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8부 343화 잠자는 한창 때의 돼지
    2023년 04월 19일 03시 03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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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먹구름이 잔뜩 끼고 진눈깨비 섞인 차가운 비가 내리는 겨울의 아침의 일이었다.

    "여어,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무슨 일이지? 얼굴색이 많이 안 좋은데?"

    "아니, 무슨 이상한 꿈을 꿔서 말이야.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잠에서 깬 게 최악이었다고."

    "...... 우연이군. 나도 오늘 아침 꿈이 안 좋았다."

    "실화냐. 그런데 넌 어떤 꿈을 꿨어? 나는 남자들만 있는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꿈이었는데."

    "......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내가 도련님을 총으로 쏴 죽이는 꿈이었다"

    "어이어이, 그거 아침부터 무겁구만."

     올리브와 버질은 식당에서 아침의 블랙커피를 마시며 아침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곧장 크레슨과 카가치히코도 찾아왔다.

    "안녕하셔."

    "응. 뭐야? 다들 얼굴이 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네."

    "그게, 오늘 아침에는 둘 다 나쁜 꿈을 꾸어서 말이야."

     버질이 그렇게 말하자, 크레슨과 카가치히코도 얼굴을 마주했다.

    "뭐야? 너네도 그래?"

    "우리도 꿈자리가 사나웠지."

     크레슨은 노예 목걸이의 효과로 인해 절대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노예로 쓰이는 악몽을, 카가치히코는 골드 저택이 불타는 악몽을 각각 꾼 모양이다.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곧 아침 식사 시간입니다."

    "좋은 아침. 응? 다들 왜 이렇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어?"

     여기까지 온 김에 로리에와 오레가노에게도 악몽을 꾸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어떻게 그걸 알았냐고 대답했다.

    "나는 나쁜 뱀파이어가 도련님에게 퇴치당하는 꿈이었어."

    "나는 꼬마를 도와주지 못하여 눈앞에서 애도하는 꿈을."

    "...... 묘한 일도 다 있네?"

    "6명 전원이 동시에 악몽을 꾼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 만들어졌다."

    "또 무슨 도련님이 이상한 트러블에 휘말리는 거 아냐?"

     버질이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끝내려고 할 때였다.

    "호크! 정신 똑바로 차려! 호크!"

    "방금 건 ......"

    "나으리의 목소리!"

     로리에와 버질은 제일 먼저 뛰쳐나갔고, 모두가 그 뒤를 따라왔다. 물론 목적지는 호크의 방이다.

    "로리에! 의사를! 빨리!"

    "여보, 진정해!"

    "진정할 수 있겠냐! 호크가, 호크가 깨어나지 않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날씨, 커튼도 닫혀 있어 어두컴컴한 호크의 방. 이글이 침대에 누워 있는 호크를 안고 열심히 말을 걸고 뺨을 두드려도 호크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평소 잠을 잘 못 깨기로 소문난 호크가 이렇게까지 깨어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이상 현상이다.

    "실례합니다, 나으리!"

    "바꿔주십시오."

     병원 잠입 작전을 위해 간호사로서의 지식도 익힌 적이 있는 로리에와,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버질은 둘이서 호크의 상태를 살폈다.

    "도련님의 몸에 마법이 사용된 흔적은 없습니다. 맥박, 호흡, 안구, 체표에도 이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내가 잠옷도 속옷도 벗겨서 확인했지만, 외상도 없었다. 점막에서 이상한 냄새나 이물질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고."

    "그럼 무슨 뜻인데?"

    "정말로, 그냥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깨어나지 않는 거냐!"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알 수 있는 사람을 데려와! 지금 당장! 의사든 뭐든 상관없어! 오 그래! 오크우드 박사에게 연락해! 시급히!"

    "저기, 혹시 악몽병이 아닐까?"

     모두가 일제히 오레가노를 바라봤다. 동시에 여러 험악한 눈빛을 받은 그는 다소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악몽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악몽병은 이름 그대로 한 번 감염되면 깨어나지 못하는 악몽에 시달리는 기이한 병이다. 특효약은 없다. 회복하려면 본인이 스스로 악몽에서 깨어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고, 노약자나 어린이일수록 더 심해지기 쉽다고 한다.

    "그럼 내가 호크가 계단에서 떨어져서 죽는 악몽을 꾼 것도"

    "내가 여보에게 목이 졸려 죽는 악몽을 꾼 것도?"

    "틀림없어. 옛날부터 인간들 사이에서 가끔씩 유행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내가 직접 걸린 것은 처음이여."

    "가끔이라고?"

    "음~ 100년에 한 번 정도?"

     소박한 농부 아저씨 같은 외모와 말투로 인해 잊기 쉽지만, 오레가노는 수백 년을 사는 최고위의 흡혈귀족이다. 가끔, 감각이 인간과 어긋나도 이상하지 않다.

    "잠깐, 유행병이라고 했지?"

    "그건, 다시 말해......"

    "우리들, 그리고 이 일대에 사는 인간들 모두 걸려도 이상하지 않아."

     과연 오레가노의 예상은 적중했다. 낮이 되자 이 일대 고급 주택가 일대에서 아이가 깨어나지 않는다는 소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호출을 받고 출동한 의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무서운 전염병이었던 만큼, 저녁이 되자 브랜스턴 왕국 전역에 긴급 악몽병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

    "도련님은 아직 안 깨어났나?"

    "네."

     차가운 비가 내리는 저녁. 올리브와 로리에는 불이 켜진 호크의 방에서 아침부터 계속 잠을 자고 있는 호크의 잠든 얼굴을 걱정스럽게 들여다본다. 악몽병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무해한 병이다. 특효약은 없지만, 스스로 악몽에서 깨어나면 후유증 없이 금방 낫는다. 하지만 그건 깨어날 수 있을 때 이야기다.

     한 번 악몽에 빠져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잃어버리면 그대로 쇠약해져 죽는다고 한다. 때로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오레가노의 말처럼, 상황에 따라서는 이번에도 적지 않은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버질 일행은 호크에 대한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면 어차피 금방 깨어나겠지]

    [주공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므니다]

    [지금쯤 미녀들이 알몸으로 추근대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 아니야?]

     과연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부도덕한 발언을 한 버질은 호크가 죽을 만큼 걱정되는 이글에게 3달 감봉 처분을 받게 되었다.

    "괜찮아, 도련님라면 분명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금방 일어날 거다."

    "그래요. 그렇게 믿고 싶네요."

     악의적인 공격이나 적대적인 저주의 종류는 자동으로 반사하고, 접근하는 날벌레는 시야에 들어오기 전에 전자동으로 소각하도록 술식을 짜 맞춘 마법 결계를 항상 몸에 두르고 있는 호크였지만, 질병은 맹점이었다. 모두의 걱정과는 달리, 푹 잠들어 있는 호크가 깨어날 기미는 아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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