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18 세계가 돈다(후편)(4)

 

　귀찮아 보이는 목소리로, 흑기사는 지크프리트를 쫓아내는 손짓을 보였다.

"말했잖아. 귀공은 귀공의 역할이 있다고. 그것은 학생들의 희생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며, 그다음은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그 소녀에게로 향하는 것이다."
"......!"
"세 기사의 전투도 끝났어. 모두 당신의 자랑스러운 친구들이 쓰러뜨린 것 같아. 하지만 ...... 골드리프 대대장은 아직 싸우고 있어. 그를 막고 싶다면 세 기사와 학생들도 함께 데려가."

　흑기사는 이어서 세 곳의 교전 지점 ㅡㅡ 로이, 유트, 유이가 각각 승리한 곳 ㅡㅡ 을 알려주었다.

"...... 고맙다. 하지만 너는."
"그냥 내버려 둬. 적어도 여기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피난처에 들어가서 학생들을 학살하는 거?　학교의 기밀 정보를 훔쳐내?　그건 이제 포기했어... 난 안 할 거야."

　지크프리트는 세 사람의 위치를 머릿속 학교 건물 지도에 투영했다.

　한시라도 빨리 마리안느에게 가야 하는 이상, 세 사람을 각각 데리러 가는 것은 1분 1초가 아깝다.

"...... 적어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귀공 덕분에 학생들이 희생되지 않았으니, 고맙다."
"그냥 마음대로 한 것뿐이야."
"그래도. 고맙다."

　붉은 머리를 흩날리며 기사가 달려 나간다.

　그 뒷모습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바라보며, 흑기사는 쪼그리고 앉은 채 갑옷에 손을 얹었다.

"젠장, 대실패잖아, 정말 운이 나빴다고나 할까, 아니면 내 예상이 너무 안 나빴다고 해야 할까......."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 흑기사는 납처럼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심을 부추기기 위해 준비했던 '역병'이. 상황이 너무 가속되는 바람에 오히려 불필요한 패가 될지 어떻게 알았겠어 ...... 진짜 좀 봐줘......."

　고개를 숙인 흑기사는 정말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인기척이 없는 교실에 앉아서 혼자 반성하는 모습은, 그 실체와는 대조적으로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 뭐, 좋아. 다시 시작하자, 여기서부터. 그래. 난 여기서부터가 강해."

　결국 모든 갑옷을 벗고, 투구도 벗고, 흑기사는 자신의 몸에서 검은색을 모두 제거했다.

　일을 마친 남자는 일어서서 주머니에서 꺼낸 안경을 썼다.

　그리고 그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ㅡㅡ그것은, 마리안느와 골드리프의 신비가 충돌한 여파로 빛이 기묘하게 굴절되어 무너져 내리는 오로라로 뒤덮여 있는 하늘.

　
"그럼, 흑기사는 이것으로 퇴장하지만 ...... 나는 한 가지 일을 더 해야겠지."


　그는 칠흑의 투구를 꾹 밟아서 부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

　

　
　데굴데굴 굴러가는 골드리프 씨의 몸을 가만히 바라본다.

　전투 장소를 차례로 옮긴 끝에, 우리는 학교 건물 옥상에 도착했다. 당연히 나를 중심으로 우주가 펼쳐진 채로.

　학교 건물 내에 사람이 없는 상태이며, 도탄으로 가장 무언가를 파괴할 수 없을만한 장소.

"아직도 할 건가요?"
"── 아직, 아직이다!　아직 나는!"

　평소에는 체내에서 마소를 마력으로 전환하고, 마력을 이용해 마법을 구축한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모두 내 몸속과 같은 것이다.

"엎드려라."

　영창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발동 트리거로 삼아, 무수한 유성이 사방에서 몰려와 대기사의 몸을 때려눕힌다.

　의미 언어와 발음 언어로 근원에 접근함으로써 발동하는, 마력을 이용한 현상의 재현, 즉 마법.

　하지만 나의 우주인데 왜 다른 곳에서 데이터를 가져와야 하는 거지? 전부 자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어차피 여기는 내 우주니까!

"후후."

　한 음 한 음이 트리거. 방아쇠를 당기고 다닌다.

　공중에서 마소가 마력으로 환원되어 즉시 포격 마법을 엮어 발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