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7부 336화 담력시험이 싫은 호크(2)
    2023년 04월 18일 04시 09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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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까지 물에 잠겨 있는 나를 뒤로 하고, 모두들 각자 기분 좋게 온천을 즐기고 있다. 뭐, 이 정도면 영업방해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겠지. 나도 크레슨이 누워 있는 수면탕으로 이동해 옆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등이나 머리에 닿는 따뜻한 물줄기와 간간이 불어오는 가을바람. 얼마나 오래 그렇게 누워 있었을까.

    "어이, 일어나, 주인. 슬슬 나가자고."


    "음.......으음........."

     크레슨이 깨워서, 잠에서 깬다. 아찔했다. 너무 편한 잠자리라 완전히 숙면을 취한 상태였다. 세면장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는 유카타로 갈아입고 온천을 빠져나온다.

    "하아. 좋은 목욕탕이었네요~"

    "맞아! 저녁 식사 후에 다시 들어가자!"

    "이 숙소에는 목욕탕이 3곳이나 있는 것 같던데요"

    "오, 그럼 다음에는 다른 곳에 들어가 볼까!"

     느긋하게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녁식사로는 지역의 소를 사용한 소고기 전골과 갓 수확한 산나물로 만든 튀김 등을 먹었다. 폐하와 크레슨 등은 비싼 지역 술을 잔뜩 마시고는 기분 좋게 취함 모드에 빠져버렸다.

    "푸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기모노를 풀어헤치고는 술잔을 주고받는 폐하와 크레슨. 술을 싫어해서 맛있는 밥만 먹어치우는 나와, 역시 폐하와 함께 술을 마실 수는 없으니 술을 거절하고 밥을 먹는 빌베리 씨. 정말이지 술 좋아하는 아저씨들이네.

    "좋아! 밥도 먹었으니 다시 한번 목욕을 해볼까!"

    "안 됩니다 폐 ...... 쿠로. 배가 부르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목욕이라니, 몸에 너무 안 좋습니다."

    "괜찮다니까, 주인! 우리는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안 되는 건 안 돼! 꼭 들어가고 싶으면 술 좀 깨고 나서 들어가라구!"

    "쿠로 님도, 크레 씨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음, 그대들이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구만. 물이라도 마시고 좀 누워있어 볼까."

     술 냄새가 나는 두 녀석을 이불에 눕히고, 우리는 종업원을 불러 식기를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잠이 들기 시작한 두 사람 옆에서 빌베리 씨와 둘이서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있다가, 어느새 배의 팽만감도 가라앉아 나는 다시 온천에 가기로 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두 분을 부탁할게요."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제 호위병으로 따라온 주제에 기분 좋게 잠들어 버리다니."

     잠든 크레슨의 뺨을 톡톡 치고 있는 나를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며 ...... 아니, 저건 웃으며 지켜보고 있는 건가? 얼굴이 강해서 표정은 완전히 굳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는 분위기는 부드럽다. 이 사람, 정말 오해받기 쉬운 사람이구나.

    "사이가 좋으시네요."

    "예. 벌써 10년도 넘었으니."

     방금 전에 짜서 방 한구석에 말려둔 손수건과 목욕 타월을 손에 들고, 나는 혼자 목욕탕으로 향했다.

    남은 두 개는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 일반 큰 목욕탕과 산의 표면을 깎아 만든 동굴 목욕탕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색다른 목욕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나는 안내판을 따라 동굴탕으로 향했다.

    "응?"

     동굴탕으로 가는 길에, 나는 여관 통로에서 낯익은 하늘색 기모노를 입은 검은 머리의 단발머리 소녀가 등을 돌리고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낮에 카레를 먹었을 때 가게 밖에서 만났던 소녀다. 설마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이야.

     그녀는 아무래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그냥 지나쳤다.

    "잠깐,"

    무시.

    "이봐, 잠깐!"

    무시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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