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 화 메이드를 데리고 향한 곳은....2020년 12월 23일 20시 05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18/
렉트가 퇴근하기 조금 전, 멜로디는 지금 막 알게 된 메이드인 포라에게 이끌려 렉트의 저택을 방문하고 있었다.
"목욕탕의 준비가 되었으니까 들어가!"
"저기, 전, 괜찮으......"
"예예. 그럼 빨리 옷을 벗어줘. 바로 세탁해 줄 테니까!"
"꺄아!? 저기, 그러니까 전 괜찮다구요! 아, 아니! 스스로, 스스로 벗을게요!"
.....귀여운 메이드가 사랑스러운 메이드의 옷을 벗기는 장면은 유감스럽게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
그날, 멜로디는 한가했다.....아니, 한가해져버린 것이었다.
오랜만에 한데 모인 루틀버그 가문 사람들이, 세상에나 외식을 하러 나가고 말았다. 왕도에 부임하면서 지원금을 지급받은 백작이, 루시아나의 입학 축하를 겸해서 한턱 쏜다는 것이다.
소중한 메이드의 일거리가 줄어든다! ㅡㅡ라며 멜로디는 맹렬한 반발.....을 할 수는 없어서, 미소지으며 배웅하였다.
갑자기 한가해진 멜로디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장보기의 준비도 겸해서 어떤 상점을 방문하였는데,
"꺄앗!?"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죄송해요!"
평민구역과 귀족구역의 경계에 서 있는 그 가게에서, 새로운 조미료를 찾아보고 있던 멜로디의 얼굴에 갑자기 시큼한 과일식초를 뒤집어 쓴 것이다
미리 감았던 눈을 떠보자, 옆에서 과일식초를 보고 있던 메이드 소녀가 새파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아줌마~! 이 과일식초, 향기 좀 확인해도 돼~?" 라는 큰 목소리가 들린 걸로 보아, 병의 뚜껑을 열 때에 기세좋게 내용물을 엎지른 모양이다.
뭐 온몸이 식초에 젖어버렸지만, 사고이니 어쩔 수 없다. 본인도 진지하게 사과하고 있으니 여기선 원만하게 끝내자.
그렇게 생각한 멜로디는 "괜찮아요." 라고 대답하고서 그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엇갈리듯이 지나려 하자 포라에게 팔을 붙잡혀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아니아니아니! 이 상황에서 그대로 돌려보내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잖아! 우리 저택에 와줘! 목욕을 준비해주고 그 옷도 바로 세탁해줄게!"
"네? 저기, 전 괜찮은데요?"
사실, 멜로디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와 얼굴은 씻으면 되고, 옷의 냄새도 바로 빠질 것이다. 무엇보다, 멜로디의 메이드복은 마법에 의한 오염방지효과 덕분에 가만 내버려둬도 자연스레 깔끔해지기 때문에 전혀 문제 없었지만......포라는 그 사실을 모른다.
"아줌마, 미안! 내가 저질렀으니까 이 애를 저택에 데려갈게! 미안하지만 대금은 내일 지불하러 올 거니까!"
포라는 멜로디의 말을 듣지도 않고 가게의 아줌마에게 과일식초의 빈 병을 건네주고는 멜로디를 렉트의 저택으로 데리고 가버렸다. 너무 억지라서 거절할 틈도 없었다...
"그럼, 바로 씻고 말릴 테니까 욕조에서 천천히 있어!"
메이드복을 강제로 벗겨진 멜로디는, 목욕탕의 앞에서 당분간 멍하게 서 있었다.
한편, 멜로디에게 과일식초를 엎지르고 만 포라는 내심 당황하였다.
'우와, 질 좋은 메이드복....십중팔구 고위귀족의 파라메이드겠네. 일단 욕조에 들어가게 하고, 옷을 세탁하고, 다시 한번 사과를....반드시 용서를 받아야만 해!'
파라메이드란 주로 접객ㅡㅡ주인이 초대한 손님의 시중을 드는 메이드다. 그 때문에 요령이 좋고 겉모습이 출중한 여자가 이 일을 맡는 편이다.
