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그 말. 시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은, 비슷한 식으로 부적합한 사람이 시험을 통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음?"
"아바라 카시리우스님. 귀공의 합격 자체는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귀공은 기사에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오......? 잘 모르겠는데, 이게 칭찬이냐?"
"응, 그래. 솔직히 놀랐어."
자신들도 모르게 계획의 핵심에 파고들었던, 회의에 거의 나오지 않았고 수상한 냄새가 나는 남자.
그것이 동료들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 모습을 목격하고, 폴과 카카리야도 적지 않게 놀랐다.
"의외네요. 당신은 ...... 더 우리를 얕잡아 보는 줄 알았는데."
"뭐, 그래서 뭐라는 느낌이지만. 너,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수상해 보인다고?"
"이건 좀 심하네"
숨기지 않는 적대감 앞에서, 흑기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여기지 않아도 ...... 저보다 귀공들이 더 옳은데....."
"뭐~? 강하냐 약하냐 문제가 아니었냐?"
"힘은 쉽게 뒤집어지죠. 하지만 올바름은 뒤집히지 않으니까요."
습격을 눈앞에 둔 흑기사는, 발걸음을 돌려 방을 나갔다.
"귀공들, 그리고 귀공들을 선택한 대대장 공은 ...... 옳습니다."
문이 닫히자, 세 기사는 잠시 그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계산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고군분투를 바라보며 골드리프는 유리잔을 울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뇌리에 맴돈다.
"올바름......인가."
정말로?
◇◇◇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아서 왕의 밀명을 받은 골드리프는, 단 세 명의 기사만을 데리고 어느 사이비 교단 본부를 소탕하는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대대장까지 나서는 극비 작전이 된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교단은 '역병'의 금주 보유자를 중심으로, 죽음을 구원으로 정의하는 사악한 단체였다.
귀족과 그에 연루된 자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들,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교단은 살육을 일삼았다.
그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세 기사의 몸은 분노에 휩싸였고, 골드리프 역시 신속한 처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일, 섬멸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관련자를 한 명도 남김없이 처단하라는 왕의 명령을, 골드리프 일행은 충실하게 지켰다.
[그런가, 기사, 기사라. 이렇게 강했나]
[네놈이 ......]
교주에게 칼을 들이대며, 골드리프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와 부하들은 모두 피투성이가 되어 아지트 벽에 피가 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직 구원을 모르는구나. 불쌍한 남자로고 ...... 너는, 구해줄 수 없겠도다]
[닥쳐라. 이것은 네놈의 독단적인 구원을 계속 강요해 온 대가다]
[──quo vadis domine]
[죽어]
노래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검이 휘둘러지고, 마지막 피가 흐르고, 골드리프의 임무는 끝났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군에게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세 기사들 역시 이것이 임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상대가 상대였기 때문에 행동은 현명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럴 터였다.
왕에게 보고를 마치고 밤늦게 귀가한 골드리프.
[어서 오세요, 여보]
아기를 안은 채 현관까지 마중 나온 아내.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 ......]
튀어버린 피가, 골드리프의 몸을 적셨다.
얼굴 앞면을 뒤덮은 피가, 터져버린 아내와 아이의 피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방금 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피의 바다. 악한 자들을 처단했으니 당연한 광경이다. 그것이 자신의 집 현관에 재현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골드리프는 흩어진 아내와 아이였던 것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역병'의 저주 소지자의 말은, 저항을 위한 첫 구절이 아니라 골드리프에게 마법을 부여하기 위한 발동 언어였던 것이다.
골드리프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터진 그 마법은 그에게서 가족을 앗아갔다.
금주. 그래, 금주다. 전설에 기록된 사악한 저주. 인류 역사의 오점. 대현자 세바리스의 유일한 최대의 실패.
지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