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인생의 전부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만약 나와 그 어린 여자아이의 출생이 반대였다면. 하는 소박한 상상을 뜨거운 물에 퐁당 뛰어들며 날려버린다.
인생에 '만약'을 붙이는 것은 쓸데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것도 인생이겠지.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
"감사합니다."
"다시 오시기를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밤새 별다른 일 없이 조식 뷔페로 배를 채우고 체크아웃을 마친 우리는 대주인과 여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료칸을 떠났다. 그 어린 여자아이와 다시 마주치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았다. 아니면 저쪽이 나를 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음~! 사소한 해프닝은 있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구나, 호크여!"
"그렇네요~. 이제 돌아가면 캐럽 씨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뭐, 기념품으로 당근으로 만든 절임을 샀다! 나머지는 어떻게든 해야지!"
"마우젤 온천의 이름이 패키지에 인쇄된 절임 같은 건 괜찮을까요? 괜히 화나게 할 것 같기도 한데요."
"쿠로 님이 자유분방한 것은 언제나 그렇기 때문에."
빌베리 씨가 웃고 있다. 일상적으로 폐하께서 생각하신 것의 부수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는 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쓸데없이 설득력 있는 궤변에 왠지 납득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모르게 설득당하는 쪽이 되는 것도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생각만 했던 전격 주말 온천 여행이라는 것은 꽤나 나쁘지 않군! 또 언젠가 해볼까! 어떠냐 호크!"
"뭐, 온천은 좋아하니까 상관없지만요."
가는 길과 달리, 돌아오는 길은 이리저리 걸어서 역까지 가서 철도를 타고 공항까지 갈 시간이 없어서 인적이 드문 곳에 전이문을 열어 제국까지의 지름길을 여는 폐하. 온천의 효능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검은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눈부시다.
"그럼 또 보자!"
"실례했습니다."
두 사람을 배웅하고 뒤에 남겨진 것은, 나와 내가 산 기념품이 담긴 종이봉투를 양손에 들고 있는 크레슨이다. 폐하와 마찬가지로 크레슨의 털도 온천 성분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윤기가 흐르고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방금 손질과 샴푸를 마친 고양이처럼 보송보송하다.
"우리도 갈까?"
"오우"
전이문을 연다. 목적지는 골드 저택의 정원이다. 나는 사랑하는 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고개를 돌려 마우젤 산에 펼쳐진 마우젤 온천마을을 한 번 훑어보았다. 단풍이 물든 산에 피어오르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겨울이 되면 눈꽃으로 뒤덮일 것 같다.
한 번 가본 관광지를 두 번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 한 번 갔으니 다음엔 다른 곳을 가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마우젤 온천, 다시 올 수 있을까. 만약 온다면 그때 그 료칸은 아직 남아 있을까.
남아 있더라도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살짝 감상적이게 될 정도로 여행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여행의 끝자락에 이르면 더더욱.
"왜 그래? 주인."
"음, 아니야, 즐거웠던 온천 여행도 이제 끝인가 싶어서"
"그럼 우리 둘이서 하룻밤 더 자고 갈까?"
"아니, 그만둘게.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미련을 떨쳐버리고, 나는 웃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아무리 즐거운 온천 여행도 계속 연장하면 언젠가는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