어쩔 수 없이 욕조에 들어간 멜로디는, 어느 사이에 욕조 안에서 편히 쉬고 있었다.
어깨까지 몸을 담그며 발을 뻗고, 볼을 상기시키며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는다.
사실 이렇게 느긋하게 욕조에 들어간 건 전생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 [안네리-레] 해제. 가끔은 진짜 자신으로 돌아가도 되겠지?"
머리카락과 눈을 검게 물들이는 마법을 무심코 해제해버릴 정도로... 욕조의 릴렉스 효과는 무섭다.
욕조에 잠기면서 아버지에게서 이어받은 은발을 매만진다. 수면이 비친 유리색 눈동자를 바라보니, 돌아간 어머니의 모습을 느껴져서 멜로디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오랜만이네요, 어머니. 저, 메이드가 되었어요.....'
온몸이 뜨겁게 달구어져서 나른한 한숨을 쉰 멜로디가 천천히 욕조에서 나왔다. 문의 옆에는 작은 선반이 놓여져 있어서 그 위에 몸을 닦기 위한 천이 준비되어 있었다.
천을 들어서 넓게 펴고 먼저 머리카락부터 닦으려 한 그 때ㅡㅡ.
철컥하는 소리가 나고, 목욕탕의 문이 열렸다.
"ㅡㅡ아?"
"ㅡㅡ엥?"
돌아보자, 그곳에는 키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알몸으로.
사고가 정지한다....이 사람은 누구? 어째서 이곳에?
수치심보다도 먼저 의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몇 초 뿐. 눈앞에 선 남자의 한마디로, 멜로디는 비명을 질렀다.
"ㅡㅡ아름다운, 천사다....."
정신을 차렸다. 남자는 목에서 꿀꺽하는 소리를 내며, 그 시선을 멜로디의 목에서 가슴, 그리고 더욱 아래ㅡㅡ.
"시, 싫어어어어어! 모든 것을 망각의 저편으로! [디멘티카-테] !"
즉시 뻗은 오른손에서 한순간, 화악 하는 소리를 내며 흰 섬광이 나왔다. 얼굴에 그걸 맞은 남자는 한순간 의식을 잃고, 아무 저항도 없이 위를 향하여 쓰러졌다.
망각의 마법 [기억소거] ㅡㅡ그건 일격으로 뇌를 쇼트시켜서 마법행사 전후의 기억을 불명확한 것으로 만드는 전기쇼크 마법이었다.
남자에게서 눈을 돌리고, 멜로디는 가슴에 천을 누르며 주저앉고 말았다.
메이드에 정진하였던 멜로디는, 전생이나 현생에서 남자 경험이 전무하였다. 거기다 자신의 알몸을 보여진 경험도, 성인나자의 알몸을 본 일도 없었다.
'어차피 쓰러질 거라면 엎어져서 쓰러지지!'
이윽고 타닥타닥하고 서두르는 듯한 발소리가 들리자 멜로디는 지금이 모습을 눈치챘다.
아직 머리가 은색이다ㅡㅡ라고.
"내, 내 몸을 검게 물들여라 [안네리-제] !"
"왜 그래!? 멜로디, 괜찮ㅡㅡ아앗, 주인님!?"
"으, 응. 난 괜찮아......주인님?"
포라가 달려오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머리와 눈동자 색을 검게 물들인 멜로디는, 눈앞에 누워있는 남자야말로 이 저택의 주인, 렉티아스・프로드라는 걸 이때 알게 되었다.
◆◆◆
뿌옇게 의식이 돌아와서 눈을 뜬 렉트는 눈앞의 광경에 내심 눈을 부릅떴다.
".......아가씨?"
은발고 유리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자고 있는 렉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은발과 유리색은 렉트가 모시는 분인 레긴바스 백작의 딸인 세레스티 양의 특징이다.
어느 쪽도 드문 색이었기 때문에, 그 외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제야 찾았습니다, 아가씨."
안도의 표정을 띄우면서, 렉트는 소녀의 얼굴에 손을 뻗으려고 하였는데ㅡㅡ.
"........아가씨?"
불가사의한 귀여운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뻗으려던 손이 뚝 멈췄다. 시야가 환해지고 다시금 눈앞의 소녀를 보니, 그곳에 있던 건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의 귀여운 소녀였다.
