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21 화 천사를 만난 사람들
    2020년 12월 25일 12시 57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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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22/




     

     '정말 유감이지만 오늘 밤의 난 메이드가 아냐. 무도회에 참가하는 아가씨의 샤페론이야. .....뭐, 시중드는 상대는 아가씨가 아니지만.'


     젊은 귀족영애가 무도회에 참가할 때, 귀족으로서 정숙한 영애다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영애와 동석하는 연상의 부인. 그것이 샤페론이다.


     멜로디는 어디까지는 메이드였지만, 여성 하인의 범주에 드는 이 샤페론에도 흥미를 나타냈었기 때문에 무도회의 예절에 대해서도 공부해 두었다.


     '무, 문지기들의 시선이 날카로워! 혹시 들켰나!? 메이드라고 들킨 걸까!? 그, 그렇겠네, 왜냐면 메이드니까! 메이드 특유의 세련된 오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청순가련한 순백의 드레스. 매끄러운 금발의 아름다운 소녀를 누가 메이드라고 생각할 것인가.....


     작은 문을 건너자 그야말로 왕과 귀족의 사교장이 펼쳐져 있었다.

     어떤 자들은 무도회장의 중앙에서 화려한 스텝을 밟고, 어떤 자는 명랑한 미소를 띄우며 담소를 나누며, 어떤 자는 살짝 열려진 작은 문을 눈치채고 시선을 이쪽으로 향한 후.....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렉트는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한눈에 반해버렸는가.'


     자기 옆에 서 있는 소녀는,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닌데 주변 사람들을 순식간에 매료시켜 버린다.


     마치 종교화를 몰입해서 보는 사람들의 '그것'이었다.


     "내 상사가 있는 곳으로 가자."


     "알겠어요."


     멜로디와 함께 걸으면서, 렉트는 멜로디에 아름다운 머릿결에 눈길을 주었다.


     '내 눈동자와 같은 호박색 금발..... 원래 흑발이었을 땐 귀여운 소녀로 보였는데, 금발이 된 것 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신성해지다니. 여자란 무섭구나.'


     머리색 하나만 달라져도 인상이 확 변한다.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여자 스파이에는 신경써야겠다는 둥의 관계없는 생각을 하였다. 그 정도로 렉트는 충격을 받았다.


     '그건 그렇고, 머리색과 눈동자색을 바꾸는 마법이 존재하다니. 그런 마법이 있으면 정말로 스파이가 있어도 눈치챌 수 없겠는데. 그 마법이 있다면 변장도 쉽고. 금색도 은색도 흑색도 흰색도 머리와 눈을 자유자재.....음? 지금 뭔가......'


     "렉트 씨, 저 분들인가요?"



     어느 사이엔가 내렸던 턱을 올리자, 그곳에는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의 상사인 재상보좌 클라우드레긴바스 백작과, 재상인 지오락릭렌토스 후작. 그 옆에 앉은 금발 남자는 처음 보지만 사이는 좋아보인다.


     참고로 금발의 남자를 본 멜로디가 '어째서 주인님이 여기에 있는 거야아아!?' 라고 미소 뒤에서 울부짖었던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세 사람은 세 사람대로 그 시선이 멜로디에게 향한 채 정지되었다. 역시 고위귀족인 그들조차도 그녀를 보고 매료되고 만 모양이다.

     렉트는 정중히 백작 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멜로디도 그를 따라서 아름다운 카테시를 선보였다.


      "늦어버려서 죄송합니다. 렉티아스프로드, 이제 왔습니다."


     "그, 그래....."


     거의 멍한 상태인 백작보다 먼저 제정신을 되찾은 것은 지오락이었다.


     "오, 늦은 보람이 있는 모양이었구나, 렉티아스. 그래서, 그 정말 예쁜 아가씨는 누구신가?"


     그 말을 듣고 멜로디는 약간 안심하였다. 왜냐면 휴즈가 자신의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이야. 변장 덕분에 주인님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네.'


     그래서, 그녀는 방심하고 말았다.


     "처음 뵙겠어요. 제 이름은 메......"


     문득, 여기서 눈치챈다. 아니, 멜로디는 안되잖아! ㅡㅡ라고.


     '뭐, 뭔가 다른 이름을 생각해야 해! 뭐, 뭐가 좋지!? 기다리게 하면 수상하게 생각할 거야! 뭐라도 좋으니까 생각난 이름을!'


     ".....세실리아라고 해요. 잘 부탁드릴게요."


