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17 세계가 돈다(전편)(7)
    2023년 05월 03일 16시 21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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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리프는 무심코 자신의 오른손을 펴서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감싸고 있던 축복이 모두 사라졌다. 섭리의 물음, 남은 탄환은 단 한 발뿐이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그의 섭리는 뒤집혔다.

     자신을 보호하는 가호의 갑옷은, 대상을 외부와 차단하는 구속으로 바뀌었다.

     본래는 물음에 대한 답을 확인하고 발동하는 섭리.

     반전된 그것은, 회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모든 회답은 거절한다.

     그래서 대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반전된 가호는 대상이 질문을 받는 것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봉절영역'의 효과 대상이 된 인간은 외부 세계에 대한 모든 반응을 박탈당한다.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눈부셔도 눈을 감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시신경에 들어온 정보도 그대로 무시하게 된다. 뇌에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귀를 통해서도, 혀를 통해서도, 손끝을 통해서도, 모든 외부세계의 행동에 대해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다.

     어떤 적이든 대화를 전제로 했던 기사의 힘이 이루어 낸 끝.

     어떤 것도 닿을 수 없고, 소통이 필요 없는 공허의 우리 - 『봉절영역』.

     그것이 골드리프 라스트하이어가 도달한 왕국 기사 역사상 최초의, 섭리 역전 현상.

     
    "훗......하, 하하하하하!"

     골드리프는 웃음을 터뜨리며, 마리안느에게 다가가 그 얼굴을 사정없이 걷어차 버렸다.

     축구공처럼 날아간 소녀의 몸이 땅에서 튕겨져 나와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본인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몸도 반응하지 못하고,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골드리프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아, 그런가. 처음부터 확인하지 말았어야 했다."

     분열 직전에서 반전되어 굳건하게 수렴된 자아가, 죄책감은커녕 신념조차 없이 마리안느에 대한 살의만을 응축한다.

    "죽인다. 그 결과만 있으면 된다......."

     칼을 끌면서 골드리프는 쓰러져 있는 마리안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

     소녀가 조용히 움직였다.

     하얀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그녀는 자신의 뺨을 만졌다.

     뺨을 꾹꾹 눌러 각도로 보아 자신의 몸임을 확인하자 - 그대로 엄지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댄다.

    "...... 그렇겐 안 된다!"

     살이 씹히는 소리.

     그리고 골드리프가 압축한 가호를 빔처럼 발사한 것은 동시에였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흘러내린 피는 가호에 의해 사라지고, 그 여파로 마침내 아쿠아리우스 아머도 부서져 흩어졌다. 구르는 그녀를 보며, 골드리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를 매개로 외부 세계의 정보를 얻으려 했나?)

     대대장의 판단은 빠르고 정확했다.

     한 방울이라도 피가 외부에 존재하는 상태였다면, 분명 마리안느는 그것을 센서로 삼아 어떻게든 움직이려 했을 것이다.

     마지막 몸부림이 사라지고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만 남은 채, 마리안느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 저쪽에는, 더 이상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

     마지막 순간까지도, 골드리프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

     승리는 그 자체로 증명될 뿐이다. 모든 패배의 가능성을 지워도 실제로 끝내지 않으면 결말은 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골드리프는 그녀의 목을 베어야 한다.


     그래야만 했는데.



    (..................?)

     
     골드리프의 발이 멈춘다.

     

    (...... 내가 방금 뭘 한 거지?)

     

     믿을 수 없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오한이 그를 덮쳤다.

     
    (...... 나는. 내가 방금 무슨 짓을 했지?)


     피 한 방울을 증발시켰다.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나는 ...... 방금 뭔가, 뭔가 엄청난 실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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