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부 344화 몽유록은 안 돼2023년 04월 19일 03시 35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눈을 떠보니 병실이었다.
"야스타카!"
"깨어났구나!"
"어?"
눈앞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전생의 부모님의 얼굴이. 다급하게 울리는 간호사 호출을 받고 달려온 의사들. 영문도 모른 채로 이것저것 검진과 문진을 받고, 멍하니 유리창에 비친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
"드디어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래! 걱정했다고!"
"아, 응. 저기, 응, 그래, 그, 뭐랄까, 뭐라 말할 수 없다고나 할까."
어렴풋이 흐릿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래, 나는 가네다 야스타카, 16세,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여혐의 배배 꼬인 남고생이 아침 등굣길에 차에 치여 12일 동안 의식불명 상태였다고 한다. 다행히 큰 부상이나 후유증은 없었고, 단지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서 깨어나지 못하는, 어찌 보면 가장 심각한 상태가 지속되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몹시 걱정했다고 한다.
(꿈...... 이었구나)
금발벽안의 뚱뚱한 아이, 호크 골드. 그리고, 음, 올리브? 라는 검은 머리의 늑대 수인과, 그리고 로리에라는 파란 머리의 미녀 메이드와, 그 외에도 몇 명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의 내용이란 건, 아주 악몽이 아닌 이상은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다.
"어둠이여, 나를 잠들게 하라......랄까."
엘레멘트인지 에테르인지 마나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속을 도는 마력 같은 건 잘 느껴지지 않고, 애초에 이 나이에 마법 같은 것의 존재를 진심으로 믿을 리가 없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으면서, 나는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봤다. 호크 골드. 골드 상회. 올리브, 늑대 수인. 로리에, 메이드. 당연히 눈에 거슬리는 검색 결과는 해당 없음. 있으면 있는 대로 무섭지만.
"......"
병실의 창문. 투신자살을 할 수 없도록 완전히 열리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는 문을 열고 평일의 거리 풍경을 내려다본다. 길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 조금 멀리 보이는 식당 간판, 병원 1층에 있는 카페의 커피 향기.
음식만 있는 거 아니냐고? 왜냐하면 병원 음식은 맛없으니까. 메신저 앱에 도착한 친구들의 메시지와 12일 만에 올라온 SNS에 여러 글을 쓰면서, 나는 묘한 위화감과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뭐랄까, 뭔가 다른 것 같다. 뭔가 이상하고, 뭔가 이상하다. 이상한 위화감.
"Hey 셰리, 상황을 설명해 줘"
꿈속의 나를 흉내 내며 스마트폰에 말을 걸어보지만 반응은 없다. 그야, 그렇겠지. 음성인식 기능은 귀찮다고 꺼놓은 게 나였으니까.
아버지에게 떼를 써서 산 최신형 스마트폰. 사고 났을 때 화면이 깨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지 않은데, 그럼 뭐가 문제냐고 하면 설명하기 곤란하다.
(이상한 꿈 ......)
꿈의 내용 따위는 대부분 2~3일만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본 이세계로 환생한다거나 하는 웃기는 꿈의 내용도 점점 흐릿해진다.
어제는 나를 치고 달아난 할머니의 변호사 같은 사람이 왔다. 경찰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바쁘게 사고 후처리를 하다 보면 꿈 따위는 잊어버려도 무방하잖아?
"뭘 멍하니 있니, 야스타카."
"별거 아냐."
집에 가져가서 빨래한 옷과 칫솔을 가져다준 엄마가 말을 걸어와서, 뒤를 돌아본다.
"너, 시간 있으면 공부 좀 해. 입학하자마자 2주간이나 학교를 쉬면 방학 때 시험에서 큰일 날걸?"
"싫어~ 교통사고로 입원했으니까 시험은 면제해 줄 수 없을까?"
"그래, 조금은 배려해 주면 좋을 텐데..."
자판기에서 사 온 탄산수를 마시고서, 나는 침대에 누웠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굳이 무리해서 안 해도 돼. 어차피 할 일은 없잖아?"
"그런 문제가 아니야. 야스타카가 의식불명의 중태라니, 아빠도 엄마도 정말 걱정했는걸?"
"그건 미안."
"괜찮아. 야스타카 때문이 아니니까. 정말 무사해서 다행이야. 네가 먼저 죽으면 엄마가 곤란해져."
과장된 말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라?"
"어머, 야스타카 울고 있니?"
"안 울어!"
그런 엄마야말로,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느냐고 웃어넘길 수는 없었다.
"저기, 뭔가 배가 고픈데. 병원 음식은 맛없고, 뭔가 맛있는 건 없어?"
"안 돼. 의사 선생님이 일단 입원 기간 동안은 참으라고 했잖아. 퇴원할 때까지 참으렴."
"으으. 나 언제쯤 퇴원할 수 있을까?"
"글쎄. 빨리 퇴원할 수 있으면 좋겠어. 퇴원하면 뭐 먹고 싶니?"
"음, 어디 보자. 회전초밥, 오므라이스, 돼지고기도 먹고 싶고, 프라이드치킨과 햄버거, 문어구이..."
엄마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살아 있다는 기쁨을 만끽한다. 내 인생, 별 볼일 없고 지루하고 재미없다고만 생각했지만. 하지만 막상 죽으려고 하니 왠지 살아있다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흔하고도 평범한 삶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님 ......련님."
"누구?"
"도련님, ...... 이제야........았다 ......"
"그래서, 누구?"
"도련님!"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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