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 악마의 시체인가?)
흑기사는 갑옷 아래 빛나는 두 눈으로, 즉시 사악한 신전의 정체를 파악했다.
현세에 현현한 악마는 영체로 행동한다. 유기물도 아니고 무기물도 아닌, 그저 거기에 존재하는, 말하자면 위상이 살짝 어긋난 상태.
그래서 신체를 파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상대를 살상하는 것으로 권능을 깎아내지 않는 한.
"귀공은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는군."
"당연하잖아? 내게는 가장 큰 무기야, 그 위험성을 가장 잘 알고 있어."
소녀의 말을 듣고서.
흑기사가 비웃기라도 하듯 코웃음을 친다.
"죽음의 공포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했군."
"뭐라고?"
"죽음의 공포를 가장 잘 안다고? 오만방자한 놈이군."
"아, 미안, 못 들은 건 아니야."
"......헷갈리는 말투 좀 쓰지 마."
"어, 내 탓? 지금 것 정말로 내 탓이야?"
당황하는 소녀에게, 흑기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이제 됐어."
"네가 먼저 말했잖아!"
"시간 벌기에는 성공한 것 같지만, 아무래도 앞날이 불투명한 것 같군. 그래서 슬슬 여기서 네게 신경 쓸 시간이 없어졌다."
흑기사가 검을 버렸다.
주먹을 쥐고, 두 눈을 푸르게, 모든 것을 품어 안는 듯한 심해의 색으로 빛나게 한다.
"반격에 들어가야겠다."
◇◇◇
골드리프 라스트하이어는 알고 있다.
행복한 광경은, 그 소중함에 반해 허무하게 무너진다는 것을.
한때 그토록 소중했던 것이, 부서진 유리세공의 파편을 주워 모아도 무의미하듯,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도 기억나는, 품에 안은 아기의 체온. 바라보던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눈부신, 모든 것이 빛나던 광경.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이유는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골드리프는 가족을 생각하자 이상하게도 끊임없는 힘이 솟아났다.
그래서, 그것을 앗아간 자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한 것이다.
분명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지크프리트 씨가 존경하는 기사인 당신이, 왜 사적인 원한으로 이렇게까지 하나요?]
마리안느가 던진 마지막 질문.
골드리프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 말대로다. 왜 나는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리미터가 풀린다.
심어놓은 폭탄이 작동한다.
의사의 지향성에 속박되었던 사슬이, 지속성을 버리고 출력을 높인다.
의심이 뒤덮인다.
확실히 싹텄던 망설임이 짓밟힌다.
골드리프의 권능은, 순조롭게 다음 단계로 올라갔다.
이미 극에 달했을 법한 힘이, 갑자기 여백을 얻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
유성의 소녀가 여러 번 일으킨 기적이며, 강자에게는 본래 필요 없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각성이라고 부른다.
"섭리반전......『봉절영역』"
찰나.
그를 향해 곧장 달려가던 마리안느 피스라운드의 시야가, 어둠에 감싸였다.
◇◇◇
어?
뭐......뭐야?
엥?
어?
어이, 댓글창! 안 나오네 ......
깜깜하다.
지금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거지?
무릎과 손을 대고 있는 이 평면이 바닥인지도 모르겠어!
아~ 이건.
혹시 ...... 나의 오감을, 빼앗겼어~~~~!
저 아저씨! 마음대로 테니스 시작하지 말라고!
◇◇◇
"...........어, 아......"
"............"
엎어진 마리안느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마력이 한 번 무언가를 하려고 모였지만, 그 조작용 신경이 작동하지 않고 흩어져 버린다.
"아, 아으 ......? 아아 ......"
"...... 내 가호에 이런 힘이 있을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