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17 세계가 돈다(전편)(5)
    2023년 05월 03일 16시 18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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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골드리프 씨는 지팡이 대신 검을 들고 일어서려 한다.

    "나는, 아직, 지지 않았다. 지지는 않았어. 너는 틀렸다, 올바른 것은 이쪽이다......!"
    "...... 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질문할까요, 당신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계세요?"
    "뭐?"

     보통은 적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싸우지만 말이야.

     계속, 그 부분만은 의문으로 남아있었다고.

    "지크프리트 씨가 존경하는 기사인 당신이 왜 사적인 원한으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

     

     

     나의 물음에.

     골드리프 씨가 눈을 크게 뜨더니, 소리 없이 입술을 살짝 열었다가 닫았다.

    "음, 뭐, 제가 물어봐도 그냥 화가 날 뿐이겠네요. 그냥 안 물어본 걸로 해 주세요."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니까.

    "뭐, 어쨌든ㅡㅡ대대장의 섭리, 격파했답니다! 다음은 콧등이에요!"

     나는 무릎을 꿇은 채로 멍하니 서 있는 그를 향해 달려갔다.

     그럼, 단번에 결판내주마!

     

     

      ◇◇◇

     

     


    "뭐어어어어어어!?"

     절규였다.

     갑옷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가, 상대하던 소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엥! 뭐야!? 아,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놀라게 하려는 거지!? 너 치사해!"

     무심코 움직이지 않던 소녀가ㅡ 불평과 함께 중성자선을 부딪힌다.

     갑자기 소리를 지른 흑기사는, 어떤 권능으로 광선을 상쇄시키면서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 느낌 ...... 골드리프가 졌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패배한 건가! 아니 실화냐!? 거짓말이지!?)

     칠흑 같은 검은 갑옷 아래에서, 흑기사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 학교는 뭐야! 세 명의 기사가 너무 의욕이 넘친다고 생각했더니 역전패를 당했고! 골드리프만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이번 학교 축제의 소란, 전체의 그림을 그린 사람은 누구인가?

     단순한 문답으로만 본다면 이 흑기사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장의 흐름을, 개개인의 전투력까지 조작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나친 조작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여백을 남겨두고 실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아니, 하지만 위험했다. 골드리프만 미리 준비해 둬서 다행이다. 세 기사한테도 그랬다면 서로 알아차릴 가능성도 있었지만 ...... 저 녀석들의 안목이 어리석은 수준이라서 다행이었다)

     일단은 자신이 준비한 비상용 대책이 발동한 것을 확인한 흑기사는, 눈앞의 금주 보유자에게로 의식을 되돌렸다.

    "너, 적당히 해. 난 그저 기분 좋게 학살을 하고 싶을 뿐이야."
    "그런가, 그럼 나를 쓰러뜨린 다음에야 가능하겠지만 그건 꿈같은 이야기다"
    "......호오?"

     소녀가 잔인하게 웃는다.

     생명의 존귀함을 짓밟는, 노골적인 조롱이었다.

    "그거 알아? 이 세상에는 썩는 것과 썩지 않는 것이 있다고, 금서에서 읽었어."
    "흐음?"

     먼 평행세계에서는 탄소의 함유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 두 가지 존재, 유기물과 무기물이라고 불리는 그것.

    "이 두 종류는 결국 죽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내 금주의 대상이 돼. 하지만 악마의 정신체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니까 내 무기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

     그녀는 양팔을 벌리며, 이미 발동된 금주의 출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형상화했다.

     

    "자, 죽어라, 빨리 죽어 - 『마구통마화라스열외성』"

     

     순식간에 나타나는 것은, 뼈로 만든 재앙의 신전.

     무수한 팔이, 손이, 구원을 구하는 듯이 뻗어 나왔다.

     무수한 해골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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