     이 간격, 1초도 안 되었다.

     멜로디는 찰나의 생각으로 이 난국을 타개한 것이다.


     "세실리아 양인가, 그 가련한 모습에 뒤처지지 않는 멋진 이름이군. 난 지오락릭렌토스 후작. 그리고 내 옆에서 네게 빠져버린 두 사람은, 왼쪽이 클라우드레긴바스 백작, 오른쪽이ㅡㅡ"


     "각하, 저, 전 괜찮습니다. 세실리아 양, 내 이름은 휴즈・루틀버그 백작이다."


     "처음 뵙겠어요, 백작님."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자넨 언제까지 굳어져 있을 셈인가, 클라우드?"


     "ㅡㅡ!? 죄, 죄송합니다....."


     지오락이 어깨는 탁 하고 치자, 클라우드는 이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렉트는 아직도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그는 분명히 동요하고 있었다.


     "크, 클라우드・레긴바스백작......이다."


     "처음 뵙겠어요, 백작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으, 음....."


     '음?'


     클라우드를 잘 아는 렉트와 지오락은 놀라서 어깨를 떨었다.


     그런데 멜로디는 눈앞에서 부끄러워하며 서있는 클라우드레긴바스라는 인물과 대면하자, 얼굴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정말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 사람, 어디서 만났었나? 그 이름, 어딘가에서 들어본 느낌이 드는데.....'


     눈앞에 선 은발의 듬직한 신사에게 어딘가 기시감을 느꼈다.


     'ㅡㅡ생각났다! 분명, 주인님이 일하고 있던 재상부의 넘버 2의 이름이었어. 정말, 나도 참 까먹어버리다니. 주인님의 직속상사의 이름 정도는 기억하는 게 당연한데. 신경 좀 써야겠어.'


     휴즈는 세실리아의 모습을 보아도 그녀가 멜로디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 오히려 그녀에게 빠져버렸던 사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뒷쪽에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부인이 오해하면 견딜 수 없다! 휴즈는 슬쩍 시선을 뒤로 보냈다.


     그곳에는, 이쪽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는 부인 마리안나의 모습이ㅡㅡ.


     '히, 히이이! 아냐, 아니라고 마리안나!'


     '당신.....돌아가면, 알고 있지요?'


     '히히익! ......예, 예, 알겠습니다.'


     휴즈는 안색을 바꾸지 않고 내심 포기하여 어깨를 떨구었다.


     그리고 앞을 돌아본 휴즈를 보고, 마리안나는 탄식했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예쁜 여자만 보면 왜 콧구멍을 벌름거리는지 모르겠어. 사랑받고 있는 건 알지만 부인으로선 역시 용서할 수가 없겠어. .....그건 그렇고 진짜 예쁜 아이야. 오늘 밤은 루시아나가 화제의 중심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야말로 삼파전이네.'


     마리안나도 마찬가지로 멜로디의 신비한 모습에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청순가련한 애가 있었다면 왕도에서도 유명세를 타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는 말은, 그녀는 오늘을 위해 왕도 바깥에서 왔다는 뜻일까? ......하지만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저런 예쁜 애는 한번 보면 잊을 리가 없지만.'


     멜로디가 마법을 쓰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휴즈와 마리안나는 이해하고 있지만 완벽히는 알지 못했다. 설마 머리색과 눈동자 색까지 자유자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걸 정확히 이해하고 있던 건 이 자리에서 단 한 명.


     루시아나루틀버그만이 '멜로디라면 마법을 써서 뭐든지 할 수 있다' 는 걸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오히려 '멜로디한테 불가능한 일이란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와아, 루시아나, 진짜 귀여운 애가 왔어. 저 정도면, 루시아나도 제칠 수 있지 않을까?"


     "올해의 데뷔탕트는 어떻게 된 걸까요? 저희들, 완전히 공기같잖아요."


     "......"


     베아트리스와 미리아리아가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 루시아나는 가만히 그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루시아나."


     "노려보고 있으면 실례야, 루시아나."


     ".......그, 그렇네."


     루시아나는 소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내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멜로디가 있는 거야!?'


     루시아나의 예리한 눈으로 보자면, 저쪽에서 아버지 휴즈의 앞에 서 있는 천사같은 소녀는 루틀버그 가문의 완벽메이드, 멜로디웨이브 이외의 누구도 아니었다.


     '어째서 눈치를 못 채나요, 아버님!'


     

     루시아나는 오늘 밤 하리센을 들고 오지 않은 것을 마음 속 깊이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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