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6부 327화 전부 엿먹어라(3)
    2023년 04월 16일 12시 51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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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분, 이번에 제 남편이 큰 불편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헤허하히하."

     개그 만화처럼 두들겨 맞아 부어오른 얼굴로 엎드려 있는 이 세상의 나와, 그런 그의 모습에 심히 깊은 한숨을 내쉬며 깊이 고개를 숙이는 이 세상의 로리에.

    "어이, 괜찮아? 그냥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네,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네요"

    "그, 그런!"

    "...... 뭐, 독선적인 성급함과 병적인 착각의 깊이와 강도로 생각이 이상한 방향으로 비약하는 것은 예전부터 이 사람의 단점이니까요...... 다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옛날에 있었지. 마왕이 있는데 마왕의 딸이었나 마왕의 부인이 나오더니 뭐 하는 거냐며 마왕의 귀를 잡아당기는 스토리."

    "맞아. 뭐였더라, 그거..."

     뭐였을까, 하며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맞댄다. 일단 이 세계의 나의 치트는 봉인이다. 봉인을 풀기 위한 열쇠는 이 세계의 로리에에게 맡겼으니, 그녀가 이 멍청한 돼지의 반성을 이끌어내 줄 것이다. 이제 사건은 무사히 해결된 것으로 봐도 되겠지?

    "정말 저와 닮았네요."

    "네. 세계는 다르지만. 저는 로리엘이니까요"

     우리 세계에서는 로렐인데, 라고 중얼거리는 날씬한 미남 호크의 겨드랑이를 팔꿈치로 살짝 꼬집는 약간 미화되어 있는 나. 두 로리에가 서로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당신, 고생할 텐데요?"

    "원래부터 각오한 바입니다."

    "후후...... 정말 저처럼 고집불통인 아이. 하지만 저는 그런 저를 사랑해요."

     우리 로리에를 꼭 껴안고 있는 또 다른 로리에. 주저하며, 당황한 듯 임산부가 된 자신을 안아주는 로리에.

    "건강하세요."

    "네, 당신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이번 소동은 끝이 났다. 우리는 로리에 골드와 너덜너덜해진 호크 골드의 배웅을 받으며,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전이문을 통과해 각자의 세계로 돌아갔다.

    "다른 세계의 오라버님이나 아버님을 만나는 것도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구! 그럼 건강하게 잘 있어!"

    "그래. 그대도 마찬가지. 모두들, 기회가 되면 언젠가 다시 만나자."

    "이런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피곤한 건 닥터의 약 때문에 버질이 켄타우로스가 되었을 때 이후로 처음이야."

    "그게 언제의 일?"

    "엊그제인데, 그게 왜?"

     차례로 목적지가 바뀌는 전이문을 각자 통과하고서, 마지막은 우리 차례만 남았다.

    "돌아갈까?"

    "네."

    "어."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잠시 놀란 듯하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는다. 차갑고 서늘한 손이다. 왠지 불안한 마음에 비어있는 다른 한 손을 크레슨에게 내밀어 보지만, 무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리는 바람에 포기했다.

     로리에와 손을 잡고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대문을 통과한 곳은, 낯익은 우리 집의 내 방이었다. 납치된 로리에를 무사히 구출했으니 이제부터는 관계기관에 보고를 해야겠다. 그전에 먼저 크레슨에게 내가 진짜라는 것을 모두에게 설명해 주어야겠다. 그보다 우선은.

    "어서 와, 로리에"

    "네.  돌아왔습니다, 도련님."

    "왠지 평소와 반대인 것 같네."

    "네, 그렇네요.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래.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세계에서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어 속이 후련한 것인지,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로리에와 군대 같은 기량으로 정확하게 요점을 노리는 무장 메이드들과의 진지한 승부에 만족한 것인지, 이쪽도 어딘지 모르게 속이 후련한 표정의 크레슨. 어쨌든 그녀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귀찮은 뒷수습을 해야겠다.


     36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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