아무래도 발견되지 않는 영애를 생각한 나머지 꿈에도 나온 모양이다.
하지만, 이 소녀는 본 기억이......?
눈앞의 소녀는 걱정하는 듯 렉트를 보았다.
"저기, 자기의 이름, 말할 수 있나요?"
"......그 정도는 말할 수 있는데?"
"말해보세요."
"왜냐? 딱히 그런 건ㅡㅡ"
"부탁드려요."
"......렉티아스・프로드다."
들은 대로 이름을 말하자, 소녀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뱉고는 "후유증은 없어보여. 다행이야." 라며 상냥한 미소를 보여줬다.
거기서 렉트는 눈치챘다. 아, 이 소녀는ㅡㅡ.
미소를 보이던 소녀는, 무언가를 눈치채고 고개를 붉게 물들였다.
그 모습에 렉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그.....저는 기억하시나요....."
".....그래, 기억하고 있지."
"ㅡㅡ!?"
기억한다고 말한 순간, 소녀는 조금 전 이상으로 얼굴을 붉히고 굳어져 버렸다.
"분명, 트렌디바레스에서 왕도로 가는 마차정류장을 찾던 애였지?"
"ㅡㅡ네?"
"아니었나? 미안. 분명 그럴 거라ㅡㅡ"
"네? 아니요, 맞긴 한데.....음? 어째서 당신이 그걸 알고.....아! 정류소를 가르쳐줬던 오빠!?"
왠지 안절부절 못하며 당황하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렉트는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저택의 응접실에서 잤던 모양이다. 거기다가, 어느 사이에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모양이다.....기억이 안난다.
"......그런데 왜 네가 우리 저택에 왔지? 그리고 어째서 난 이런 곳에 있는 거고?"
"네!? 그건.....그......"
렉트가 트렌디바레스에서 만났던 소녀ㅡㅡ멜로디는 다시금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왜 저럴까 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렉트에게 대답해준 사람은, 기세좋게 문을 열었던 포라였다.
"아, 일어났나요? 주인님."
"그래, 포라인가. .......무슨 일 있었나?"
"......아니요, 딱히."
렉트가 바라본 끝에는 티세트를 운반해오는 포라가 있었다.....하지만, 왠지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을 렉트에게 보내고 있었다. 약간 혐오와 모멸이 포함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잠시 후에 포라는 평소의 모습대로 돌아갔다. 티세트를 테이블에 놓고 렉트와 멜로디 사이에 앉아서, 오른손을 슬며시 멜로디에게로 향했다.
"주인님, 이쪽은 최근 알게 된 제 친구인 멜로디예요."
"저기, 멜로디・웨이브예요. 잘 부탁드릴게요."
포라에게 소개받은 멜로디는 서둘러 일어서서 짧게 심호흡하고서 카테시를 보여주었다.
"내 이름은 렉티아스・프로드다. ......렉트로 불러도 상관없어."
"예, 렉트님."
".......님도 붙일 필요 없어."
"예, 그럼.....렉트 씨?"
"그걸로 됐어."
"알겠어요, 렉트 씨."
멜로디가 순진무구한 미소를 보여주자, 렉트는 표정에 드러내진 않았지만 자기 심자이 크게 두근대는 걸 느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들은 여기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거지?"
"잊으셨나요? 방금, 제 친구를 소개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주인님께서 '응접실에서 대화하자' 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말, 했던가?"
"말씀하셨다구요! 그런데 주인님도 참 갈아입고서 응접실에 온 순간에 잠드시다니. 어지간히 피곤하셨나 보네요."
"그, 그랬나.....?"
"그랬다구요! 한 시간 정도 잠드셨다구요."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심신이 피로해졌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 매우 중요한......아니, 좋은 걸 본 느낌이 드는데.....떠올르지 않는다.'
"솔직히 잘 생각은 안 나지만, 그 정도로 피곤했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기다리게 만든 모양이니 미안했어."
"아, 아니요! 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멜로디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들며 렉트의 낌새를 다시금 확인했다.
'다행이야. 정말로 기억하지 않는 모양이네.....'
