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7부 340화 후략, 메리 강림제(1)
    2023년 04월 19일 00시 38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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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악이다. 하지만 그 약자가 괴롭힘을 당해도 마땅한 악인이라면 어떨까. 죄 없는 선인을 베는 것은 악이겠지만, 베여 마땅한 악인을 베는 것은 과연 죄일까.

    "히이이이이!"

    "도와줘!"

    "이야기가 다르잖아!"

     카가치히코의 본업은 호크 골드의 경호원이다. 선과 악의 구분 없이, 정의의 유무도 없이. 그가 베라고 하는 것을 베는 것. 그것이 그가 스스로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고, 그가 여기 있는 이유다. 이제 와서 그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엄마!"

    "그래서 내가 그 계획을 반대했던 거잖아!"

     저택에 숨어 대기하고 있던 무장 집단과 교체하여 파티장에서 뛰쳐나온, 오늘 밤 호크 골드 암살 계획에 가담한 제1왕자파의 초대 손님들과 그런 초대 손님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고용되었을 경호원 및 귀족의 사병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베고, 베고, 베고, 베었다.

     카가치히코는 칼날에 피와 지방이 묻는 것보다 더 빠른, 신속의 칼날로 휘두른 탓에 깨끗한 그대로인 칼을 칼집에 넣고 턱을 긁적였다. 평소의 애장품인 도검이 아닌 노인용 지팡이로 위장한 칼이었지만, 고수는 무기를 가리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손님과 그 일행, 그리고 호위병까지 모두 죽여 버린 카가치히코는 '몰살은 이번이 두 번째다'라며 자조했다.

     정당방위라고는 하지만, 많은 손님이 모이는 여신강림제 파티에서 주최자인 귀족을 죽여버리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 밤의 마무리는 불행한 화재로 인한 저택과 초대받은 손님들의 전소라고 이곳에 오기 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이미 제3왕자와 골드 상회를 통해 광범위하게 압력을 가할 준비가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고, 곧 방화되어 전소될 이 귀족의 저택에서 일어난 대량 학살에 대해서는 '파티 중 촛불의 불꽃이 우연히 커튼에 착화되어 발생한 불행한 화재 사고'로 정리될 것이다.

     다행히도 귀족 남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아내와 자녀가 휘말리지 않도록 가족들을 별장으로 쫓아냈고, 오늘 밤 이 저택에 있는 것은 호크 골드 암살 계획에 가담한 제1왕자파 과격파와 그 영향을 받는 하인들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하인들은 계획이 유출될 위험과 혹시라도 도덕심에 의해 밀고당할 위험을 고려해 며칠 전부터 휴가를 내거나 해고를 당했다고 하니, 반쯤은 인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결국 오늘 밤 이 저택에 있는 모두가 호크 골드를 죽이기 위해 모여 호크 골드와 그 호위병들의 시체를 안주로 삼아 강림제 파티를 즐기려는 나쁜 놈들이니, 그런 놈들을 베어버리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 입안이 또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나, 피맛은 좋아하지 않는데........"

    "안심해도 좋다. 피를 맛있다고 느끼는 건 흡혈귀의 오레가노 정도일 테니까."

    "그러고 보니 오레가노 아저씨는 자라만이 아니라 내 피도 맛있다고 마셨었지."

    "잠깐.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조용해진 복도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을 때, 파티룸의 문을 열고 호크와 올리브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고급스러운 파티복의 가슴 부분이 자신이 토한 것과 호크가 토한 것으로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자신들이 다친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공. 무사하셔서 다행이므니다."

    "카가치히코 선생님도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수고하셨습니다."

    "어이, 너희들, 끝났냐! 이쪽은 끝났다고!"

    "수고했어 크레슨!"

     올리브에게 안긴 호크가 카가치히코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을 때, 상체를 벗은 크레슨이 돌아왔다. 검은 옷이 끼인다며 바로 찢어버린 모양인데, 모처럼 입었던 겉옷도 와이셔츠도 멋스러운 나비넥타이도 무참히 찢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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