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드 트리거"
공격이 닿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십여 개의 뼈로 된 팔이 한데 묶여, 사신의 낫이 되어 휘두른다.
칠흑의 갑옷에서 정체된 화염이 솟아오르며, 초승달 모양으로 분출된다.
(......큰일이다!)
양측의 중간 지점에서 충돌한 여파로 공간이 삐걱거린다.
지크프리트는 검을 방패처럼 내밀며 가호의 출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주변에 학생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흑기사는, 공격이 주변으로 튈 것을 각오하고 무리하게 돌파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 왜! 왜 안 죽는 거야, 너!!"
"역시 예상의 범주 - 『작염』과 『유성』이 비정상적인 성장을 하고 있을 뿐이었나."
악마의 시체로 조합한 무구가, 정체된 불길에 타서 사라진다.
곧이어 흑기사가 거리를 크게 벌렸다. 땅을 밟으며 가속하는 모습을, 잠깐이지만 소녀의 시선이 따라잡을 수 없었다.
"어디야!?"
갑옷을 입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속도로 흑기사가 소녀의 주위를 뛰어다닌다.
소녀가 뼈로 된 팔을 휘두르며 즉사광선을 뿌려대지만, 미세한 틈새를 비집고 빠져나가는 바람에 잡히지 않는다.
그 광경에, 지크프리트는 무심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이건 ......?)
뛰어난 기사의 눈이기 때문에 알아차린다.
소녀의 공격에는 허점이 있었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마치 눈에 보이는 범위에 공격을 퍼붓자 보이지 않는 곳에만 빈 공간이 생긴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공백지대.
"이쪽이다."
"앗!"
'역병'의 소지자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힘차게 몸을 돌린다.
그 순간에 휘두른 손날. 흑기사의 손목까지가 소녀의 복부에 꽂혔다.
"...... 어, 어?"
정신을 차려보니 접근하고 있었다.
경계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말장난인 줄 알았어? 네 시야를 일부 죽여서, 사각지대를 만들어 두었다. 이미 죽은 것은 죽일 수 없는 거지?"
쿨럭, 하고 소녀의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나온다.
힘이 빠져나가는지, 그녀를 보호하던 신전이 무너져 내리며 사라져 간다.
"이, 아니, ...... 주, 죽고 싶지, 않아......"
휘청거리면서, 소녀는 새빨갛게 물들어가는 자신의 복부를 손으로 누른다.
"너, 자신의 힘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 뭐가 죽음의 공포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거냐."
"오지 마!!"
결판을 내기 위해 다가가는 흑기사.
그 모습을 피하기 위해, 소녀가 두 팔을 휘두르며 불투명한 베일을 펼친다.
"쳇"
혀를 끌끌 차며, 흑기사가 베일을 주먹으로 부순다.
하지만 그 앞에는 이미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
"그냥 놔둬. 이제 살 수 없어. 그 부상으로는 13절의 주문을 사용하기 전에 힘이 다 떨어지겠지 ...... 뭐, '유성'이나 '작염'의 소유자라면 모르겠지만, 그 아이에게 그 정도의 정신력은 없거든."
극한의 전투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갑옷이,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흑기사는 교실에 등을 맡기고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깊은숨을 내쉬었다.
"으아아~~~~~~~~......피, 피곤하다 ......"
"...... 저기, 흑기사 공?"
"아니, 오늘은 문 닫았어. 흑기사는 돌아갔다고 전해줘. 봤지? 한 번이라도 상쇄하지 못하면 즉사하는 전투를 한참을 하고 있었다고, 오늘은 솔직히 더 이상 아무것도 하기 싫어 ...... 집에 가서 자고 싶어 ...... 달콤한 게 먹고 싶어... ...솜사탕이 아직 있으면 사 먹고 싶을 정도인데...... 있으려나......"
"지금은, 살 수 없을 것 같다만."
지크프리트는 검을 든 자세를 유지한 채 당황했다.
방심하지 않으며 시선을 돌리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흑기사는 정말로 전투 의지를 잃어가고 있었다.
"나 따위에 신경 쓸 시간이 있겠어? 용살자."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