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사건 해결에 힘써준 아브라미 꼬마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라고 하므니다."
"와~...... 그 마음만은 기쁜 것 같지만 귀찮은 것 같기도 하고........."
대통령 관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의 위령을 위해, 지금은 고인이 된 쾌걸 아브라미 꼬마를 추모하기 위해, 혹은 교훈으로 삼기 위해 대통령 관저 정원의 일부에 세워진다는 그 위령비에는, 쾌걸 아브라미 꼬마의 이름이 맨 위에 새겨질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제 아브라미 꼬마가 공개적으로 죽었다고 하면 이번 소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흑천구당 잔당이니 동조자니 하는 사람들이 아브라미 꼬마를 눈엣가시로 여기지 않게 될 것이다. 나로서는 쓸데없는 골칫거리가 줄어들어 일거양득이라는 것이다.
"뭐랄까, 입이 화근이네요. 그때 그 자리에서 그 분위기와 기세만으로 아부라미 꼬마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이번에 지목당할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쉽게 꼬리표를 붙이고 싶어 하는 법. 편리한 우상을 만들어서 이기적인 이미지를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므니다. 또 하나의 공부가 된 것 같지 않스므니까?"
"전혀요! 쓸데없이 비싼 공부였다구요!"
진저리를 치고 있는 내 머리를,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손이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살인자의 손이라는 의미에서는 그의 손도 내 손도 피가 묻어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총을 잡는 것도, 칼을 잡는 것도,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도, 무언가를 때리는 것도,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오, 오늘은 일찍 왔습니까요, 도련님. 오늘의 수프는 꼬맹이가 좋아하는 옥수수 수프입니다요."
"어? 정말?"
"예. 주방에서 이야기하는 김에 잠깐 준비를 도와주었습죠."
식당에 들어온 버질은 우리에게 한 손을 들어 보이며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옆자리에 앉았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졌으니, 이제 따뜻한 국물이 맛있는 계절이 되었습죠."
"그래. 특히 뜨거운 옥수수 수프를 마시면 '아, 올해도 겨울이 왔구나'라는 기분이 들어. 얘기하다 보니 빨리 마시고 싶어졌다!"
"으음. 처음에는 서양식 국물의 화려함에 놀랐지만, 익숙해지니 정말 맛있스므니다."
혀가 다소 민감한 미식가 카가치히코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석간신문을 접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 식사가 나올 때까지 소소한 수다를 즐겼다. 이런 평온한, 가족의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이 흑천구당에도 있었을까.
동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은 한다. 우리에게는 우리, 적에게는 적의 사정이 있고,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위해 부딪혔다면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거나 뒤돌아보면 안 된다. 살아남은 쪽의 책임으로 우리는 오늘을, 내일을,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야 한다. 설령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더라도, 이긴 우리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우와, 뭐야, 이 이상한 디자인! 나으리한테 들키면 큰일 나겠습니다요?"
"그래, 우리 집 마당이나 골드 상회 본사에도 내 동상을 세우겠다고 할 수도 있고. 카가치히코 선생님, 이 석간신문 좀 아빠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줄 수 있어요?"
"알겠스므니다."
눈앞의 신문이, 새하얀 도깨비불에 휩싸여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타버린다. 순백의 식탁보에는 전혀 탄 흔적이 없는 것이 과연 대단하다. 그대로 입에 문 담배에도 마법의 불을 붙이고서, 카가치히코 선생님은 식전 담배 한 대를 즐긴다.
그것은 아주 아주 고요한 겨울의 해 질 녘의 일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일상의 풍경. 이런 평온하고 무심한 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