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부 355화 거인유적에 잠든 허신(1)
    2023년 04월 21일 08시 17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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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일 났어! 전부 다 내 탓이야!"

    "오라버님, 제발 진정하세요"

    "이게 진정이 되겠어! 린도가, 린도가! 아니, 린도만 그런 게 아니야!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허탈병에 걸렸는데!"

     심야, 왕립학교 교장실. 밤늦게 반 군의 약속 없는 방문을 받은 나는, 그에게서 사정을 듣자마자 서둘러 멀린 교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 결과 모인 것은 교장과 나, 호위로는 버질, 우리 집에 온 반 군과 그가 업고 온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진 린도였다. 그의 여동생인 로사 님과 피클스 왕자. 그리고 교장을 통해 허탈병 대책본부에 소집되어 있던 오크우드 박사와 귀여운 손녀에게 큰일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하인츠 스승님이었다.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순서대로 확인해 보자. 먼저 반 군과 린도는 봄방학을 이용해 거인 유적의 탐험을 떠났다."

    "그래.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부에 진학하지 않고 모험가 학교에 입학할 생각이었거든.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모험가로서의 활동에 익숙해져 두자며 린도가 권유했어."

    "죠반 평원, 칼리큘라 숲, 뉴몬산에서의 순조롭게 즐거웠던 둘만의 봄방학 캠프 데이트, 즉 모험가가 되기 위한 수련을 쌓고, 그 마무리로 위험도가 낮은 거인유적에서 던전에 들어가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래. 실제로도 유적지 안팎에 있는 몬스터는 별거 아니었고, 위험도가 낮은 만큼 그렇게 위험한 던전은 아니었어. 몬스터는 대부분 린도가 쫓아냈기 때문에, 우리는 비교적 순조롭게 던전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갈 수 있었어."

     오라버님 너무 위험한 짓은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은 모습의 로사 님이었지만, 지금의 반 군과 린도의 실력이라면 괜찮을 거라는 신뢰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를 읽고 입을 다문 것 같다. 반 군도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의기양양하게 유적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착한 당신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모르겠어. 다만 내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광장에 발을 디딘 순간, 발밑에서 ...... 땅속에 묻힌 유적의 더 아래, 땅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기척을 느꼈어. 아마 그게 거인 유적에 봉인되어 있다는 거인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대비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린도한테 떠밀려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릴 틈도 없이 '무언가'가 바람처럼 내 몸을 뚫고 지나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린도가!"

    "허탈병에 걸렸군요. 그것도 서 있는 상태에서 정신을 잃는 것보다 더 심한, 스스로 서 있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중병에 걸렸다는 거죠?

    "그래! 말을 걸어도, 어깨를 흔들어봐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데 심장은 뛰고 있어서 무서워서 서둘러 호크에게 상담하려고 했더니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라고!"

     의식을 잃은 린도를 등에 업고 있어서 들어갈 때보다 더 힘들었겠지만, 거인유적의 가장 깊은 곳에서 탈출한 반 군은 서둘러 인근 마을로 돌아와 모험가용 마차를 타고 왕도까지 돌아왔다. 하지만 그 무렵에는 이미 허탈병 때문에 나라 전체가 소란스러웠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며, 어쨌든 나에게 상담하고 싶어서 우리 집에 왔다고 한다. 그게 23시쯤이었다.

     거기서 그에게서 일련의 사정을 들은 나는, 즉시 교장선생님과 스승님께 연락을 취했다. 교장이 교장실에서 만나자고 해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달려간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내 탓이야! 나 때문에 봉인되어 있던 거인이 깨어났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왜냐면 내가 들어온 순간에 이변이 일어났으니까! 그럼 당연히 내 탓이잖아!"

    "거인이 아니다. 허신이다."

     그때까지 소파에 누워 있는 린도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승이 무겁게 입을 연다.

    "알고 있는가, 하인츠."

    "그래. 오래된, 아주 오래된 옛 친구의 이름이다."

     스승님 왈. 옛날 이 세상에는 용신족 말고도 여러 신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신 미츠카가 '방해가 되니까'라는 단순한 이유로 전부 봉인해 버렸다. 그것은 대개 자신의 손으로 했지만, 인간들이 신을 죽이는 것을 도와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인간은 신을 죽일 수 없다. 그래서 약해진 신들을 여신의 힘으로 봉인하며 다녔다. 그것이 거인 전설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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