'흥, 기억하고 있다면 접시로 때려주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불필요한 모양이네.'
당연한 말이지만, 포라의 설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일단, 목욕탕에서 일어난 일은 포라와 멜로디 두 사람만의 비밀로 만들 수 있었던 모양이다.
◆◆◆
그럼, 시간을 되돌려서 왕성의 무도회 당일 밤ㅡㅡ.
"이걸로 완성이야!"
"고마워, 포라."
렉트의 저택에 도착한 멜로디는 곧바로 포라에게 이끌려 드레스를 입어보기 시작하였다. 이번엔 멜로디가 드레스를 입는 쪽이다.
"응응, 정말 예뻐, 멜로디! 주인님도 신경 좀 쓴 모양이더라!"
"그, 그래? 고마워."
"부끄러워 하지 마. 주인님도 분명 놀랄 거야!"
따봉을 날리며 자신만만해 하는 포라. 애초에 여성 취향의 화장품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상가의 딸이었던 포라는 드레스의 착용과 화장, 헤어 메이크 등이 장기였다.
이번 몸단장은 옷걸이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그녀도 만족할 수 있게 완성된 모양이다.
"하지만, 정만 예쁜 드레스네요. 겨우 5일 만에 만들어 냈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원래 있던 걸 멜로디용으로 수선한 거야."
"하지만, 파티에 동석해 달라고 듣기는 했어도 상사에게 인사만 하고 나서 바로 돌아가잖아요? 그럼 이렇게까지 격식을 차린 드레스는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상관 없어. 그런 건 신경쓰지 마. 어떤 파티라고 해도 귀엽게 치장해야 하는 법이야."
지금의 멜로디의 발언을 들은 포라는,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심으로 자신의 주인을 욕하였다.
'그 망한 주인! 이제 보니 아직도 어디서 열리는 파티인지 말 안 했나 보네!?'
"그럼, 일단 슬슬 가봐. 파티에 늦겠어."
"네, 알겠어요."
멜로디는 포라의 인도로 렉트가 기다리는 현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렉트는 어떤 중대한 사실을 멜로디에게 숨겨두고 있었다.
그것은, 렉트와 멜로디가 출석하는 파티가 왕성의 무도회라는 사실이다.
멜로디의 말로는 그녀가 일하는 곳의 영애가 올해에 사교계에 데뷔한다고 한다. 자기가 모시는 아가씨가 나오는 무도회에 메이드가 출석하려 할까.....물어볼 필요도 없다. 아니오다.
그래서 렉트는 왕성의 무도회라고는 말하지 않은 채, "상사의 명령으로 파티에 출석해야 한다." 만 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직 진실을 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다리셨습니다."
"그래, 그럼 가ㅡㅡ"
포라에게 이끌려서 현관으로 가자, 턱시도로 갈아입은 렉트가 메로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멜로디에 목소리에 돌아본 렉트는, 어째서인지 입을 반쯤 벌린 채로 잠시 멍하게 있었다.
"저기, 렉트 씨?"
"ㅡㅡ앗, 그래. 아무 일도 아니다. 그럼, 가볼까."
"그럼, 갔다올게요, 포라."
"최저한의 인사만 하고 몰래 돌아올 거니까 그렇게 늦진 않을 예정이다. 잠시 동안 저택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놀고 와, 멜로디."
"응, 고마워요. 갔다 올게요."
"안녕히 가세요."
현관에서 나온 포라는, 마차에 타는 두 사람에게 깊게 고개를 숙이며 떠나가는 마차를 배웅하였다.
말이 가볍게 푸드득 거리고, 발굽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소리가 멀어져서 들리지 않게 되자, 그녀는 어째선지 어이없다는 표정을 띄우면서 고개를 들었다.
"......자기도 반해버린 주제에, 어째서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걸까? '몰래' 라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기 직전, 포라는 말이 떠나간 방향으로 고개를 향했다.
"몰래라니 절대 무리예요, 주인님. 왜냐면, 당신은 왕성의 무도회에......천사를 데리고 가는 거니까요."
어째서인지 생각을 바로 말로 내뱉었던 포라는 저택 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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