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7부 333화 아브라미 꼬마vs흑천구(2)
    2023년 04월 17일 15시 58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그리고 그런 인질들을 대신해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 있던 것은, 검은색 소복(모순이잖아)을 입고 흑천구의 탈을 쓴, 깡마르고 마른 키가 큰 남자였다. 참고로 정말 의자가 아닌 책상 위에 앉아 있다. 예의가 없네.

    "내가 흑천구당의 당수, 흑천구다!"

    "내 제16대 쟈파존국 대통령, 미치 오다이니라! 빨리 도와달라!"

    "닥쳐라!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자기 보호에만 급급한 쓰레기들!"

     짜증스럽게 손에 든 단발 권총으로 바닥을 쏘는 흑천구의 모습에, 인질들은 숨을 죽인다.

    "...... 아아......... 내가 실수를. 정신이 팔려서 실례했군. 자, 이제 문명인답게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먼저 나부터 이야기하지, 아브라미 꼬마."

    "흔히 볼 수 있는 불쌍한 과거 회상 파트를 시작할 거면, 시간 낭비니까 생략할게."

    "큭큭큭큭큭!!! 흔하다니! 아아 그렇고 말고! 평범한 비극이지! 한 가족이 정부의 태만과 횡포에 의해 짓밟히고, 존엄한 생명을 빼앗긴 뒤 이산가족이 되는 것! 이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쌍한 이야기다! 역겨울 정도로 말이야!"

     내 발언이 흑천구의 지뢰를 밟아 버린 것 같다. 그래, 옆에서 보기에는 또 무슨 짓이냐, 별거 아니야, 라고 생각될 만한 상업용 간편 비극이라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닥친 일생일대의 불운과 불행을 흔해빠진 이야기라고 하면 참을 수 없겠지. 나 역시 평행 미래에서 이글 아빠의 비극을 희화화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지금 말은 확실히 실언이었다.

    "너는 알고 있나! 이 녀석들이! 국민들의 혈세를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지! 저들이 평소 낭비하고 있는 세금을 단 1%만이라도 나라를 위해 쓰면 많은 국민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국민을 외면하고 자신들만 유흥과 외유와 사리사욕과 자기만족을 위한 무의미한 낭비에 빠져 정치인으로서의 이상도 본심도 없이! 그저 세금만 축내는 비열한 쓰레기들이야!"

     대통령들은 흑천구의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상대가 총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는지 입만 꾹 다물고 있었다.

    "우리 흑천구당은 이 썩어빠진 나라를 바꿀 거다! 왜 너는 그 일을 방해하느냐! 혹시 너는 영웅인 척하면서 정부에 고용된 선전용 경호원이라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럴 리가 없잖아. 너희들이 오라고 해서 왔을 뿐, 나는 너희들이 혁명을 하든 말든 알 바 아냐."

     그래, 잊어서는 안 된다. 이곳을 점거한 흑천구당이 가장 먼저 관계기관에 보낸 성명서는 '딸의 원수 아브라미 꼬마는 나와라!' 였다.

    "아아, ...... 그랬었지. 싫지만 세상에는 아브라미 꼬마가 있는 한 이 천하에 흑천구당은 번성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너무도 많았다. 따라서 내 딸 카오루코의 제사를 겸해 너를 처단하고, 그 후 천천히 이 썩어빠진 나라에 혁명의 깃발을 세우겠다. 진정한 구국을 위해서!"

     흑천구는 그렇게 선언한 뒤,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려 무시무시한 몸짓으로 어둠의 엘레멘트를 짜내기 시작했다.

    "어둠이여! 바람이여! 흑천구가 명령한다! 이 썩어빠진 나라를 날려버릴 혁명의 신풍을! 추악하고 어리석은 배금주의자들을 뿌리째 뽑아버려라! 먹구름이 낀 이 나라의 미래에, 태풍이 지나간 후의 푸른 하늘을 가져다줄 힘을!"

    "우와앗!?"

    "실내인데도 바람이 불어!"

     

    "무, 무슨 일인가 이것은!?"

    "이것이 바로 흑천구류 주술의 진수! 우리의 이념에 동조하고 죽어서도 끝없는 혁명을 염원했던 죽은 동지들의 원한! 너희들이 짓밟고 버린 국민들의 원한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