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부 354화 검은 바람이 사라질 무렵(3)
    2023년 04월 21일 07시 18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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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대 문명의 기록에도 그런 괴물이 실존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고대 모리슨즈 문명보다 더 오래된 전설이라면 실존해도 이상하지 않겠지요."

    "인공위성에 의한 분석 결과는?"

    "현재 이상 없음. 현재 거인 유적에서 에너지 반응을 감지할 수 없습니다. 그 비정상적인 마력파는 빅투루유호의 센서조차 피한 채 왕도까지 도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고대 문명 이전이라니, 신대인가. 스승님이나 세토 님의 영역이구나."

     이 세계에 미츠카 여신이 강림하여, 그전까지 이 세계에 군림하던 스승 및 구 지배자 집단과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승리하여 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것은 아주 먼 옛날의 일이었다. 이 세상을 자신에게 편리한 모형 정원으로 만들고는 만족하여 이 세상을 떠난 여신이 사라진 후, 여신을 믿는 고대인들이 무섭게 발전하다가 핵전쟁을 일으켜서 멸망할 뻔했다는 이야기이니 그보다 더 이전인가.

     용신족의 정점에 서 있던 스승님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바스코다가마 왕국에서 휴가 중이시다. 서둘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권역 밖♡'이라는 것도 있고, 그렇게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 것도 아닌 것 같으니까.

    "일단 내일은 그 거인 유적이라는 곳을 조사하러 가볼까? 가는 김에 뭔가 이상한 마력 교란이 없는지 알아보고."

    "내일 주인의 호위 당번은 나네?"

    "저도 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으니 함께 가겠습니다요."

    "고마워요, 크레슨, 버질. 버질은 나중에 따로 휴가를 챙겨줄게. 그럼, 나머지는 내일로 미루고 일단은 저녁식사를 들자."

     허탈병 때문에 낮부터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점심을 먹을 겨를도 없었고, 대화에 집중하느라 아직 저녁도 먹지 못했으니 배가 고팠다. 무엇보다 먼저 배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배고프면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집안의 좌우명이다. 우리 집안의, 아니 주로 나와 크레슨의.

         ◆◇◆◇◆.

    "그러고 보니 아까는 못 들었는데, 전설의 거인의 전설이란 게 뭐야?"

    "저도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동화입니다요. 옛날 옛적에 인간을 산 채로 잡아먹어 버리는 무서운 거인이 있었는데, 그 녀석이 대단한 모험가들에게 퇴치되어 저 유적의 가장 깊은 곳에 봉인되었다는 이야기입죠."

     저녁을 먹고 목욕을 마친 나와 버질은, 내 방에서 찬물을 마시며 쉬고 있었다. 뚱뚱하고 더위를 잘 타는 나는 4월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냉방기 마도구를 가동해 방 안을 시원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시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워졌다 추워졌다 해서 힘들다.

    "그 거인이나 모험가들의 이름은 안 남았어?"

    "글쎄요. 모험가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거인의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죠."

    "여러 가지 설이라니?"

    "이름을 부르면 그 녀석을 불러오기 때문에, 이름을 부르면 안 되니까 의도적으로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단순히 이름 같은 건 없었다는 설도 있습니다요."

    "나쁜 짓을 하면 거인이 와서 잡아먹힌다던가?"

    "동화라는 것은 아이들 훈육을 위한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습죠. 나쁜 짓을 하면 거인이 온다며 겁먹는 아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죠. 도련님도 무섭다면 오늘밤 같이 변소에 가줄 수 있습니다요."

    "혼자 갈 수 있어!"

     이런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

    "밤늦게 실례합니다."

    "로리에구나. 들어와."

    "실례합니다."

     이미 오늘 일은 끝났기 때문에 잠옷 차림인 로리에의 등장에, 버질은 휘파람을 불며 소리를 내었다. 장난치지 말아 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어디로 불지 모르는 바람 같은 느낌이다.

    "도련님을 뵈려는 손님이 오셨습니다."

    "이 시간에 도대체 누가?"

     시계를 보니 벌써 23시다. 하지만 로리에가 그 손님을 통해 나를 부르러 왔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손님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반 님이십니다. 안색이 심하게 변했고, 허탈병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금방 갈게."

     이번엔 도대체 무슨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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