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상태이긴 하지만, 대기사의 출력은 그 주변 기사들을 한꺼번에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을 정도, 1만 배 단위의 엄청난 강화가 없어도 그는 뛰어난 기사다.
골드리프 씨는 낮은 자세를 유지한 채, 검끝으로 바닥을 긁으며 최속의 발도술을 구사했다. 왕립 기사단의 격투술이다.
ㅡㅡ느려!!
"악역영애유성작렬 퍼어어어어어어언치!!!!"
"크윽!!"
날카로운 회전으로 나의 사각지대를 파고든 그에게, 돌아서며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날려버린다. 평소와 비교해도 위력이 급증하였다. 이것이 필드 버프의 힘! 트와일라잇 존을 얕보지 마!
그보다, 아까의 1만 배 골드리프 씨에 비하면 쓰레기 같아. 1엔짜리 동전에 숨을 불어서 움직이는 것보다 쉽다.
"바보 같은......! 섭리는 확실히 해제되었지만, 그래도 일반 가호는 최대 출력인데......!"
"요컨대, 전력이 아닌 거잖아요? 흥, 얕보는 것도 적당히 하셔야죠."
저쪽이 뭘 하려는지 다 알겠어.
여기는 내 세계이며 내 우주다. 얕보면 곤란해.
"좋아요. 납득할 때까지 어울려드리지요."
주먹을 쥐고서.
나는 경악하는 대기사를 보며 미소 지었다.
"── 임플란트 치료비의 잔액은 충분한가요?"
◇◇◇
현현한 악마성, 『마구통마화라렬왜성』.
흑기사를 향해 펼쳐지는 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악마의 뼈의 팔.
"엿차."
가볍게 한 걸음 내딛으며, 흑기사는 손바닥으로 공격을 처리해 나간다.
"방금 전과는 다르군. '역병'의 출력이 높아졌다 ...... 미리 초밀도의 마법을 부여해 유사 마도기로 만들어 놓은 건가?"
"알아챘어도 어쩔 수 없다구, 너무 늦었어!"
소녀의 말에, 남자는 갑옷 아래에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걸음걸이에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확실히 방금 전과 비교하면 움직이기 힘들다.
상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상쇄를 실패하면 바로 즉사가 기다리고 있다. 압도적인 초월적 존재가 아닌 흑기사에게, 자신의 목숨을 거는 도박은 너무 위험했다.
"......! 이건!"
그때, 두 사람이 싸우는 그라운드에 다시금 지크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가 현현한 신전에서 뻗어 나온 팔. 그곳에 담긴 죽음의 저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섬뜩할 정도로 짙었다.
게다가 악마의 시체가, 공격 도중에 조합을 바꾸면서 부자연스럽게 팔이 뻗어 나간다.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다가서면, 얽히고설켜 죽음으로 초대될 것이다.
(이래서는 접근이 불가능하고, 우회하려고 거리를 다시 벌리려고 하면 당한다! 소모전이 될 거다, 흑기사 공......!)
(오, 용살자 공. 역할을 다 하셨나?)
(그래, 네 덕분에 이 일대에 학생이 더 이상 남지 않았다! ............!? 내 머릿속에 직접 말을!?)
(이쪽이 여러모로 편하니까)
갑자기 머릿속에 울려 퍼진 흑기사의 목소리.
지크프리트는 깜짝 놀랐지만, 곧 그 대화의 형식을 이해하고 소리 없는 말을 내뱉는다.
(흑기사 공, 나는 귀공의 신분을 모른다. 골드리프 대대장님과 한패라고는 미리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학생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준 당신을, 악이라 판단할 수는 없다!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그래, 뭐, 그렇게 되겠지. 너도 아마, 그 아이한테 영향을 받은 것 같으니까)
(?)
흑기사는 거기서 텔레파시를 끊고, 소녀에게로 고개를 향했다.
다가오는 죽음의 팔을 피하면서, 의식의 스위치를 전환한다.
"빨리 끝내볼까."
"......!!!"
지크프리트와 금주보유자 소녀, 두 사람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흑기사가 분명하게 살의를 드러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격변했다.
"네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말은, 죽음은 못 죽이기 때문이겠지?"
"......!?"
"딱하게도. 사각 같은 것도 무서워하는 거 아니야?"
"바보 취급하지 마!!"
경멸의 색채까지 담긴 그 말에, 소녀는 이를 악물고 팔을 휘두른다.
흑기사는 자신의 오른팔을, 마치 화살을 쏘는 것처럼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