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리안느 피스라운드를 만나고 왔다."
"호오."
"...... 본 것만으로는. 뛰어난 마법사라는 정도만 알겠더군."
"본 것만으로는. 즉, 무언가 얻을 것이 있었다는 뜻인가요."
"그녀가 매일 하고 있다는 훈련의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골드리프는 그것을 보고,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대대장으로서 신참 기사들의 훈련을 참관하는 일이 있다. 당연히 골드리프는 현재 젊은 희망인 지크프리트의 신병 시절도 지켜보고 있었다.
'뭔가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틀림없이 자신들 ...... 3대 기사로 불리는 현재 대대장 3명의 시대가 그가 이끄는 시대에 의해 묻히겠다며 직감했다.
하지만 그때도 이렇게까지 감정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미친 짓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모의사격장에 남겨진 기록카드에 적힌 숫자의 나열.
연습 패턴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수백수천의 적을 가정하여 싸우고 있었다.
매일, 매일, 매일매일. 날이면 날마다, 아침 일찍 학교를 찾아가 한 나라의 군대에 해당하는 적과 싸워서 그들을 무찌르고 학살하는 것을 일과로 삼고, 그것을 마친 후, 학우들이 기다리는 교실로 향했다.
적을 사살했다는 기록의 나열에, 무수한 수라장을 헤치고 왔던 몸이 떨렸다. 공포감마저 느껴졌다.
"겁먹고 있는데요."
흑기사의 말에, 골드리프는 눈을 감았다.
무엇에 대한 말인지 뻔히 알 수 있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질도 높인다. 말은 쉽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아무도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하고 있다......"
"...... 저 역시도 약간의 연구를 해봤습니다. 그녀의 성장은 분명히 정도를 넘어선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15살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무서운 ......"
그때.
칠흑의 갑옷을 입은 기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아.......살아 있다면, 자식 분은 그 정도 나이였을요?"
"흑기사."
낮은 목소리였다.
왕국 최강의 자리에 있는 기사의 눈빛을 받은 흑기사는 갑옷을 울리며 고개를 저었다.
"무서운 눈빛이군요, 골드리프 공. 아군에게 향하는 것이 아닙니다."
"알고 있다. 너는 나를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게 하려고 하는구나."
"그랬던가요?"
부추기는 듯한 대사가 들림과 동시에, 골드리프의 팔이 튀어 올랐다.
재킷 안쪽에 숨겨두었던 칼자루를 꺼내며, 마력으로 칼날을 펼치면서 휘두른다.
"나는 농담을 좋아하지 않아."
"알겠습니다."
왕국 최강의 기사의 베기가, 흑기사의 후방에 심어져 있던 큰 나무를 베었다.
나무의 그림자가 소리를 내며 땅으로 가라앉는 가운데, 흑기사는 오른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프다구요. 가호를 반전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참격을 늘리는 건지..."
"흥...... 이걸 아픈 수준으로 끝내는 게 더 이상하거늘."
골드리프는 칼날을 없앤 뒤, 칼자루를 집어넣고 그 자리에서 걸어 나갔다.
"수순대로 진행하라. 다른 두 대대장에게는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절대 정보를 흘리지 말고. 그리고 학원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 이 두 가지만 알아두면 나머지는 마음대로 암약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경건하게 인사를 하는 흑기사에게서는, 감정의 색깔을 읽을 수 없다.
자신의 정신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는 고개를 들어 골드리프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부드럽게 한숨을 쉬었다.
"자. 배우들은 초일류, 대본은 삼류. 하지만 개막에 이른 것만으로도 행운인가."
"역시 애드리브가 필요할 것 같지만 ...... 그건 뭐,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기로 하고."
"애초에 알고 있었던 것. 주연인 그녀가, 여기서 정한 줄거리 따위를 지킬 리가 없지."
"이거 참, 정말 그 여자로 괜찮았어? 아니, 온리 원이며, 효율성은 둘째 치고, 기대치는 엄청나게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슈텔트라인 왕립 마법학교 중앙교.
수많은 감정이, 사명이, 그리고 갈망이 교차하는 학원 축제가ㅡㅡ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