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 윽."
무릎을 꿇고 쓰러질 뻔한 로이는, 검을 지팡이로 삼아 간신히 버텨냈다.
방금 전과는 정반대의 모습. 기사를 내려다보며 그의 가호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로이는 무릎을 꿇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세 번 죽어도 모자랄 위력이었지만, 아바라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네 승리다.......로이 미리온아크......!"
"...... 당연합니다. 왜냐면 ......"
목표하는 정점, 밤하늘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똥별.
그녀와 같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백마도 못 따라잡는 속도로는, 도저히 그녀의 하늘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
"......!"
로이가 승리를 거두는 동안.
미궁 속을 헤매던 유트는, 끝없는 소모 끝에 숨을 헐떡이며 웅크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 출구 ...... 출구는 어디야 ......)
생각을 고정시킨 채, 유트는 눈을 감는다.
폴 사이드의 섭리 '미궁명랑'은, 대상을 출구 없는 미궁에 가두어 쇠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이 미궁은 극도로 강화된 폴의 가호로 인해, 현실과 약간 어긋난 위상에서 형성된다. 설령 출구가 없다는 것을 간파하더라도 결국 탈출은 불가능하다.
(진정해 ...... 출구다. 출구를 찾으면 된다. 출구를 ......)
ㅡㅡ정말로?
유트는 자신감이 없었다. 주어진 미션을 정말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 괴로움에, 그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떨어뜨렸다.
자신의 손바닥을 보는 순간,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 혹시 이거 아서의 것의 열화판인가요?]
[이 녀석, 방금 자연스럽게 왕을 막 불렀잖아]
섭리의 설명을 들은 마리안느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그럼 아마 괜찮을 거예요. 눈치채면 최고 위력을 부딪혀서 깨부숴 주세요]
[너, 간단히 말하기는 하지만 ...... 눈치챌 수 있는 거냐?]
[나는 괜찮을지도]
[저도 괜찮습니다]
[...... 이 녀석들은 정말 괜찮을 것 같네]
망설임 없이 단언하는 두 사람을 보고 볼이 씰룩이는 유트에게, 마리안느는 의아한 눈빛을 보낸다.
[그럼 이 자신감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로]
[그래 그래, 이것만은, 내가 당첨된다면 도망치기만 할 것 같은데]
[바보인가요, 유트. 정말 ...... 당신은 궁지에 몰렸을 때 어떻게 하나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디를 보시나요?]
[아~ ...... 손일지도. 손바닥일 것 같아]
[그럼 간단하네요. 제가 사인해 드릴게요. 나중에 비싸게 팔릴지도 모르니 이긴 뒤에도 잘 보관해 두시라고요]
[그거 좋은 생각 ...... 아니, 잠깐만! 내 손이 팔린다니 무슨 상황이야?]
[돈이 필요할 때라던가?]
[그런 탈부착식 부품이 아니잖아!?]
유트는 멍하니, 그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을 떠올렸다.
"...... 하하하. 진짜, 농담 거르고, 너는...... 승리의 여신이구나."
자신의 손바닥에 쓰인 글자. 아가씨답게 유려하고 아름답고, 그러나 힘찬 말투.
[출구 정도는 스스로 만드세요!]
"......하면 되잖아."
교복의 단추를 열고, 유트는 힘차게 일어섰다.
────stars shudder, sky burr, glory forever!
────stand up, beat down, brave, drive!
────heart, passion, bloom, smiling
────SIN WALK THROUGH, NEW WORLD BREAKTHROUGH!
비록 위상이 다르더라도.
유트의 『작염』은, 말 그대로 시공간을 초월해 마력을 끌어 모은다.
거기서, 그가 성장시켜 온 금주라는 가공할만한 재앙의 위력이 약간 엿보인다.
────never say die
영창 완료.
허공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마그마의 갑옷이 되어 유트의 몸을 덮는다.
"홀드 오픈 ── 서스테이너블・이그니스"
쇠약해졌음이 거짓말인 것처럼, 몸속을 순환하는 마력이 체력과 기력을 회복시켜 준다.
아니, 유트는 직접 체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속에 있던 독소가 말 그대로 소각되어 가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