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19 화 제각각의 무도회......메이드 소녀는 아직인가요?
    2020년 12월 24일 22시 17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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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20/




     

     테오라스 왕국 왕성의 남문. 봄의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지금, 그 문은 무도회 참가자 전용의 출입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미 무도회는 개최되었고, 대부분이 참가자는 회장에 들어가 있다.


     그런 와중에, 한 대의 작은 마차가 문 앞에 정차하였다.

     

     양 옆에 선 두 문지기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여러 사정에 의해 무도회에 늦게 오는 참가자는 나름대로 있었기 때문에, 문지기는 문제시하지 않았다.


     문제는 없었다ㅡㅡ하지만,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본 문지기들은 눈을 부릅떴다.


     나타난 것은 한 쌍의 남녀. 남자는 한 쪽의 문지기에게 초대장을 보여주고, 여자를 데리고 무도회장으로 향했다.

     두 문지기는 회장에 향하는 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귀여운 애도 실존하는구나아."


     ".......그래, 마치 천사같은 애였다."


     그리고 그들은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아름다운 금발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모든 데뷔탕트의 소개가 끝난 무도회장에서는, 데뷔탕트들이 왈츠를 선보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은 두 조의 댄스에 집중된다.


     한 조는 물론, 경국의 미희 안네마리와 태자 크리스토퍼의 페어.


     장시간 어울린 부부처럼 호흡이 맞는, 우아하고 세련된 댄스를 보여주는 안네마리와 크리스토퍼.


     그리고 또 한 조는, 요정희 루시아나와 차기 재상후보인 맥스웰의 페어다.


     앳되어서 흐뭇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귀여운 스탭을 밟는 루시아나.

     볼을 상기시키며, 상냥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춤 자체는 완벽하게 해내고 있지만, 남자와의 댄스는 이게 처음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기 때문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맥스웰의 리드에 순순히 따르는 모습을 보고 많은 자들은 알게 모르게 입가를 올리며 루시아나의 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루시아나 일행의 댄스에 매료된 자가 여기에도....


     '바꿔! 맥스웰, 그 역할을 나랑 바꿔어어어어어어! 빠, 빠져버려어어엇!'


     '바꾸라고! 맥스웰, 그 역할을 나하고 바꿔어어어어어어! 너무 귀엽잖아아아!'


     대중을 매료시켰던 다른 쪽의 페어가, 미소지는 와중에 합이 맞는 비명을 속으로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망은 그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댄스를 관람하고 있던 같은 나이의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는 건 말할 나위가 없었다.


     '다음은 나와 춤추게 해야지!'



     루시아나의 아버지인 휴즈와 어머니 마리안나는 부끄러워 하면서 즐겁게 춤추는 그녀의 모습을 다른 참석자들에 섞여서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딸의 저런 모습을 보게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여보...."


     휴즈의 말은, 마리안나도 내심 생각했던 일이었다. 오랜 기간 '빈곤귀족' 의 부인으로서 살아온 마리안나로서도, 이 광경은 지금이라도 이게 꿈이 아닌 걸까 하고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언젠가 이 은혜를 갚아줘야겠다."


     눈물을 닦은 휴즈는, 미소를 띄운 채로 마리안나의 귀에 대고 진지한 말을 하였다.


     휴즈의 말에 마리안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언젠가 제대로 이 은혜를 보답해야죠. ......일단, 오늘 밤의 루시아나이 활약을 눈에 새겨둬야지요. 오늘 저 애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알려줘야 해요."


     "......그, 그건 은혜를 갚는 일이 되나?"


     "무슨 말인가요? 휴즈. 멜로디는 그 무엇보다도 그걸 기다리고 있는데요?"


     의욕에 찬 마리안나를 보고, 휴즈는 미소를 띄우면서도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리안나는 이미 멜로디의 취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 아름다운 영애이지 않은가, 루틀버그 백작."


     "이거.....재상각하이십니까."


     휴즈의 앞에 재상부의 최고책임자인 재상 지오락릭렌토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지오락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부부와 대화를 나눴다.


     "지금까지 어느 연회에도 파트너를 데리고 나가지 않았던 아들이 오늘 당일에 데뷔탕트의 에스코트를 하겠다고 들었을 땐 놀랐었지만, 설마 저런 요정에 빠져버렸을 줄이야."


     "소, 송구합니다."


     "아니아니, 난 안심하고 있다네, 백작. 처음엔 자네가 딸을 이용해서 아들에게 시집보내려 하는가 의심했었다네. 하지만 그녀를 보고 그게 기우였다는 걸 알았지 뭔가. 오히려 저 표정과 행동이 연기라고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만족스러운 걸세."


     "예, 예에.....?"


     휴즈루틀버그는 '빈곤귀족' 이었기 때문에, 권모술수에 능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지오락의 발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집이야 물론 안 보내지만.....왜 딸의 저것이 연기라고 해도 좋다는 걸까?'


     지오락은 아들과 댄스를 추는 소녀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장기간 '빈곤귀족' 이라고 일컬어졌던 가문이다. 뒷배가 없는 대신, 쓸데없는 벌레도 달라붙지 않았으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가.....아니, 확실히 근처의 유복한 신흥귀족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었지. 그럼 오히려 좋은 조건인가? 재산은 어쨌든 백작가라면 격은 충분......뭐, 돈 따위야 이제부터 벌면 문제 없겠군.

