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 화 경국의 미희와 요정희2020년 12월 24일 14시 17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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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탕트 : 처음 사교계에 데뷔하는 여성
1년에 3번 열리는 국와 주최의 왕성무도회.
왕이 개회사의 연설을 한 후, 올해의 데뷔탕트들이 에스코트 역과 함께 순서대로 소개되고 데뷔탕트 전원이 첫 댄스를 추는 것이다.
"이제부터 봄의 무도회를 시작한다! 모두, 마음껏 즐겨라!"
왕의 발언에 참가자들의 박수갈채가 울렸다. 단상에는 국왕 부부의 자리가 설치되어 있어서, 개회사를 낭독한 국왕이 손을 내려서 박수를 멈추게 한 후, 옆에 있던 왕비와 같이 자리에 앉았다.
"그럼 이제부터, 이번 년도의 데뷔탕트를 소개하겠습니다! 대문을 주목해주세요!"
협회이 양쪽에 늘어선 참가자들이, 사회자의 말에 따라서 대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도회장에는 참가자의 입장문이 세 개 마련되어 있다.
신분에 따라 어느 문에서 입장하는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봄의 무도회에 참석하는 데뷔탕트들은, 신분과 상관없이 모두가 '대문' 에서 입장한다.
"그럼, 사교계에 새롭게 피어난 귀여운 공주님들을 보십시오! 대문, 여세요!"
데뷔탕트들은 신분이 높은 자부터 순서대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왜냐하면, 처음으로 불리기에 합당한 영애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남자가 에스코트하고 있는 그녀를 제쳐두고 먼저 왕의 앞에 나서려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빅티리움 후작가의, 안네마리・빅티리움 후작영애! 에스코트 역은, 테오라스 왕가의 태자, 크리스토퍼・폰・테오라스님! 입장!"
국왕의 때와 별 차이없는 박수갈채가 울렸다.
사이좋은 태자와 팔짱을 끼고 나타난 사람은, 붉은 머리카락의 관능적인 미소녀, 안네마리.
위로 올린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 목덜미가 드러나기 때문인지, 한층 더 어른스럽게 보인다.
몸에 걸친 흑과 백의 드레스는 두 벌을 겹쳐입은 모양이다. 가슴이 열린 순백의 드레스 위에, 코트같은 검은 드레스를 착용하고 있다.
검은 드레스가 드리워진 부분은 목덜미에서 배 부분까지. 가득 찬 가슴의 계곡 사이와 코르셋으로 조인 잘록한 허리가 강조되어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남자들의 시선을 못 박아두게 하였다.
상냥하게 미소지으면서 왕에게 예를 갖추는 태자 크리스토퍼와 후작영애 안네마리.
(아아, 피곤해~ 미소 만드는 거 진짜 피곤한데. 빨리 끝나지 않으려나아.)
(그건 내 말이야. 이봐, 미소가 경직되었어. 지금 네 평판이 떨어지면 곤란하니까, 제대로 해!)
(알고 있어!)
이 두 사람이 미소지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건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태자의 페어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데뷔탕트들의 소개가 진행된다. 귀여운 여자애를 매우 좋아하는 안네마리 (마, 마스코트 같은 의미라니까!?) 도, 그 모습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기합이 들어간 화장과 드레스를 걸친 소녀들은, 보기에는 꽤 귀여웠다.
'보기에는 말이지.......'
여자는 여자를 잘 알고 있다. 겉모습이 예쁘다고 해서 성격까지 귀여운 건 아니다. 귀여운 것은 먼 곳에서 귀여워해주는 게 귀찮음도 적어서 최적이다. 여성향 게임의 일러스트같이!
"......분명 히로인은 백작가의 마지막에 불렸었지?"
미소를 띄운 채로 대문을 바라보던 크리스토퍼가 작은 목소리로 안네마리에게 물어보았다.
