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7부 340화 후략, 메리 강림제(2)
    2023년 04월 19일 00시 39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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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가치히코의 본연의 임무가 파티장에서 나온 사람들을 놓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라면, 크레슨의 임무는 파티장에 없는 사람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의 자랑인 건강한 다리와 후각을 활용해 저택 안을 샅샅이 뒤지고, 마주치는 사람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처리하는 것이 그가 맡은 역할이다.

     예를 들어 주방에 있는 요리사들, 음식을 행사장까지 운반하는 종업원들, 저택 곳곳에서 일하는 시녀들, 저택 경비를 서는 경비원이나 문지기, 마차꾼 등등. 누구라도 한 명이라도 도망치면 곤란하기 때문에, 호크의 각혈 소동이 벌어지는 동시에 초특급으로 모두 죽여버리기 RTA(리얼타임어택)를 단숨에 완주해 버린 것이다.

     참고로 저택의 지붕 위에서는 버질이 새로 저택을 드나드는 사람이나 소란을 눈치챈 외부인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으며,  춥다고 투덜거리며 일행으로로부터 통신 마법으로 철수 및 방화 신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말 미움받았고 있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아빠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한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와."

    "여기에 직접 오지 않은 사람까지 합치면 더 많을 거다."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라고, 주인!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 수보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수를 세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는 인생이잖아?"

    "그렇스므니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성인군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니다."

     파티룸에도, 복도에도, 그 외의 장소에도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이런 곳에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호크는 버질에게 철수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버질은 기다렸다는 듯이 근처의 창문을 발로 차고 복도로 뛰어들어왔다.

    "버질, 수고했어. 감시하느라 수고했어."

    "정말 그랬습니다요! 엄청나게 추워서 죽을뻔했습죠!"

    "우왓!? 추워!!"

    "아! 따스해!"

     올리브의 품에서 아이 특유의 높은 체온을 가진 호크를 핫팩 대신 안아 올리는 버질과, 춥다며 완전히 식어버린 버질이 입고 있는 턱시도의 차가움에 몸을 비틀며 저항하지만, 결국은 순순히 당하고 마는 호크.

     그 때문에 호크의 야회복에 묻은 핏자국이 버질의 턱시도에도 약간 묻어있지만, 어차피 다 버릴 것을 전제로 주문한 옷이니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집에 갈까? 오늘 밤은 유난히 추울 것 같다고 했으니까, 돌아가면 주방장에게 부탁해서 만든 뜨거운 찌개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오! 찌개 좋죠!"

    "술도 당연히 나오겠지?"

    "물론이야! 작전 성공을 축하해야지!"

     그날 밤, 어느 귀족의 저택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그날 밤은 건조한 강풍이 불어 불이 빨리 번져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진화가 되었을 때쯤에는 저택이 전소되었다. 불길 속에서 뒤늦게 탈출한 많은 사람의 불에 탄 시신이 발견되었지만, 현대 일본처럼 검시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경찰의 수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주요 멤버를 대거 잃은 제1왕자파 과격파는 크게 약화되었지만, 호크 골드 및 이글 골드 암살 계획이 좌절된 것을 감지한 일부 잔존 세력은 골드 상회에 대한 원한을 더욱 키우게 된다. 동료들이 많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공개적으로 탄핵할 수 없는 만큼 증오심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골드 상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 음모를 꾸밀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의 음모가 결실을 맺을 수는 없을 것이다. 호크가 호크인 한. 그리고 그의 주변에 든든한 동료들이 있는 한.

     


     37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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