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이른 아침 이불속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맞대었다. 어제까지 계속 내리던 진눈깨비 섞인 차가운 비가 완전히 그친 것 같다.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태양과 푸른 하늘이 보인다.
"이상하다니, 무슨?"
"외국 남자 아이가 아주 행복하게 사는 꿈."
"머리가 금발이고, 눈이 파란?"
"그래. 피부가 하얗고 뚱뚱해."
"그 꿈, 나도 꾼 것 같아."
"거짓말. 그럼 둘이 같은 꿈을 꿨다는 거야? 그런 우연이 있을까?
"있겠지? 아무리 믿을 수 없는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거, 알지?"
야스오미는 침대 옆 쓰레기통 위에 놓인 휴지에 손을 뻗어 눈가를 닦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상하게도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티슈로 눈가를 닦고 있다.
"그게 다야?"
"그게 다."
"정말?"
"글쎄."
"뭔가 속이는 거 아냐?"
"무엇을?"
"자기만 좋은 꿈을 꿔서 미안하다던가."
이불 속에서, 등을 대고 누웠다가 옆으로 눕는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너도 그래?"
"역시"
"속이려고 한 건 아니야."
"알아. 나도 그랬으니까."
꿈에.
"꿈에 야스타카가 나왔다."
"응."
"사랑한다, 고맙다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지"
"응."
"그럼 안녕이라고도 했었고."
"응, 응"
어깨를 떨며 요리코는 울고 있었다. 야스오미도 울면서 아내를 끌어안았다.
"...... 그 아이가 야스타카의 환생이라 해도...... 엄청 행복하다고 해도 ...... 그래도.... ...그래도 그 아이의 행복은 우리가 곁에서 지켜보고 싶었는데!"
"......맞아!"
이불속에서 서로 껴안고 울고, 울고, 축축해질 때까지 흐느끼고서.
두 사람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점심때가 지나고 나서였다.
◆◇◆◇◆.
흠뻑 젖어버린 베갯잇을 세탁기에 던져 넣고, 샤워를 하면 춥기 때문에 목욕을 했다. 퉁퉁 부은 눈을 뜨거운 물로 씻고, 가네다 야스오미와 요리코는 거실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자 이거, 밸런타인 초콜릿."
"오, 고마워."
"올해는 좀 더 좋은 걸 사 왔어."
"얼마나?"
"3배로 돌려받으면 곤란할 정도. 그러니 비밀"
야스타카의 영정사진에 분발한 초콜릿을 바치고, 요리코는 접시에 향을 올려놓는다. 밥 먹을 때 향 냄새를 맡기 싫다며 싸우기도 해서 지금은 식사 중에 거의 하지 않는데, 오늘만큼은 야스오미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을 싫어하고, 얼굴 찍히는 걸 싫어해 가족사진을 잘 찍게 해주지 않아서 야스타카의 유품은 학생증 얼굴 사진 ...... 은 역시 너무 불쌍해서 중학교 입학식 때 가족 3명이 함께 찍은 웃는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왠지, 마음이 편해졌지?"
"그럴지도 몰라"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으로부터 12년이 지났다. 비록 꿈이었을지라도, 아들과 제대로 마주 보고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두 사람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저기, 오늘 점심은 어디 먹으러 가지 않을래? 그 아이가 좋아하던 것으로."
"야스타카가 좋아하던 음식이 뭐였을까. 돼지고기와 케이크, 과자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역 앞의 오므라이스 집 ......은 망했고, 회전초밥 ......은 다른 체인점으로 바뀌었지만, 회전초밥이면 괜찮지 않을까?"
"아, 그러고 보니 저 녀석, 그다지 초밥은 먹지 않고 푸딩이나 사이드 메뉴만 잔뜩 주문했었지."
"맞아 맞아."
회전초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는 가네다 부부. 어제까지와는 조금, 그러나 확실히 뭔가 다른 아침, 귀신이라도 떨어진 듯한 두 사람은, 죽은 아들에 대한 추억담에 꽃을 피운다. 그 아이에 대해 슬픔 없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생각해 보니 오늘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