".....게임에선 그랬어. 하지만, 이번엔 없을 테니까 다른 사람이 불리겠네."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히로인은 레긴바스 백작의 딸이지만, 안네마리의 조사에 의하면 백작은 아직도 딸을 발견하지 못했다. 입학할 왕립학교의 명부에 실려있지 않은 시점에서, 사교계 데뷔의 자리에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히로인이 없는 상황인데, 그 이벤트는 발생할까?"
"글쎄?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시나리오가 어떻게 변화했을지 상상도 안돼. 하지만 그 이벤트가 일어나느냐 마느냐로....."
"이 세계에 정말로 '마왕' 이 존재하고 있는가가 확실해지는 건가?"
"맞아. 그리고 너, 맥스웰, 렉트님에 이은 네 번째의 공략자가 나타나게 돼. 그렇다고는 해도 맥스웰이야 어쨌든 렉트님은 이번에 참가하지 않겠네."
안네마리는 미소를 띄운 채로 재주 좋게 한숨을 쉬었다.
"어라? 분명 이 무도회 때엔 있지 않았었나?"
"렉트님은 히로인의 에스코트 역으로서 무도회에 오는 거야. 하지만 그 히로인이 없다면 무도회를 성가시다고 생각하는 렉트님은 분명 오지 않아. 만나고 싶어..."
"오, 그거 안됐네.....꼴 좋다."
크리스토퍼는 정말 재주좋게 상냥한 미소를 지은 채로, 안네마리에게 조소하는 시선을 던졌다.
"......저기, 알고 있어? 태자님."
"뭐, 뭐를?"
미소짓고 있는데도, 안네마리의 분위기가 변한다. 주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크리스토퍼 만이 눈치챌 수 있는 소꿉친구의 조용한 분노였다.
"이 게임의 베드엔딩 중에 말이야, 히로인의 마법이 없어도 마왕을 없애는 스토리가 있어."
"오, 오오. 그런 편리한 스토리가 있다니? 그, 그럼 히로인이 없어도 괜찮겠네."
"그래, 맞아. 그 배드엔딩이......태자와 다른 많은 자들의 목숨을 희생해서 어떻게든 마왕을 봉인하는 것이었나? 시나리오로서는 배드엔딩이지만, 히로인이 없는 이상 이것도 시야에 넣어둬야겠네."
"......."
"어라, 왜 그러셔요? 태자님. 얼굴이 새파랗네요. 모처럼의 미모가 아깝네요?"
"죄, 죄송합니다! 너무 우쭐댔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여왕님!"
"여왕 따위 할 생각은 없어!"
아무래도 크리스토퍼가 안네마리를 이길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
백작가 영애들의 소개가 종막에 다다를 무렵에는 회장의 출석자들의 기분도 꽤 시들기 시작하였다. 백작가가 끝나면 다음은 자작가와 남작가의 영애들이다. 슬슬 중요도도 내려가서 집중력이 소진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이, 최고는 누구라고 생각해?"
"그거야 안네마리 양이 당연하잖아? 너도 봤지? 그 요염한 몸의 라인을."
"그녀를 선택지에 넣지 말라고. 안네마리 양은 태자 전하의 것이잖아. 처음부터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 그 이외에서 선택하라고."
"음~ 처음에 그녀를 본 뒤라서, 아무래도 다른 영애들은 뒤떨어져 보이는데. 란크도르 백작영애와 페르풋세스 백작영애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그래도 좀."
"뭐, 저런 미녀가 현실에 존재하고 있으면 그렇겠지. 어떤 의미로 불행하다고, 우리들."
"하하, 맞는 말이네!"
이런 잡담을 할 정도로 마음이 풀어졌다는 것이다.
"그럼 백작가의 마지막입니다. 루틀버그 백작가에서, 루시아나・루틀버그 백작영애!"
사회자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몇몇 출석자들에게서 실소가 나왔다.
"루틀버그는 그 '빈곤귀족' 이지? 거기도 올해 데뷔탕트가 있었나?"
