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7부 333화 아브라미 꼬마vs흑천구(3)
    2023년 04월 17일 15시 58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대통령 집무실 안에 거세게 몰아치는, 검은 안개의 형태로 누구의 눈에도 선명하게 보이게 된 망령들의 원한과 일체화된 폭풍. 본능적으로 만지지 말라고 경종을 울리는 검은 바람의 칼날은, 아마도 스치기만 해도 저주받아 죽을 것 같은 강력한 원한의 덩어리 그 자체일 것이다.

    "죽어라! 더러운 정치가들! 그리고 내 딸 가오루코의 원수, 아브라미 꼬마!"

    "딸이 소중하다면 그 딸에게 테러의 한 축을 맡기지 말라고 키익~!!!"

    "크악?"

     승부는 한순간이었다. 반군에게 직접 전수받은 마법 분해 기술을 체득한 나에게 마법 공격은 기본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저주도 어둠 속성 마법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수법에 의해 지워졌다는 거지!

     붉은 융단을 걷어차고 총알처럼 튀어 오른 내 드롭킥을 날렵한 배에 맞고 쓰러지는 흑천구.  그 짙은 죽음의 잔향을 맡았던 정치인들 중 일부는 기절했다. 그럴 만도 하다.

    "크윽!!! 나, 나는 안 죽는다! 이 나라를! 혁명을! 구원을! 다시는 우리처럼 아무런 죄도, 허물도, 잘못도 없는 가족이 불합리한 불행에 짓밟히는 일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평화로운 나라를!!"

     너무 병적으로 말라비틀어져서, 혹시 불치병이라도 걸린 것일까? 발로 차는 바람에 검은 천구의 가면이 벗겨져 드러난 남자의 얼굴은 창백하고 초췌한, 그러나 눈동자만 유난히 빛이 나는 굶주린 짐승 같은 중년의 남자의 얼굴이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아무렇지도 않은 무뚝뚝한 중년 남성의 모습에서 오늘 여기까지 온 그의 의지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드롭킥을 맞고 집무실 책상 모서리에 등을 얻어맞고 반동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쭈그리고 앉은 흑천구는, 더 이상 원소를 모아 마력을 다시 짜내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떨어뜨린 권총을 주우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권총을 집어 들어 검은 천구의 눈썹 사이를 향해 겨누었다. 이 녀석을 죽이는 것은 나쁜 짓이다. 원래는 이 나라 헌병들에게 맡기고 이 나라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순리라고 할 수 있다.

    "4개월 동안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아브라미 꼬마 따위는 내버려 두고, 빨리 혁명을 이루었으면 되었는데."

    "...... 그건 불가능해. 나는 그 아이의 아버지니까."

    "그렇다면 딸에게 열차 강도 따윈 시키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검은 피를 토하며 기절하는 흑천구를 보며 나는 '이 녀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무슨 병일까, 아니면 이토록 고농도 고밀도의 저주를 체내에 계속 쌓아둔 반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다. 어쩌면 이 타이밍에 대통령 관저를 습격한 것은 시간적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정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중력 마법으로 손바닥 안의 권총을 압착시켜 구슬만 한 크기로 초압축시킨 검은 구슬을 던져버리고, 나는 원한에 오염된 실내에 정화 마법을 걸었다. 흑천구가 지금까지 몇 년, 아니 몇십 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왔을 원한과 원망, 죽어서도 미쳐 날뛰는 원혼들은 강제로 성불하게 되었고, 실내에서 불길한 죽음의 기운은 사라졌다. 저주의 비축을 상실한 채 현저하게 약해진 이 녀석을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 나머지는 이 나라 사법부에 맡기면 되지 않겠는가.

    "주, 죽었나?"


    "아니, 기절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일어날 힘도 없겠지."

     자,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 이 소란의 뒤처리, 구체적으로는 아브라미 꼬마라는 존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그 한 가지 문제만 남았다....... 어떻게 하지?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