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부 354화 검은 바람이 사라질 무렵(2)
    2023년 04월 21일 07시 17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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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전에 메가미츠의 콜닥터에게 부탁해서 방문 진찰을 요청하려고 여신 스마트폰을 꺼낸 나. 하지만 거기에는 '권역 외♡'라는 장난스러운 문자가 표시되었다. 그냥 권역 외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인 줄 알겠지만, 노골적으로 장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말끝의 하트 마크에 내 이마에 파란 핏줄이 불거졌다.

    "아니, 오히려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몰라. 적어도 전의 마왕 소동 때처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그건 다행이다. 이 시점에 세계의 위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은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미안하지만, 도련님, 나도 경비부에 출두해야 하니까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주고."

    "네가 호크짱의 곁을 떠나면 어쩌냐고 말하고 싶지만,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겠지. 부득이하군, 허락하마."

    "감사합니다, 사장님"

    "조심해. 파스트라미사 쪽에는 내가 연락을 취해 놓을 테니까."

    "그래, 도련님도 조심해라."

     다른 곳보다 초동 대처가 빨랐던 덕에, 우리 쪽에서 나온 환자 6명은 무사히 입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변은 왕국 전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공허한 상태에 빠진 폐인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몰려와서 패닉에 빠질 뻔했고, 저녁이 되자 나라에서 국영 라디오 방송으로 안내가 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갑자기 폐인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는 기이한 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전염병이나 대규모 저주의 가능성도 있지만 다행히 당장 사망에 이르는 병은 아니니 절대 당황하지 말고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최대한 자택 대기를 하라는 말씀이다.

     아마도 대현자 멀린 교장이나 궁정 마술사들도 어떤 이변을 감지한 것이 틀림없다. 그들도 국가의 마술적 수호를 맡길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일 것이고, 무엇보다 교장선생님이 계시니 진상 규명과 대처에 전력을 다해 주실 거라 믿고 싶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그날 밤 저택으로 돌아온 우리는 저택 내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없는지 등을 확인한 후, 식당에서 얼굴을 맞대었다. 다행히 우리 집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가족이 공허하게...... 국가에서 붙인 가칭 '허탈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찍 퇴근한 하인도 많았다고 한다.

    "적어도 내일부터는 가게 영업을 재개할 생각이다. 그 이후로 제2파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골드마트가 계속 휴업하면 곤란한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저희도 같은 생각이에요. 말하고 보면, '당장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겁을 먹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종업원들의 공통된 의견인 것 같아서요."

    "문제는 그 등골이 오싹한 것이 도대체 뭐였을까 하는 거지. 또 무슨 이상한 놈이 주인에게 시비를 걸러 온 거 아니야?"

    "왕도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마법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우회적인 방법보다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게 빠르지 않을까?"

    "도발이나 선전포고 같은 건 가능성은 없는 거야? 괴롭힘을 반복해서 의도적으로 상대를 짜증 나게 하는 전법이라면,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잘하는 편인데?"

    "그렇다면 더더욱 대책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르겠스므니다. 제2파가 온다 해도 허탈증 환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뿐이라면 모를까, 다음에는 목숨이 위태로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스므니다."

    "...... 그 거슬리는 바람은 동쪽 방향에서 불어왔지? 셰리, 지도를."

    "예."

     여신 스마트폰에서 조사된 마이크로 머신 의체로 실체화된 노 집사 셰리가, 프로젝터처럼 공중에 브랜스턴 왕국 주변의 지도를 투사해 준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 같다.

    "왕도보다 동쪽 방향으로 가면, 죠반 초원, 칼리큐라 숲, 뉴몬 산, 그리고 거인 유적지가 있습니다."

     장난하는 거냐고 묻고 싶은 지명들 중에, 한 가지 노골적으로 의심스러운 지명이 있네?

    "버질, 그 거인 유적이란 건 뭐야?"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유적입죠.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거인이 봉인되어 있다나 뭐라나. 다만, 유적지 안은 모험가들이 마구잡이로 파괴해 버렸기 때문에 전설의 거인은 그저 동화일 뿐이라는 것이 통설이 되어 버렸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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