"무도회에 입고 나갈 드레스 따위 준비할 수 있었을까? 설마 낡아 떨어진 걸 입고서 입장하진 않겠지?"
"같은 백작가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에. 귀족의 긍지가 있다면 차라리 결석을 하지."
"에스코트 역도 불쌍해. 모처럼 대문에서 입장할 수 있는데 상대가 루틀버그라니."
무도한 자들의 목소리가 소곤대며 파도처럼 퍼져나간다. 그 목소리는 귀가 밝은 안네리제에게도 닿았다. 신분제도를 갖지 않은 전 일본인으로서, 이런 차별의식은 곤란하였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이것만은 이해할 수 없어."
"뭐, 나도 좋은 생각은 안 들어. 약간 낡은 드레스를 입는다 해도 딱히 상관없잖아. 매번 무도회 때마다 드레스를 새로 만드는 풍습이 낭비인데. 뭐, 이것도 오래된 전통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사회자가 말한 다음 대사에......참석자들은 일제히 대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스코트 역은, 릭렌토스 후작가 장남, 맥스웰・릭렌토스님. 입장!"
회장 안이 당혹감에 휩싸인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경악하는 자가 두 명ㅡㅡ.
'맥스웰이 에스코트!? 게임에선 혼자서 나왔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히로인과 만나는 씬이 있었지만.....히로인은 없다!'
'맥스웰이 에스코트를!? 지금까지 동반자 따위 없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이유는 달랐지만 안네마리와 크리스토퍼도 마찬가지로 경악하며 대문을 주목했다.
어둠에서 먼저 나타난 자는, 에스코트 역인 맥스웰이다.
잘 지어진 턱시도를 입은 그는, 평소대로 허니블론드의 머리카락을 뒤로 묶고, 에메랄드 그린의 상냥한 눈동자를 옆의 소녀에게 보내며 미소지었다.
'빈곤귀족' 루틀버그 가문의 소녀......도대체 어떤 여자인가.....
ㅡㅡ순간, 누구나 말문이 막히며 그 소녀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ㅡㅡ요정이라고.
맥스웰이 데리고 나타난 사람은 그야말로 '요정' 이었다.
태양이 빛나는 듯한 반짝반짝한 금발.
화장 덕분에 평소 이상으로 혈색이 좋아보이는 하얀 피부.
푸른색의 눈동자가 향하는 시선 끝에는 행복이라도 떨어져 있는 걸까?
커다랗고 순진무구한 눈동자가 불안한 듯 떨리고 있다.
옅은 물빛과, 눈동자와 같은 푸른색의 이중 그라디에이션으로 만든 드레스는, 그녀가 걸을 때마다 파문이 퍼지는 것처럼 물결친다. 마치 물의 드레스라도 걸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으로 소개된 데뷔탕트, 안네마리를 표현하자면 '경국의 미희.'
반면 루시아나는 '요정희.'
다음 왕비에 어울린다고 일컬어지는 안네마리와 마치 대립하는 듯한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가 무도회장에 들어온 것이다.
박수도 잊어서 정적이 지배하는 무도회장에서, 루시아나는 맥스웰과 같이 왕에게 예를 표했다.
하지만, 그 가슴속은 매우 번잡했다.
'왜,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방금까지의 악수는!? 아무리 데뷔탕트라고 해도, 왜 모두가 날 저렇게 뚫어지게 보는 거야!?'
그리고, 루시아나 이상으로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는 자가 두 명ㅡㅡ.
'이거, 이거야아아아아아! 이런 귀여운 애를 원했단 말이야! 잘했어요 맥스웰님! 나중에 꼭 친구 먹어야겠어!"
'이노오오오오오옴, 맥스웰 녀석! 내 취향의 청순가련한 미소녀를 에스코트하다니!? 정말 용서 못 해! ......일단 친구부터 시작해야지!'
안네마리와 크리스토퍼. 서로 노려보는 두 사람, 여자의 취향만큼은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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