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부 347화 언젠가 어딘가에서 있었던 일(1)2023년 04월 19일 06시 18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가네다 야스오미(金田安臣)는 밤마다 거실에서 저녁 술자리를 갖는다. 한때는 알코올 도수 9%의 독한 캔을 하루에 두세 병씩 마셨지만, 요즘은 3% 정도의 덜 취하지 않는 것을 고르고 사서 마신다.
12년 전 봄에 외아들 야스타카를 교통사고로 잃은 이후 아내 요리코가 야스오미보다 더 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은 아침 등굣길에 신호위반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그것도 뺑소니였다. 적어도 차에 치인 직후 구급차를 불러주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은 범인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설상가상으로 뺑소니범은 자기 보호만 생각하는 나쁜 사람이었다.
분노에 휩싸여 재판에서 철저하게 때려눕혔지만, 분노도 억울함도 허탈함도 사라지지 않았다. 배상금 따위보다 그 애를 돌려달라고 외치던 아내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거 맛있지 않아? 올해 겨울 신상품이래."
"맞아. 근데 주스 같아."
"과즙이 많아서 그런가?"
"이걸로는 마신 느낌이 별로 안 나지 않아?"
"그럴지도."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TV를 보고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다. 휴간일[각주:1]을 만들게 된 것은 몇 년 전이었던가. 올해는 열세 번째 기일이라며 벽에 걸린 달력을 보는 야스오미는, 슈퍼에서 사 온 튀김을 입에 넣는다. 가네다 집안의 부엌은 튀김 금지다.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신혼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
아들을 잃은 후의 12년은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다. 한때는 부부가 모두 폐인처럼 되어 가정이 붕괴 직전까지 갔던 집안도 지금은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일반 가정과 다를 바 없다.
참 신기한 일이라고 안신은 생각한다.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어느새 밥을 먹고, 회사에 출근하고, 망가진 아내를 돌보고, 그로 인해 자신도 우울증과 노이로제에 걸릴 뻔했다.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은 치유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상처도 언젠가는 딱지가 생기고 흉터가 된다. 떼어내면 다시 피가 흘러나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문득 그 아이를 떠올리며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밥을 먹고, 목욕을 하고, 잠을 자고, 아침이 오면 일어나서 나는 회사로 출근한다.
가끔은 문득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아마 그것은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끔 둘이 얼굴을 마주보며 답이 없는 왜를 말없이 묻는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
"저기."
"응?"
그것은 발렌타인데이 아침의 일이었다. 요리코는 매년 2월 14일이 되면 야스타카가 좋아했던 초콜릿 과자를 여러 개 사서 영정 사진에 바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내용물이 줄어들어 작아지는 과자들. 아내가 아주 근사한 불단을 사겠다고 했을 때, 이 좁은 집 어디에 두냐며 싸운 적도 있다. 아이의 방에 두겠다고 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결국 사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지금에 와서야 '역시 그렇게 큰 건 필요 없었을지도 몰라'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아내지만, 그래도 살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고, 결국 아내의 마음속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불단이란 죽은 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남겨진 산 자를 위한 것이라는, 예전에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조금은 인상에 남아있다.
"나, 오늘 아침 이상한 꿈을 꿨어."- 술을 안 마셔서 간을 쉬게 하는 날 [본문으로]
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부 348화 사랑의 길(1) (0) 2023.04.20 38부 347화 언젠가 어딘가에서 있었던 일(2) (0) 2023.04.19 38부 346화 헬로헬로 월드(2) (0) 2023.04.19 38부 346화 헬로헬로 월드(1) (0) 2023.04.19 38부 345화 인사이드림(2) (0) 2023.04.19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