     무엇보다, 저놈이 이제야 흥미를 보인 여자다. 한번 생각해볼 여지는 있나.....후후후, 만일 저게 아들을 농락하기 위한 연기라고 한다면, 오히려 바라던 바다. 미래의 후작부인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하게 해야지. 연기가 아니라면 그것도 문제없다. 자연스레 다른 자를 매료시키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재상님?"


     가만히 루시아나 조의 댄스를 바라보던 지오락의 모습에, 휴즈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ㅡㅡ아아, 아무것도 아니네. ......그렇지 백작, 저쪽에 크라우드가 기다리고 있다네. 괜찮으면 자네도 오지 않겠는가? 부인도 같이 오는게 어떤가? 내 마누라도 저쪽에 있으니, 부디 대화상대를 해주게. 그대로 마누라를 클라우드와 이야기하게 놔둔다면 그의 매력에 부인을 빼앗겨 버릴 것 같아서 말일세."


     "클라우드....레긴바스 재상보좌님 말입니까? 무, 물론 가겠습니다!"


     태자 조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선술집이냐!" 하고 태클을 넣었을지도 모른다.....


     "어머.....그럼, 같이 합석하겠어요."


     "그거 다행이군. 그럼 가볼까."


     세 사람은 무도회장의 한켠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이동했다.



    ◆◆◆



     "처음 뵙겠어요, 릭렌토스님. 루시아나의 친구인 베아트리스예요."


     "친구인 미리아리아예요."


     데뷔탕트의 댄스가 끝난 직후, 루시아나의 앞에 우르르 달려온 사람은 안네리제 일행이 아니라, 예전부터 친구였던 베아트리스와 마리아리아였다.


     두 명의 소녀는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쥐고서 맥스웰에게 정숙한 인사를 하였다.


     "처음 뵙네요, 두 분 모두. 오늘, 루시아나 양의 파트너를 맡은 맥스웰릭렌토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맥스웰은 두 사람의 손등에 입술을 살짝 갖다대는 인사를 해주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남의 인사에, 내심 번민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실가의 교육 덕분에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맥스웰은 '꽤 단련되어 있네' 라며, 두 사람의 평가를 높게 매겼다.


     "처음 뵙습니다, 릭렌토스 공. 베아트리스의 형인 찰스리릴트크루스입니다."


     "제 이름은 리벨하르멘. 미리아리아의 외동오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 악수를 교환하였다.


     일단의 악수를 끝냈다고 생각한 베아트리스와 미리아리아는, 재빨리 루시아나의 옆구리를 붙잡고는 ""그럼, 가볼게요!"" 라고 말한 후에 루시아나를 이끌고 휴식 구역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에 어이없어하는 맥스웰이었지만, 쓴웃음을 지으면서 세 사람을 배웅하는 찰스와 리벨을 보며 그녀들한테는 저게 보통이라고 눈치챘다.


     ".....모처럼이니, 저희들도 조금 쉴까요. 이런 곳에서 남자들만 서 있으면 언제 부인들에게 댄스요청을 받을지 모르니까요."


     "하하하, 여성분들이 댄스를 권유해주다니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도 부디 당신과는 한번 대화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처럼의 기회이니, 그 제안을 따르도록 하지요. 상관없겠지, 리벨?"


     "문제없어요. 그리고 미리 일행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좋지 않구요. 특히나 이번엔 루시아나 양이 너무 돋보였기 때문에, 방해는 안될 거라 생각하지만 누가 접근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확실히 말해 미리에게 이상한 벌레가 붙으면 곤란해요."


     리벨의 말에 찰스는 쓴웃음을 지었고, 맥스웰은 잠깐 놀랐지만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는 휴식 구역 쪽으로 향했다. '미리' 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으니, 눈치챌 법도 하다....


     "후후, 그럼 우리들도 가볼까."


     루시아나 일행에 이어 남자들도 휴식 구역으로 발을 옮겼다.



    ◆◆◆



     "전하, 괜찮으시면.....저기, 저와......."


     볼을 붉히며 가슴팍에서 양손을 꼬물꼬물하는, 데뷔탕트 중 한 사람인 공작영애에게ㅡㅡ.


     ".....아름다운 공주님, 다음 곡을 같이 하겠습니까?"


     "ㅡㅡ! 예! 부디!"


     '여기가 무슨 선술집이냐! 젠자아아아앙! 나도 저쪽의 요정을 보러 가고 싶어어어어!'



     "빅티리움 양, 괜찮으시다면 다음 곡을 같이 추시지 않겠습니까?"


     조금 전의 공작영애의 파트너이며, 그녀의 오빠인 차기공작이 안네마리의 앞에서 우아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네, 잘 부탁드려요. 즐거운 댄스를 기대할게요."


     '여기가 무슨 선술집이냐! 나도 저쪽의 루시아나와 대화하고 싶은데에에에에!'


     정말 비슷한 사이인 두 사람은, 아직 당분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모양이다.



    ◆◆◆



     데뷔탕트의 댄스가 끝나서 진정된 현장에는 다른 참가자들도 참가한 경쾌한 댄스가 무도회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어떤 자는 댄스를 즐기고, 어떤 자는 아는 사이끼리 잡담을 하고, 어떤 자는 무도회장 한 켠에 마련된 식사를 즐기는 등, 제각각의 방식으로 오늘의 무도회를 만끽하고 있었다.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무도회는 아직 시작한 참. 길게 이어지는 무도회에선, 늦게 오는 자와 도중에 퇴장하는 자도 그럭저럭 있다.


     그래서, 이 타이밍에 무도회장의 작은 문이 열린 것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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