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8부 346화 헬로헬로 월드(2)
    2023년 04월 19일 04시 59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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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 년을 살다 보면 점점 더 세세한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거든. 하지만 수백 년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는 것도 있어서 말이여."

     아내와 딸을 뱀파이어 로드에게 물리고, 운 좋게 그 뱀파이어 로드를 쓰러뜨렸을 때 대량의 피를 뒤집어쓰고 자신도 뱀파이어 로드가 되기 전부터 오레가노는 아내와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불화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냉랭하게 대했다고 한다.

    "가족이라는 건 소중히 여겨야 혀. 뭐, 네 경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오레가노는 가족에 대한 마음은 없는 거야?"

     자신을 무시하는 고집불통 미모의 아내와 반항기 가득한 딸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도 가족을 사랑했다는 오레가노의 옆모습에서는, 애잔함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가족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가족을 왜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로서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음, 뭐, 이미 수백 년 전의 일이라 그럴지도. 그때는 가족한테 여러 불평과 불만을 품었던 기억도 있지만, 먼 훗날이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그저 그리운 것뿐이여."

     그러면서 오레가노는 인자하고 밝은, 소년 같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너희들이 내 가족 같다고나 할까?"

    "그래."

    "어떤 인생이든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합쳐서 추억이 되는 것이여.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원망과 증오를 계속 품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건 중간에 지쳐서 그만두었어."

     그래서 웃는다. 그래서 즐긴다. 오늘 싫었던 일도 어차피 50년, 100년이 지나면 잊어버릴 테니, 어차피 오늘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을 100년 후에 기억할 수 있다면 그쪽이 더 좋다며, 그는 밝게 웃는다.

     웃는 오레가노의 기억 속에는 분명 사랑이 식어버린 아내나 다 자란 딸에게 받은 싫은 대접보다, 사랑이 있었을 때 아내와 어린 딸이 준 행복한 기억이 우선적으로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호크 군!"

    "우오! 박사님?"

    "납시었나. 박사님은 항상 갑자기 나타나시는구먼요."

     그때였다. 목욕탕의 문이 열리더니, 흰옷 차림의 오크우드 박사가 씩씩하게 걸어 들어왔다. 역시 신발은 벗었지만 양말은 신은 채로 들어왔다.

    "아, 다행이오! 100명의 여자를 시중들면서 목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네가 진짜라는 뜻이겠구려?"

    "어떤 악몽을 꿨길래?"

     내가 여자애들 엉덩이를 쫓아다니는 데만 몰두하느라 연구를 전혀 하지 않게 된 꿈같은 걸지도?

    "이몸, 분노와 실망으로 인해 자신의 포효로 잠에서 깨어났지 뭐요. 이몸도 그 정도의 포효가 가능했다니! 아니, 그게 아니라!"

     브랜스턴 왕국에서 정식으로 연락이 온 모양인데, 마법사 길드, 학자 길드, 의사 길드 공동으로 악몽병 대책본부가 설립되었고 이미 길드 마스터 자리에서 물러난 오크우드 박사에게도 연락이 왔다고 한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빈도로 발생하는 유행병이라서 감염자와 그 가족들 주변에서 꽤나 소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왕립학교에서도 몇 명의 학생들이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가 있는데 치료약이 없다니! 이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상황이오! 이몸의 과학에 패배의 두 글자는 없기 때문이오!"

     아직 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은 병이라는 것이, 박사의 연구자의 영혼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그니스 폐하 때에도 그랬었지.

    "가만히 있을 수 없소이다! 어서 가자, 빨리 갑시다! 느긋하게 목욕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오! 서둘러 준비를!"

    "박사님"

    "?"

    "국룰이니까, 감히 이렇게 말하겠는데요."

    "뭐요?"

    "꺄아~! 박사님은 저질!!"

    "푸하하하하하하! 그건 확실히 그렇구려!"

     폭소를 터뜨리는 오레가노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크우드 박사. 참고로 이후 나는 박사의 치료제 개발에 동참하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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