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몰라서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래, 맞아. 아주 친절히 대해주고, 함께 학교 축제도 다녀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알트리우스 슈텔트라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균형을 맞추고 싶다."
"헤에 ......"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게 직감했다.
근거는 없다. 나는 거짓말 탐지기가 아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열정이 담긴 목소리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지탱해 준 사람의 목소리.
지금까지 가로막았던 자의 목소리.
그들에게는 있던 열기가, 그 말에는 없었다.
"아무래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 같네요, 당신"
"동정해 주는 건가? 이거 고맙군."
"거짓말이잖아요."
"그래. 이건 거짓말이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굴렸던 딸기에 포크를 꽂아 한 입에 먹어치웠다.
"넌 강하구나. 단순한 힘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 나에겐 꼭 필요한 존재다."
"...... 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서인가요?"
알트리우스 씨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힘의 사용법을, 너는 틀리지 않아. 자신의 힘이 무섭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겠지?"
"아주 많았지요."
"하지만 넌 그래도 하늘을 ...... 망설임 없이, 거침없이 달린다."
뭐야, 갑자기 칭찬을 해 주다니. 잘생긴 남자에게 칭찬을 받으면 부끄러워지잖아.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알트리우스 씨는, 눈을 내리깔고 진지한 표정에 한줄기 그림자를 드리웠다.
"네가 하늘 끝을 달리는 유성이라면, 나는 땅속을 기어 다니는 돌멩이겠지."
"............"
절규했다.
자신의 평가에 뭔가 왜곡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말은, 내가 짧은 시간 동안 알고 지낸 그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비굴한 말이었다.
"...... 그건 좀 과한 표현이 아닌가 싶어요. 당신의 좋은 점 정도는 짧은 인연의 저조차도........"
"아니, 단적인 사실이다."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그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쓴다.
"아까의 권유, 지금은 대답하지 않아도 돼."
"...... 유예를 해 주시면야 뭐. 하지만 습격은 내일일 텐데요."
"그래. 내일 대대장과 싸워봐. 너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 우리는 너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만약 너도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
그는 남은 딸기를 한 번 훑어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다 놓고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역시 딸기는 취향이 아냐. 마음대로 먹어라."
그는 소리도 없이, 저택의 보호 마법을 복구하면서 방을 나갔다.
내 앞에는 남은 한 개의 딸기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
여자 기숙사를 나와, 달빛 아래에서 알트리우스는 걷는다.
결행은 내일.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알트리우스 씨!"
날카로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겉옷도 입지 않은 블라우스 차림으로, 마리안느가 여학생 기숙사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딸기도 맛있어요!"
"......뭐?"
그렇게 말하면서 흑발적안의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딸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그걸 알려주러 온 건가?"
"...... 저는......."
딸기를 삼킨 후, 마리안느가 목소리를 높인다.
"이 반짝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고 싶어요!"
"!"
"당신도. 당신도 그렇잖아요!?"
똑바로.
총구처럼 겨누어진 진홍색 두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알트리우스는 무심코 얼굴을 돌렸다.
"............"
말없이 등을 돌리고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그는, 밤의 고요를 걸어간다.
뒤에서 계속, 계속 유성의 소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 ...... 나도."
툭.
흘리고 만 말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이 힘에 걸맞을 만큼──강해지고 싶었어."
밤이 끝난다.
그렇게 밤이 끝나고, 아침이 온다.
학교 축제 2일 차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