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7부 337화 고맙다고는 말하지 못해서(2)
    2023년 04월 18일 15시 18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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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으로 돌아온 나와 폐하, 그리고 드디어 가져온 차를 마시고 있던 크레슨과 빌베리 씨 4명은 이 숙소의 명물인 동굴탕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시체도, 아기 울음소리도 없었다.

    "기부를 권유하거나 사과의 선물이 기념품 5% 할인권이라니, 뻔뻔해."

    "저렇게 뻔뻔하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겠군요~"

     등과 날개를 씻는 김에, 스스로는 씻기 어려울 날갯죽지 밑동을 거품을 내어 문질러주면서, 크레슨도 내 등을 씻겨주고 있다. 그런 크레슨을 빌베리 씨가 등을 씻어주고 있다. 기차놀이처럼 4명이 한 줄로 나란히 서서 등을 씻어준다.

    "근데 아버지도 안 됐는데? 가족들을 위해 출가했는데, 그 출가로 인해 가족들이 힘들어지면 더 괴롭잖아?"

    "어린아이에게 어른의 도리를 설명해 봤자 납득하기 어렵겠지요."

    "아~. 주인이 유난히 조용한 아이라서 몰랐는데, 애들이란 보통 그런 거 같아."

    "그 정도로 가족을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를 둔다는 것은 조금 부럽기도 하다. 어쨌든 언제나 부모와 자식은 서로 엇갈리는 법이니까."

    "당신이 말하니 무게감이 더해지네요."

     먼저 몸을 씻은 크레슨에게 마도구 샤워기로 머리부터 따뜻한 물을 뿌려 온몸의 거품을 씻겨주고, 료칸의 이름이 적힌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다. 폐하는 내 키로는 머리 위까지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빌베리 씨에게 샤워로 거품을 씻어내게 한다.

     당당하게 남의 수발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위엄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대국의 제왕다운 모습이다. 몸을 씻은 후 다시 4명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마도구 조명으로 불이 켜진 동굴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동굴탕을 즐긴다.

    "어쨌든 이번에는 명탐정의 활약은 없을 것 같네요."

    "그래.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여행지에서 매번 시체만 만나면 언젠가는 탐정 일도 지겨워질 테니 그것 또한 좋은 일."

    "그렇다고 유령선처럼 공포스러운 일을 당하는 건 더 싫지만요"

    "크하하하하하! 그대는 의외로 겁이 많은 사람이구나? 괜찮은가? 혼자서 잠을 못 자겠다면 짐의 이불속으로 들어가도 괜찮다만?"

    "졸려서 잘못 들어가는 것은 좋지만, 이상한 꿈 꾸고 오줌싸지는 말라고."

    "둘 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 할 대사가 아니잖아! 라며 화를 내는 나에게, 온천에서 혈액순환이 좋아져 술이 다시 올라오는 건지, 기분 나쁜 폐하와 크레슨은 크게 웃으며 어깨를 들썩인다. 동굴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공기를 흔들고, 바위 표면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빌베리 씨도 웃고 있다.

     만약 이대로 정말 이 료칸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다면, 이 동굴 온천에도 다시는 들어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슬프다. 이 정도야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할 수밖에 없겠지만.

     골드 상회가 대출이라도 해주면 한 방에 해결될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줄 이유도 없다. 대출이라는 것은 상환능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대에게 빚을 빌려주는 것이지, 동정심에 기대어 매달리게 하기 위한 기생처가 아니다.

     출생에 얽매이는 것, 집에 얽매이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다행히 나는 아버지가 '호크는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라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골드 상회를 물려받기 위해 히익거리며 상인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을 것이다.

     전생에 '부모 뽑기', '자식 뽑기'라는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우리 아버지는 SSR을 넘어 SSSSSSSSSSSR 정도의 대박이다. 말 그대로 죽도록 아들을 사랑한다 ......아니, 옛날의 마리가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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