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4.5 공전하는 정의의 저울(1)
    2023년 04월 27일 06시 11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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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투 경기 '버서스'의 연습경기가 끝나고, 나와 크라이스는 경기장 입구, 로비로 쓰이는 공간에서 악수를 나누었다.

    "정말 대단했어. 손발도 못 내밀었다고."
    "내밀었는데요? 손도 발도 다 풀가동이었잖아요, 당신."

     정말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큰일 날 뻔했다.

     여기까지 오면, 슬슬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쓰는 13절영창이나 거기서 파생되는 각 폼에 해당하는 수를 숨기고 있는 것은 뻔히 알 수 있다.

    "뭐, 우리로서는 좋은 경험이었어. 실전에서는 이렇게는 안 되겠지만."
    "당연하죠. 이쪽도 이번보다 더 최선을 다해 도전할 거랍니다. 기대할게요."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난다. 나도 크라이스도, 이마에 푸른 핏줄을 띄우며 서로의 손에 힘을 주고 있다.

    "어이, 마리안느. 위협은 좋지만, 이제 그만 손을 놓아...... 어? 엄청 큰 소리 나지 않았어?"
    "맞아, 크라이스. 언제까지 그 여자랑 손 잡고 있을 건데 ...... 어라? 어? 전혀 떨어지지 않아!

     유트와 저쪽의 홍일점이 우리들을 떼어내려고 한다.

     바보냐! 이놈의 손을 으스러뜨리기 전까지는 끄떡도 안 할 거라고.

     


    〇독수리안티  제멋대로 연장전 시작하지 마
    〇소꿉친구좋아  장외난투는 기본

     

     린디와 저쪽의 탱커도 가세하여, 결국 나와 크라이스는 서로의 손을 놓았다.

     그 사이의 유이 양과 로이는 뒤에 가만히 서 있는 상태였다.

    "특이하네요, 로이. 당신이 먼저 말릴 줄 알았는데요."
    "...... 아니, 딱히."

     왜 토라진 거야, 이 녀석.

     약혼남의 모습이 분명히 이상하다.

    "유이 양. 로이 녀석, 뭔가 ...... 유이 양?"
    "...... 아, 네."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유이 양도 뭔가 딴 데 신경이 팔린 느낌.

     말이 안 통해. 유트와 린디를 향해 어깨를 으쓱했지만, 두 사람은 네 탓이라는 듯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어? 내 탓이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 언제부터 보셨습니까?"

     그때, 크라이스가 우리들 뒤로 말을 건넸다.

    "방금 왔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니 패배한 것 같은데......"
    "헤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요."

     아무래도 누군가가 온 모양이다.


    "어이쿠, 실례. 저기 계시는 분은 우리 학교의 선배님인데, 가끔 지도하러 오시는 아주 강한 분이신, 알트리우스 슈베르 씨야."



    〇제3의성별  어? 뭐라고 했어?
    〇화성  아~ 그러고 보니 설정화집의 여백에 웨스트교 출신이라고 적혀있던 것 같던데 ......

     

     

     크라이스의 소개를 듣고 뒤를 돌아본다.

     옷깃을 여미고 모자를 쓴 그 선배와 시선이 마주치자, 나와 그는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아, 알트리우스 씨 ......!?"
    "마리안느 피스라운드 ......!?"

     서로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오자, 크라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아는 사이?"
    "조, 조금 인연이 있어서요 ......"
    "흠.... 뭐, 확실히 슈베르 씨는 왕도에서 일한다고 했었으니까."

     왕도에서 일한다기보다, 왕도 한가운데 있는 성에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거짓말은 하지 않은 것이 참 얄밉다.

     누구냐는 표정을 짓는 유이 양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말하고, 우리들은 서둘러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로비 구석으로 갔다.

    "뭐 하러 이런 곳에 오셨어요?"
    "그건 이쪽이 할 말이다. 나는 후배들에게 대항 운동회를 위해 지도하러 와 달라고 부탁받았기 때문에 ......"

     정말로 선배 같은 짓을 하고 있었구나!

    "그보다 그건가. 네가 돌몬드를 쓰러뜨린 건가."
    "흐흥~ 만만치 않은 적이었지만, 쉽게 이겼답니다."
    "어느 쪽이야? 마음이 둘이나 있는 거냐?"

     알트리우스 씨가 안경 너머로 반쯤 눈을 마주친다.

    "뭐, 대악마 루시퍼가 살고 있으니 두 개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퇴마부 소속인 나에게 그걸 정면으로 말할 수 있는 배짱이 대단하네 ......"
    "그래서 결국 이제부터 지도를 하시나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아니, 경기 직후라 녀석들도 지쳤을 거다. 기념품으로 젤리를 사 왔으니 일단 이걸 먹고 휴식해야지."
    "정말로 선배 같은 짓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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