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7부 339화 중략, 메리 강림제(1)
    2023년 04월 18일 16시 11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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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는 것과 납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납득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올리브는 그런 쪽에 속하는 사람이다.

    "도련님! 정신 똑바로 차려, 도련님!"

    "올리......브......"

     하지만 역시 실제로 마주하면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골드 상회에 적대감은커녕 살의를 품은 자들이 주최한 위험한 파티. 여신강림제를 축하하는 화려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피와 비명으로 얼룩진 참극으로 변했다.

     올리브는 흰색 고급 턱시도가 새빨갛게 물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웨이터가 건네준 샴페인을 입에 넣자마자 샴페인과 피를 토하며 쓰러진 호크를 무릎을 꿇고 끌어안는다.

     마치 고통스러워하는 듯, 괴로워하는 듯, 끙끙거리며 기침을 하고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올리브의 가슴에 의지해 힘겹게 눈물을 흘리는 호크 골드의 모습은, 비록 그것이 적을 속이기 위한 연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이 아프다.

     그런 올리브에게 [오오! 멋진 모범 연기! 조연상 수상은 따놓은 당상!] 이라며 호크가 얼빠진 뇌내 텔레파시 마법을 보내오자, 샴페인과 함께 입에서 뿜은 피가 튀겨져 빨갛게 젖은 뺨을 꼬집어 주고 싶었지만, 올리브는 호크의 충실한 사냥개이자 파수꾼이다.

     실감 나는 연기가 아니다. 사실은 금방이라도 당황할 것 같다. 자신의 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새빨간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중한 녀석. 그것만으로도 올리브의 마음은 흔들릴 것 같다.

     감정이 없는 냉철한 살인자였던 것은 과거의 이야기. 비록 이것이 적을 속이기 위한 연기일지라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끔찍한 피가 자라의 생혈(주로 와인이나 주스에 타서 마시는 용도. 꽤 비쌈)을 마술로 입안으로 전이시킨 것뿐일 텐데도 말이다. 이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누가 좀! 어디 보살필만한 장소를!"

    "우리 집에는 그런 거 없어."

     입에서 새빨간 피를 흘리며 창백한 얼굴 ...... 창백한 얼굴? 로 쓰러진 호크를 일으켜 세우고 외치는 올리브의 주변은, 어느새 무장 집단에 포위되어 있었다. 화려한 귀족들의 파티가 한순간에 변했다. 어느새 파티장에 있던 초대 손님들은 호크가 피를 토하며 쓰러짐과 동시에 밀려들어온 무장단체와 뒤바뀌고, 실내에는 피투성이의 호크를 안고 있는 올리브와 무장단체,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귀족 남자만 남게 되었다.

     별일 아니다. 오늘 밤의 파티는 호크 골드가 참석하겠다고 답장을 보낸 순간, 그를 죽이기 위한 가짜 파티로 전환된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의도하고 일찌감치 참석 의사를 밝힌 호크 입장에서는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로리에와 셰리가 협력하여 수집해 준 사전 정보와 뒷공작의 성과가 무사히 결실을 맺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생각인가! 이게 귀족의 대접이라고 말하는 건가!"

    "뭐긴 뭐야, 보는 그대로다 경호 군! 설마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는데!"

     비열한 웃음을 짓는 그들은 호크가 독배를 마셔 버린 것이 얼마나 유쾌하고 통쾌한지 모른다. 싫어하는 상대가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있는 것이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역시나 화가 난다.

    "너도 자기 방에 날파리가 들어오면 가차 없이 때려잡을 거 아니야? 그것과 똑같다! 전통 있는 명문 귀족의 저택에 거만하고 비열한 돼지 한 마리가 섞여 들어왔다.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해로운 짐승은 즉시 죽여야 해!"

    "스스로 초대해 놓고도?"

    "큭큭! 쿠하하하! 골드라는 놈은 부모와 자식, 주종 할 것 없이 바보구만! 누가 너희들 같은 천한 벼락부자를 진심으로 파티에 초대하겠냐! 너희들은 완전히 덫에 걸려든 거라고!"

     이 자리에서 가장 높은 귀족 남자의 손짓에, 무장집단이 날카로운 창끝을 두 사람에게 일제히 겨눈다.

    "먼저 너를 죽이고 네 목을 소금에 절여 골드 상회로 보내주마, 호크 골드! 그다음에는 네 아버지도 죽여서 부모와 자식 모두 시체를 공개해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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