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8부 348화 사랑의 길(2)
    2023년 04월 20일 03시 53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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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 앞에서 그 녀석을 생각하다니, 배짱이 좋네~ 당신]이라며 놀람 반, 웃음 반으로 웃고 있는 오늘, 대형견만 한 개가 되어 가마 위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백아의 성수님, 그리고 그런 성수님을 발밑에 모시고 당당하게 서 있는 로건님.

     로건 님과 이그니스 폐하는 라이벌 의식이 강하니까. 둘 다 든든한 어른인 척하면서도, 의외로 사소한 일에도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다. 그건 그것대로 좋은 라이벌 관계일지도 몰라. 기분 좋게 경쟁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의욕에도 이어지니까.

    "미안, 미안. 너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다만, 나랑 있을 때는 그 사람 생각은 안 해줄래?"

    "선처하겠습니다, 예."

     이런 소소한 일탈이 있었지만, 사애제 퍼레이드는 무사히 성대하게 끝났다. 저격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저렇게 못생긴 가마를 탈 수 있겠냐! '라는 본심을 애써 감추며 거절했던 호위의 크레슨과 합류한 우리는, 왕궁에서 열린 연회를 즐겼다.

    "그래서, 본론은 뭔데요?"

     그래, 우리는 놀러 온 게 아니다. 더군다나 퍼레이드에 참여하러 온 것도 아니다. 로건 님이 상담할 것이 있으니 조만간 방문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했고, 그런 일이라면 어쩔 수 없다며 병을 앓았던 몸이지만 특별히 후유증 등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온 것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악감정 100퍼센트의 밸런타인 선물 공세에서 일시적으로 현실 도피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설마 도피처에서 저런 어처구니없는 퍼레이드에 참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회가 끝난 후, 목욕을 마치고 바로 로건 님의 방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본론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실은, 최근 성검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서."

     태양의 성검 렉스칼리버. 로건 님이 가지고 있는 전설의 무기이자, 태양의 성수 세토 신이 봉인을 지키고 있던 이 나라에 전해지는 전설의 비보이기도 하다. 한 번은 내가 부러뜨렸다가 나중에 필요해서 급히 수리했다는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원래는 달의 수호성조 세타 신과 그녀가 수호하는 달의 성검 레지나테인과 한쌍을 이루는 검, 이었나? 저쪽은 수백 년 전에 달의 용사들이 사룡 하인츠를 처치하러 갔다가 반격당해 모두 한꺼번에 트루블루 산 어딘가에 황금상이 되어 있다고 한다.

     로건 님이 가져온 태양의 성검 렉스칼리버를 확인해 보니, 붉은색 손잡이 부분에 박힌 푸른 보석이 심장 박동처럼 희미한 빛을 내며 깜빡거리고 있지 않은가.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세토 님, 이건 뭐예요? 설마 폭발하는 건 아니겠지요?"

    "안 그래! 그보다, 네 농담에 어울리는 나도 대체로 참 많이 대견하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늠름한 대형견의 모습에서 동물귀 미소녀의 모습으로 변한 세토 님이, 한숨을 쉬며 성검의 곁으로 걸어온다.

    "아까도 말했지만, 원래 태양의 성검 렉스칼리버는 달의 성검 레지나테인과 쌍을 이루는 두 개의 검이야. 그런데 그 재미지상주의 여신의 성격상 그런 이야기에 합체 기믹을 넣지 않을 리가 없잖아?"

    "설마."


    "그래, 설마야! 사실 두 검은, 무기에 충분한 경험치를 쌓으면 합체되어 진정한 성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거든!"

    "라고 하는데."

     로건 님이 곤란하다는 듯이 눈썹을 내리신다. 그래, 나도 곤란해. 아니, 합체 기믹 자체는 로망이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두 개의 성검이 합체하여 진정한 한 자루의 성검으로 각성한다니, 소년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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