케이프는 그녀가 걸을 때마다 유려하게 흔들린다.
마치, 천사의 날개처럼...
"늦어버려서 죄송합니다. 렉티아스・프로드, 이제 왔습니다."
"그, 그래....."
클라우드는 아직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먼저 제정신을 되찾은 건 지오락이었다.
"오, 늦은 보람이 있는 모양이었구나, 렉티아스. 그래서, 그 정말 예쁜 아가씨는 누구신가?"
지오락이 묻자, 소녀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처음 뵙겠어요. 제 이름은 메......세실리아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아."
클라우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실리아......그건 아직 자기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이름.
언젠가 재회할 딸에게 주려고, 마음속으로 정하고 있던 이름이었다.....
◆◆◆
ㅡㅡ시간을 조금 되감아서.
"저기, 렉트 씨. 지금 어디로 향한다고 말하셨나요?"
렉트와 멜로디가 탄 마차가 출발한 후 거의 20분. 멜로디는 조금 전 렉트가 말했던 목적지의 이름을 받아들 수 없어하였다.
그녀에게서 얼굴을 돌리며, 렉트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왕성이다."
"........저기, 왜 왕성으로 가는 건가요? 하지만, 조그만 파티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왕성에서 열리는 조그만....봄의 무도회."
"오, 왕성에서 열리는 조그만......전혀 조그맣지 않잖아요! 봄의 무도회라면 우리 아가씨도 데뷔탕트로 참가하는 피로연 파티라구요! 왜 그런 장소로 가는 건가요!"
"음......상사가 파트너와 같이 나오라고 시끄러워서 말이야."
'소, 소, 속았다아아아아!? 어쩌지!'
조그만 파티라고 들었을 텐데, 어쩌다가 국내 삼대 무도회의 하나에 참가하게 되었다. 멜로디에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하지만ㅡㅡ.
렉트도 렉트지만, 왜 눈치채지 못하는 거냐, 멜로디....
'주인이 나오는 파티에 참가하는 메이드 따윈 들어본 적도 없다구요!'
"저기, 전 역시 이 파티에는 참석할 수 없ㅡㅡ"
"포라가 널 위해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만든 케이프."
"웃!?"
"드레스의 어레인지를 위해 집에도 안 돌아가고, 이틀이나 철야한 모양이더라."
'치, 치사해, 이 사람!'
"크우웃! 그래도, 이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아가씨에게 들켜버려요."
"아니, 누구도 너라고 알지 못할 텐데? 그.....평소와 전혀 틀린 얼굴이니....."
렉트는 그렇게 말하며 귀밑까지 새빨개졌다.
"물러, 무르다구요, 렉트 씨. 화장 따윈 남자를 속이기 위한 가면에 불과해요. 남자는 속아도 여자한테는 안 통한다구요!"
"그, 그런 거였나......?"
"포라의 화장은 헐리우드 급으로 대단하니 조금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모시고 있는 가족 분들과 만나면 어떻게 될지....."
"헐리우드? 흠, 그럼 가발이라도 쓸까? 아니, 하지만 모처럼 세팅한 예쁜 머리카락을 숨기는 것도....."
"가발? ......그래! 그럼, 머리의 색을 바꾸면 되겠네!"
"어, 어이, 갑자기 일어나지 마!"
무엇을 떠올렸는지 멜로디가 마차 안에서 일어서서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다가 도중에 정지하였다.
"하지만, 무슨 색이 좋을까?"
거기서 눈에 들어온 것은 렉트의 불타는 듯한 심홍의 머리와, 호박같이 예쁜 금색 눈동자였다.
"........응, 그럼 그렇게 해야지. 내 몸의 색은 자유자재 [아르고바레-노] "
"..........뭐?"
주문과 함께 둥실 떠오른 머리카락은, 모두 내려올 무렵에는 렉트의 눈동자와 비슷한 금발로 변해이었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감겨있던 눈꺼풀을 뜨자, 검은 눈동자는 사라지고 렉트의 머리색과 비슷한 붉은 눈동자로 변해있었다.
"저기, 눈동자 색은 제대로 변했으려나? 거울은......없네. 어쩔 수 없지, 렉트 씨 잠깐 실례할게요."
"뭐, 뭐야!? 가, 가깝다고!"
"잠깐만이에요. ......음, 예쁘게 렉트 씨의 색으로 물들었네."
"내, 내 색!?"
거울을 갖고 있지 않았던 멜로디는, 렉트의 얼굴에 그 예쁜 얼굴을 들이대어서 그의 눈동자에 비쳐진 자기 모습을 보았다.
조금은 더 의식해 줬으면 한다.....분명 포라가 봤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카메라가 없는 이 세계에선 머리와 눈색깔이 바뀐 것 만으로도 상당한 변장이 될 거야. 포라의 화장도 있으니, 아마 아가씨도 내가 출석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 웬만큼 제대로 보지 않는 한 이걸로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해. 일단 날 알 것 같은 사람한테는 다가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해.....'
"그건 마법인가? 그런 마법이 있었다니 몰랐네....."
"일단 이거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그런데 렉트 씨, 절 속이면서 무도회에 데려가려 한 일은 반성해주세요."
"미, 미안하다. 솔직히 말하면 같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제대로 솔직히 말해줬으면 좀 더 여러가지 재택도 세웠을 텐데. 이런 일은 이번만으로 해줘야 해요?"
"그래, 미안하다."
렉트는 멜로디에게 싶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멜로디는 그런 렉트의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알겠어요. 이 일로 화내는 건 여기까지로 할게요. 모처럼 메이크업을 해준 포라를 위해서도 별 일 없게 무도회에 참가하도록 해요. 되도록 눈에 띄지 마세요!"
"그래, 그러지."
멜로디른 모른다.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많은 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지를.
멜로디는 모른다. 렉트가 향하는 곳에는 휴즈를 비롯한 루틀버그 가문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멜로디는 모른다. 설마, 렉트의 직속 상사가.....실제 아버지라는 것을.
멜로디는 모른다. 설마, 봄의 무도회에서 그런 처참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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